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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인희 May 24. 2015

입으로 말해 보는 예술과 생명

<고양이 예술> Brunch를 채울 에너지

명확히 정의내리거나, 어떤 기준을 만들어 척도를 재는 게 불가능한 게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것에도 이름을 붙여줍니다. '사랑'이나 '고통' 같은 것들이죠. 그 짧은 단어에 담긴 틀은 무척이나 촘촘해서 쉽게 건드릴 수 없습니다. 인류가 오랜 시간을 살아오면서 축적한 온갖 경험과 감각이 온전히 그 틀 안에 담겨 있습니다.    스스로 제 뜻의 범위를 넓히고 부피를 늘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이고 감각적으로 그 말의 뜻을 이해합니다.


앞으로 제가 채워나갈 Brunch에 <고양이 예술>이라는 타이틀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공간을 '생명'과 '예술'의 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나름의 기본 정신을 정했습니다. (쓰고 보니 너무 거대하네요;;;) 이 두 단어 역시 사랑이나 고통처럼 그 뜻을 완벽하게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감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쉬운 말이죠. 아주 촘촘한 틀 속에 많은 게 담겨있습니다.



     

'생명'이란 말을 입으로 소리 내어 봅니다.


     

뜨거운 피가 흐르고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집니다. 어떠한 평가를 내리거나, 높낮이를 재서는 안 됩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뒤로 차별과 학대, 인권침해나 학살 같은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포기해서는 안 되는 단 하나의 명제입니다.

     


자, 이제 이 글을 읽는 걸 잠시 멈추세요.

이제 당신의 삶과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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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딱 그만큼입니다.”

     

예외는 없습니다. 비단 인간의 생명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방충망을 뚫고 들어온 하루살이나 대열을 이탈해 인도를 헤매는 개미 한 마리라도 말이죠모든 생명체는 내 삶의 넓이와 부피만큼 소중합니다.

     

     


이번엔 “예술”이란 단어를 입으로 소리 내어 보겠습니다.

     

무언가 우아하고, 고매합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막연하죠. 각박한 일상과는 멀리 떨어진 다른 세상 일 같습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고양이 예술’이란 타이틀을 붙여놓고 참 대책없....^^;)


사전을 뒤적여봅니다. ‘기예와 학술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있네요. 이내 사전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임을 알아채고 도서관 서가를 거닐어 봅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직한 제목의 책이 보입니다. 책은 이를 규정하려 했던 11가지 개념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그 무엇’,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나타내는 선’, ‘아폴로적, 디오니소스적 접근’…… 맙소사, 끝까지 읽을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예술을 개념화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알고 보면 우린 일상에서 자주 예술을 말합니다. ‘김치찌개 맛이 예술이네.’, ‘오늘 날씨가 예술인데.’, ‘벽지 색이 예술이야.’ 등등. 그 느낌을 이미 직관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웃거나 울기도, 마음을 달리 먹기도, 심장이 콩닥거리기도 합니다.

     

무심코 행하거나 겪은 일에서

살아있음을 느낄 때 우린 예술적인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럴 때 우리의 온몸과 마음 속으로 진원지를 알 수 없는 여진이 밀려옵니다.

바로 '예술적인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죠.

수백 개의 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로부터 가장 멀리까지 흘러갔던 바퀴가
다시 나를 향해 달려오나

 숨 쉴 때마다 더 낮은 곳으로 가라앉는 바닥
나무뿌리 같은 혈관들이 살갗으로 불거져 나온다
나를 떠난 것과 나에게 떠밀려 온 것
사이에서, 나는 뜨거워진다
온몸에서 문이 열리고 있다

김지녀의 시「여진」일부를 읊어보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귀가 열리고, 눈길이 머무는 곳에 집중해 봅니다. 어쩐지 내가 낯설고 뜨겁게 느껴진다면, 바로 그때가 아닐까요? 꼭 전시회나 음악회가 아니어도 예술적 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출퇴근길 지하철 창밖을 우두커니 지키던 올림픽 대교, 다급하게 마지막 빛을 쏟아내는 해 질 녘 하늘,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 친구가 그려준 그림, 노래방 18번의 후렴구, 호숫가의 안개 낀 풍경, 새하얀 눈밭을 훤히 밝히던 보름달, 그리고 첫 고양이와의 눈인사……. 지금의 나를 예전과 다르게 만든 그 모든 떨림이 바로 예술의 여진이었습니다.



저의 Brunch <고양이 예술> 에는 생명과 예술의 에너지를 가득 담아보려고 합니다.  인간과 예술, 그리고 동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은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뒤죽박죽이지만, 마음은 벅차오릅니다. 가슴을 두근대게 하는 모든 풍경과 생각 속에 일부가 되어 녹아드는 것도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맞다면 예술, 거참 좋은 거네요!



■ <고양이 예술> Brunch 매거진에서는

     다양한 예술 작품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그 특유의 매력을 살펴봅니다.


■ <홀연히 오롯이 고양이> Brunch 매거진 바로가기

     https://brunch.co.kr/magazine/cat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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