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베르테르 : 엄기준, 전미도, 문종원, 김성철
2015. 12. 23 8pm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CJ 토월극장
엄기준, 전미도, 문종원, 김성철, 최나래, 송나영
앙상블: 이호진, 김보현, 김선혜, 이강, 김순주, 유신, 이아름, 이용규, 문슬아, 이민재, 도율희, 김지현, 구준모, 김용한, 이선덕, 김경민
극본 고선웅, 연출 조광화, 작곡 정민선, 음악감독 겸 협력연출 구소영, 편곡 이지원, 안무 노지현, 무대 정승호, 의상 한정임, 조명 정태진, 음향 양석호, 분장 김유선, 소품 노주연, 장경진
>>뮤지컬 베르테르 공연 리뷰
무대 위의 기준 님을 사모하는 터라 기준 님 나오는 공연은 비싼 티켓 가격 지불해서 얼굴이 잘 보이는 자리를 사수한다. 베르테르는 특히 손끝 파들 거림, 울면서 들썩이는 어깨,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 울고 또 울어서 빨개진 눈과 코까지 빤히 다 보이는 그런 자리여야 했다. 이번에도 티켓팅 성공해서 좋은 자리에서 관람을 마쳤다. 1층 B블록 9열 4번. 무대 위의 배우들과 내 눈높이가 딱 맞는 위치. 그래서 극에 몰입하기가 더 좋은 그런 자리였다.
12월 23일 공연의 최고의 수확은 좋은 배우들을 더 많이 알게 됐다는 점이다. 기준 님뿐 아니라 미도 님 두 분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앙상블 모두가 다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최나래, 김성철, 송나영 배우님도 모두 아름다웠다. 돌부리 씬에서 나래 님 안 계셨으면 기준 님의 그 대사가 더 사무치게 와 닿지 않았을 것이고, 김성철 배우가 아니었다면 그의 처형을 알리는 총소리에 가슴이 미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순수한 그 청년의 눈빛, 미소가 지금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극초반 인형극 무대를 돌리고, 산산이 부서지는 배 파편을 붙이던 나영 배우의 손길, 그리고 극 내내 부지런히 뛰어다니던 그녀가 없었다면 극의 소소한 즐거움이 없었을 것이다. 다음에 이 배우들의 무대가 있다면 바로 예매를 서둘러야겠다.
무대도 복잡하지 않고 단조로운 면이 오히려 배우들의 연기를 돋보이게 해주었다고 본다. 특히 베르테르가 롯데가 약혼자가 있음을 알고 잊기 위해 떠나가던 장면도 그렇고 무대 위 장치, 등장인물들을 최대한 축소하고 생략하고 여백을 주니 그 장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의 표정, 숨소리를 따라가면서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상처받은 영혼, 베르테르가 마음에 남는다. 울지 말라고 눈물 닦아주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손이 뻗어져 나가는 걸 겨우 참았다.
연극이나 뮤지컬은 막이 내린 후에 오히려 눈물이 쏟아져 나오게 될 때가 많다. 다음날 아침까지 먹먹함이 지속되는 경우는 드문데.. 이번 베르테르는 먹먹함이 오래갈 모양이다. 이럴까 봐 배우들이 더 과장되게 커튼콜 때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려 노력했나 보다. 어제 극이 끝나자마자 크리스마스 머리띠를 끼고 나타나 여운을 깨버린 기준 님이 야속했는데 그와 배우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오늘 일상생활이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베르테르 효과가 무섭긴 무섭네.
>>뮤지컬 베르테르를 보고 난 후 혼잣말
1. 슈퍼맨 아무나 하는 거 아냐. 폭력 휘두르는 사람을 마주치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2. 백마 탄 왕자 생각해본 적도 없구먼요. 주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부터 살펴보라는데 아무리 봐도 없는 거 같은 건 기분탓? 숨바꼭질 그만 하고 나와요. 그대.
3. 다른 사람 연애사에 왈가왈부하는 거 아니야. "너나 잘하세요" 이런 소리 들어. 다른 이의 사랑에 조언은 잘하면서 왜 내 사랑에는 그 이론을 적용시키지 못하고 있니?
4. 임자 있는 사람은 사랑하는 거 아니야. 그러는 거 아니야.
5. 시간 지나면 정말 잊히고 옅어지잖아. 그러니까 힘들어도 견뎌볼 만 한 세상, 더 살아가 보는 거야. 그때 왜 그랬을까, 미치게 힘들 필요 없었는데 하면서 피식 웃는 날이 오더라고.
6. 사랑이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시퍼렇게 멍들고 낭떠러지 끝으로 내몰려도 그래도 사랑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