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usikfreunde

커튼콜 없이

류이치 사카모토 : 오퍼스

by Joo Min Park

심연 아주 깊은 곳까지 전달되는 파동, 그의 뒷모습.

맑은 선율과 두근거림, 숨소리가 섞인다.

흑백 영상이 분명한데 파스텔 톤의 색깔이 덧칠된 기분이다.


우리가 일상의 반복과 불안 속에서 헤맬 때 따뜻한 색의 불빛을 비춰 길을 안내하는 그의 음악.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들어라' 가르치기보다 곁에서 가만히 함께 걸어주며 호흡을 가다듬게 해 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고뇌와 한숨, 어지러이 떠다니던 머릿속 음표가 손끝에서 확신으로 전해지며 한음 한음 눌리고 잔잔한 여운의 공명이 청중의 가슴을 울린다.


연주자는 외롭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연습하지 않으면 바로 티가 난다. 끝없이 정진하고 시도해야 한다. 사람들은 타인을 향한 칭찬보다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에 더 익숙하다. 대중과 맞닿은 면이 많은 연주자라면 다음번엔 더 좋은, 훌륭한 곡, 새로운 연주를 선보여야 한다.

거장은 타인의 시선과 싸우기보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겠지. 그렇기에 더 외롭지 않을까?


"다시 합시다" 그 이후 연주된 그의 음악에 눈물이 났다. 자상한 아버지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한다. 우리 딸' 눈 맞추고 미소 짓는 장면에 머문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넌 사랑받고 있다고. 이미 존재 자체로 빛나고 있고 잘하고 있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치열하게 그가 페달을 밟던 발, 타건하던 손을 떼어내고 숨을 몰아쉬었을 때 비로소 연주가 끝났다.


음악에 담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애쓰며 연주하는 그의 모습, 호흡, 선율을 가득 영상에 담아준 모두에게 고맙다.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천문대에서 밤하늘 별을 관측하며 이 영화를, 이 음악을 함께 보는 시간을 누군가 꼭 기획하고 진행해 주면 좋겠다. 하늘의 별이 된 그와 수많은 예술가에게 감사를 전하며...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매거진의 이전글서랍 속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