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E 분야 ESG 적용의 필요성과 실천방안
1. ESG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야말로 ESG 열풍의 시대이다. 상장사를 중심으로 ESG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정부 및 공공기관까지 ESG경영 지침을 세우고 있다. 한편, 거센 ESG 바람이 불던 시기를 지나 요즘은 또 ESG를 비판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ESG를 강조하며 투자계의 발상전환을 일으킨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 Rock) 회장 래리 핑크(Lawrence Douglas Fink)도 기업에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의 ESG를 강조하였다. 2040년까지 달성하자했던 그 유명한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도 과학적으로 검증하여보니 실현가능하지 않은 목표라는 학계의 목소리도 있다. ESG 열풍이 주춤해진 이유를 따져본다면 ESG경영을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자원이 준비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목표가 이상적으로 높았고, ‘COVID-19’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부터 발생한 경제 불황이 한 몫 했다. 그럼 이제 ESG는 생명을 다한 것인가.
아니다. 결코 아닐 것이다. ESG란 용어가 최근들어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새로 생겨난 개념이 아니라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되었으며, 2006년 UN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 책임투자원칙)를 통해 세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ESG는 큰 틀에서 보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뜻하며, UN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실천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작동하고 있다. 혹자에 의하면 이미 금융계에서는 ESG란 용어가 철지난 용어이며, UNSDGs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는 추세란 말도 있다. 결국, ESG란 용어는 트렌디하게 사용되다 세간에 묻혀버릴 수는 있어도 ‘지속가능성 추구’라는 대전제와, 향후 이를 더 강하게 달성하고자 하는 방향성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경제 위기가 닥치는 시기에 잠시 주춤할 뿐, 지속적으로 ESG는 더 강력하게 법제화, 시스템화 될 전망이다.
출처 : https://naver.me/xCilxkw0
그림 1 -유엔글로벌콤팩트 – UN Global Compact Network Korea
2. 예상보다 연관성이 깊은 ESG와 MICE산업
2021년 국내 ESG 바람을 불러일으킨 건 다름 아닌 MICE 이해관계자라면 큰 관심을 가졌을 ‘2021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2021년 5월 30일~31일,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최였다.회의 참가자들은 녹색회복을 통한 코로나 극복, 지구 온도 상승 1.5도 이내 억제, 탈석탄 에너지 전환 가속화 선언 등의 내용을 담은 ‘서울선언문’을 채택하며 ESG 트렌드에 박차를 가했다. 이는 정부를 비롯한 각 부처,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이 기후변화 대응책을 강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것도 대표적인 MICE 행사에서. 특히 해당 행사를 기획한 PCO(Professional Convention Organizer)가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 관객에게 탄소 중립 이벤트를 제공한 내용으로 IAPCO(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rofessional Congress Organisers)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는 ESG를 MICE 현장에 접목한 우수사례이며, 이런 모델은 체계화되어 더 많아져야 한다. 또한 MICE행사의 표본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 2020에서는 ‘화합하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한 이해관계자들’을 핵심의제로 설정하였다. 실제 2020년에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스위스다보스포럼) 스스로도 ESG를 행사에 반영하기 시작했는데, 이례적으로, 또 최초로 여성CEO(Best Buy사의 Corie Barry)가 기조연설을 하였다.
출처 : https://naver.me/xzLtFowY
그림 2 -2021 P4G 서울녹색미래 정상회의 서울선언문 채택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즉시 복귀한 것이 파리기후협약이며, 이는 ESG를 강화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파리기후협약은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COP(Conference of the Parties)에서 모든 당사국들이 다 같이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을 의미한다. COP는 ‘당사국 총회’를 의미하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가입된 당사국들이 모여 기후변화 협약의 이행을 검토하는 회의이다. 또한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가장 중요한 기후 회의로 꼽히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2021년 영국 Glasgow에서 개최되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191개 당사국 중 164개 당사국의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자료를 취합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2010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16.3%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1.5℃ 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감축해야 한다고 밝혀 왔는데, 각국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앞으로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예상치를 넘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국제적으로 큰 이슈를 던지는 COP 행사를 한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많은 도시들이 매우 노력하고 있음을 고려하였을 때, MICE산업은 어쩌면 ESG를 실천하는 하나의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3. 전 세계는 왜 이렇게 ESG에 열광하는 것일까?
단순히 지구와 환경을 위하는 일이 ESG의 실천인 것일까. 아니다. ESG경영은 단순하지 않다. 앞으로의 ESG는 한마디로 ‘기업이 경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고객, 투자자, 정부, 금융기관으로부터 배제될 수 있음’을 전제한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올곧게 경영하는 척 그린워싱(Green washing, 녹색과 세탁의 합성어로 상품이나 용역의 환경적 속성 또는 효능에 관한 표시 및 광고를 허위 또는 과장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NGO를 비롯한 시민단체로부터 고소고발 당하여 과징금을 물 수 있고, 그린워싱한 흔적이 발견되면 투자자와 소비자로부터 지원과 투자, 구매가 끊기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ESG를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는, 지구를 지키는 아름다운 일이라 생각하여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누군가는 하겠지라고 미루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아래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럼 답이 나온다. 우리가, 전 세계가, 모두가 상장사가 아님에도 왜 ESG를 실천해야 하는지. 더 이상 환경보호를 위함이라는 순수한 말로는 설득도, 임팩트도 줄 수가 없다.
출처 : ghgprotocol.org
그림 3 -GHG Protocol(온실가스 회계처리 및 보고 기준)
위 사진은 세계자원연구소(WRI)에서 제시한 GHG Protocol(온실가스 회계처리 및 보고 기준)이며, 우리는 Scope 1,2,3을 잘 이해해야 한다. Scope 1은 기업직접발생, Scope 2는 기업간접발생, Scope 3은 기업이 통제하지 않는 가치사슬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한다. 이 중 Scope 3이 요즘 화두인 ‘공급망’에 해당되는 부분이며, 우리는 공급망 실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 그럼 어떤 이슈가 발생할지 예측해보자. 강조하건대,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MICE산업은 최전선에서 이러한 위기를 감지하여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다음은 MICE산업에서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첫째, 이러한 전 세계적인 ESG 규제 기조에 의해 보다 강화된 정부의 규제로 MICE 업체들의 공공입찰 참여 시 불이익 발생이 우려된다. ESG 4법 개정안이 발의되었고, 진행된다면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이 개정될 수 있다. 공공조달 절차에 있어 ESG 관련 규정이 임의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개정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조달청 등과 공공조달거래를 하는 다수 기업들에 대해 ESG 경영 강화가 요구될 것이다. 정부는 법만 강화하는 것이 아닌 지원도 강화하는 추세이니 MICE기업들도 이러한 정책을 잘 살펴 미리 준비해야 한다. 가치사슬로 묶여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많은 기업들이 ESG경영을 시행하고, 투자자들이 ESG관련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서도 K-ESG 가이드라인을 비롯하여 중소기업을 위한 ESG 지침, 공공조달을 위한 ESG 기본지침 등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중소 및 중견기업 ESG 역량 강화를 위해 실태조사 및 자가진단 툴 마련, ESG 경영교육 컨설팅 강화, ESG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공, 공공기관 ESG 경영 선도하여 공공기관의 ESG 공시 확대, ESG 실행계획수립 및 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둘째, 필요한 시기에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투자자 및 금융기관들이 점차 ESG 우수 기업에 우선 투자 혹은 자금 조달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의 규제와는 또 다른 측면이다. 상장사가 아니더라도 MICE기업에도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자금 조달 상황에서 기업평가를 받을 때 불리한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 상장심사에도 ESG는 규범에서 주류화로 바뀌고 있다.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도 ESG에 대한 고려 비중을 늘리고 있고, 나스닥도 ESG 성과 추적의 불합리함을 인정하면서도 SASB, TCFD, IIRC, CDP 등을 활용해 기업이 목적에 부합하는 ESG 성과를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이 강화되며 안전에 대한 관리도 강화되는데 한국형 ESG 지표를 보면 이에 대한 부분이 강조됨을 알 수 있다. 기업신용평가를 받을 때 재무실적 뿐만 아니라 향후 ESG 요소가 반영된다면 MICE 기업도 긴장하며 이를 관리해야할 것이다. 경험 상 MICE행사 용역 심사 시 기업신용등급도 심사위원들의 중요 고려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미리 준비하지 않아 ESG 리스크를 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또한 필요할 때 금융기관에서 자금조달을 받지 못하면 큰 리스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관리해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공급망 실사 시 ESG 반영으로 인해 협력업체 선정에서 탈락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MICE는 국제협력과 무역거래가 중심인데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주요 글로벌 사업 리그에서 빠질 수도 있다.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ESG 공급망을 이해해야하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소비자 수준도 향상되었으며,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독일은 최우선적으로 공급망 실사법을 2023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탄소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배출권거래제 고도화로 우리 기업들의 장벽 돌파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PEO가 ‘포장재’와 관련한 B2B 전시회를 개최할 경우, 해외 바이어를 초청하려면 전시회에 출품하는 포장재 상품이 ‘탄소배출 기준’에 준하는 상품이어야 할 것이다. 재생가능 원료 사용, 탄소배출 저감 상품 등 ESG 관련 상품을 먼저 이해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무역거래의 꽃인 관련 전시산업도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레고사는 플라스틱 포장제를 없애라는 어린이들 편지에 반응해 플라스틱 포장재를 종이 포장재로 변경하였다. 바이오기반 플라스틱, 생분해성 플라스틱, 식물 플라스틱 등의 대체재 상품이 신시장이자, 향후 지향해야할 방향성임을 인지하고 신사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PCO도 국제기준에 준하는 ESG경영 체계를 갖추고 국제행사를 치러야할 것이며, APEC 등과 같은 국제행사를 수주하려면 ESG 요소를 실천함은 물론 ESG 기획으로 행사를 더 견고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4. ESG경영이 과연 기업 성장에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면 ESG경영을 하면 과연 기업은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며, 여러 조건과 변수를 투입하며 검증되고 있다. 최근 연구 중 가장 눈에 띄는 연구를 소개하며, ESG 경영을 시행할 경우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실제 금전적 효과도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한 예로, 인소영 스탠포드 글로벌프로젝트센터 연구센터장이 최근 실시한 검증에서 EMI(Efficient-Minus-Inefficient) 포트폴리오의 누적 수익은 2009년부터 증가했고, EMI 포트폴리오의 샤프 비율은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ESG경영 실천이 투자 수익으로 이어짐을 밝힌 연구인데 통제변수 조건이 까다로워 연구의 신빙성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민연금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투자 전략이 실제 수익률 성과로 이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ESG 요인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운용전략에 대한 연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ESG등급이 좋은 기업을 매수(Long)하고 낮은 기업을 매도(Short)하는 전략을 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양(+)의 수익률을 얻어냈다"고 밝혔다.
또한 아래 그림은 국내 대표적 ESG 관련 평가 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연구 결과인데 ESG 관련 리스크관리 실패 시 기업가치는 감소하며, ESG기반 혁신을 일으키거나, ESG 반영 성장스토리를 제시하면 장기 관점의 투자가 늘어난다는 것을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MICE로 ESG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산업의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 MICE이다. 산업을 비롯한 기업이 ESG를 고려하고 있다면 MICE도 이에 맞춰 함께 기획해주어야 한다. 포럼, 전시, 이벤트를 기획할 때 해당 기업과 산업의 ESG경영 목표과 목적에 맞게 설계해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에서 ESG 포함한 기획을 해달라 요구했을 때 종이컵을 줄이겠다, 종이를 덜 쓰겠다,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겠다 하는 수준의 전략을 내세운다면 MICE 기획을 맡길 주최자는 실망할 것이며, 계약에 사인하는 것을 주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MICE는 비즈니스 가치를 높여주는 플랫폼이며,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선제적으로 연구하여 관련 MICE상품을 만들어놓아야 하며, 주최자가 요구하였을 때 자신있게 내밀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출처 : 서스틴베스트, 2022
그림 4 -ESG성과에 따른 기업가치
5. 그럼 MICE산업은 이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MICE를 비롯한 ESG 공급망 기업들은 비용부담과 전문인력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토로했으며, ESG정책을 실행할 자금과 현황에 대한 정교한 진단, 컨설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ESG 경영을 실천하려는 MICE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하고, 유관 협회에서는 다양한 교육 및 진단과 컨설팅 지원이 있어야 한다. 특히 MICE관련 부처에서는 ESG 전담팀을 설치하여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 정부
전사적 차원의 세부적 ESG 목표 설정, 분야별 세부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단기 계획으로는 온실가스 및 탄소 배출량 감축 설정, 중장기적으로 관련 인증 획득 등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서 MICE분야에 특화된 ESG 가이드라인을 완성하였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가이드라인 하나로도 이미 시작을 넘어 ESG를 실천하는 느낌이 든다. 이를 기초로 매년 가이드와 지표가 업데이트 되어야 하며, 기본적으로 MICE산업 ESG 보고서를 연간 발행해야 실질적인 효과도 있으며 브랜딩도 가능하다. 공시 의무는 없지만 언제든 준비돼 있어야 하고, 보고서 발행의 지표로 ESG를 관리하면 훨씬 빠르게 실천할 수 있다. 또한 지원제도에서 ESG 관련 요소를 포함하면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은 좋으나 ‘무엇을 하라’라고 명확하게 제시해준 후 그에 맞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올바른 방향으로 ESG를 실천할 수 있다. 제각각의 해석으로 ESG를 실천하면 효과도 없을 뿐더러 그린워싱하기 쉬운 요소가 도처에 널려있다. 정부지원금 제공 시 ESG 전략에 대해 면밀히 검증해야 하고, 그 전에 어떤 전략을 구현하면 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지자체 및 민간 기업에서는 이를 실천할 의지가 생길 것이다. 다만, 심한 규제로 기업을 힘들게 하기보다는 ‘인센티브’형태로 이끄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연간 MICE산업 ESG 경영 대상 시상 등을 운영하고 잘한 기업은 추가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또한 MICE 주최자들은 ESG에 대한 부담도 많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려면 보조금과 지원금 형태로 시범사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 ESG 항목 중 환경만 중요시할 것이 아니라 S에 준하는 인력 관련, 지역 협업 관련 이슈와 G에 해당하는 요소들도 밸런스 있게 잡아주어야 할 것이다.
- 유관협회
대내외 환경을 철저히 분석하여 MICE 업무 중 어떤 부분에 접목하여 성과를 낼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ESG 관련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참고하여 MICE산업에 요구되는 책임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MICE가 일으킬 수 있는 환경오염 원인을 파악하여 솔루션을 찾고, 해당 솔루션이 실제 아웃풋을 내는지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전시업계를 예로 들면 중대재해처벌법, 전시 폐기물, 전시장 에너지 효율, 수송 및 교통 탄소배출 등을 고려한 실사와 검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탄소배출량을 검증하는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측정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강화로 인해 개인정보유출과 같은 정보 관련 보안 이슈가 기업 ESG 성과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ESG 정보 공개 표준을 제시하는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에서는 개인정보 및 데이터 보안 이슈를 매우 중요한 지표로 다루고 있다. 글로벌 ESG 평가 기관으로 잘 알려진 MSCI 평가에서 메타플랫폼스는 최하등급에 가까운 B등급을 받았고, S&P에서는 퇴출당하기도 하였다. MICE는 개인정보를 많이 다루며 이에 대한 보호 및 보안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검증되고 전제되지 않으면 엉뚱한 ESG를 실천하느라고 시간과 비용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 MICE를 비롯한 관련 학계와 전문 기관들과 협력하여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 민간 기업
무엇보다 ESG경영 실천은 MICE기업 CEO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MICE기업의 경우 ESG 경영을 위한 별도 전담조직을 설치하거나 전문인력 배치가 어렵기 때문에 CEO가 의지를 갖고 리딩해야 한다. 기업 내 ESG 아이디어 경진대회 실시, ESG실천 우수직원 표창(인센티브 제공), 기업 내 ESG 체크리스트 확립, ESG경영 보고서 발행 등의 프레임만 짜주어도 조직문화는 알아서 ESG를 경영하는 체제로 전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철강기업의 대표주자 포스코도 CEO의 강력한 의지로 ESG경영 체제로 바뀐 사례로 유명하다. 아무리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CEO 의지 없이는 ESG는 절대 실현될 수 없다. CEO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Governance를 잘 구축하여 E와 S를 실천할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MICE는 산업성장의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에 ESG 혁신을 이끌 MICE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해야 한다. MICE산업이 무엇인가. 산업을 성장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MICE산업이다. 앞으로 ESG를 실현하는 임팩트 있는 MICE 행사 기획으로 기업과 도시, 국가를 브랜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6. MICE산업의 ESG는 함께 준비해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을 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한 가지는 Jonathan L.Freedman과 Scott C.Fraser의 연구에서 착안한 개념 ‘문간에 발 들여놓기’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Harvard Business Review에 소개된 내용인데, 이는 원하는 큰 목표를 상대에게 부탁하기 전, 아주 쉬운 부탁으로 시작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는 이미 쌓인 신뢰를 깨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인간의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부탁을 한 번 들어주면 아주 약하게나마 믿음관계가 생기게 되는데, 그러한 관계가 맺어진 후에는 더 큰 부탁을 해도 들어주게 되는 것이 사람이 심리인 것이다. 이러한 속성을 활용하여 작은 실천들이 하나하나 모여지면 그것이 쌓여 ESG를 실천할 수 있는 큰 동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Wharton School의 Jerry Wind이 ‘불가능한 생각의 힘’ 이라 명명하는 ‘문 닫기 전략’도 있다. 처음에 상대에게 원하는 바에 대해 실제 이루기 힘들 정도의 큰 부탁을 하면 상대가 매우 부담스러워 할텐데, 그 때 오히려 크게 생각되지 않는 진짜 부탁을 수위를 낮춰 하는 전략이다. 우선 반대와 저항이 심할 법한 강력한 ESG 실천목표를 내세우면 충격이 될 것이고, 신기하게도 듣고 나면 여태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고 불편하게만 생각했던 것을 혁신적으로 직접 생각해보게 될 수 있다. 목표를 강하게 설정하면 그에 맞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어떤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 후에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 에코백을 기념품으로 주는 것은 올바른 ESG 실천 방법이 아니다. 단순하게 생각하여 에코백이나 재생용지가 친환경 행위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제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되거나 사회적 인정을 받은 ESG 행동을 실천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IPCC 6차평가 보고서에는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줄이고 대체육을 사용하면 실제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된다.’라는 과학자들의 합의문이 나와 있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MICE행사 시 오만찬 기획이나 F&B 정책에 반영하여 실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일에 일조할 수 있고, 이러한 노력이 결국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처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ESG 실천이 중요하며, 이러한 검증 없이 실천하는 ESG 행동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으며,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히 살펴야 한다.
ESG 실천에 대해 MICE기업은 규제라 생각할 수 있고, 늘 바쁜 상황에서 부담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나브로 ESG는 기업경영에, 일상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이미 반은 넘어온 것 같다. 하지만 ESG 실천에 대한 정부와 유관협회 등에서 제시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 지원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MICE기업 스스로는 실천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특히 이 부분은 교육과 컨설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넛지효과를 주어 MICE기업이 ESG 실천을 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어야 하며, MICE기업들도 스스로 ESG경영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여 함께 ESG 공시와 규제 쓰나미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내용이 길었지만 이 글을 보고 머릿 속에 떠올릴 한 가지는, 전 세계적으로 ESG는 이제 더 이상 권고 수준이 아닌, 강행 수준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좀 더 지나면 사다리 걷어차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또한 ESG는 언제든 약해질 수 있는 용어이나 UNSDGs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이슈는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것만 기억한다면 ESG 실천은 더 이상 부담의 영역이 아니라, MICE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위 내용은 한국관광공사 MICE지식마당에 기고한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