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림을 그려주고 소리도 만들어주는 생성형AI 도구들이 나온지 오래이고, 이제는 특정 소리를 듣고 관련 이미지를 그려주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빗소리를 들으면 비오는 이미지를, 천둥소리가 들려오면 천둥치는 장면이미지를,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들으면 금이 간 그릇이미지를 생성해준다.
마이스(MICE)는 업무 특성상 사람이 직접 해내야 하는 노동집약적 일들이 많지만 일부 반복되거나 정형화할 수 있는 업무는 AI로 관리하면 더 효율적이다. 나라장터에 올라온 제안요청서를 파악한 후 주제, 목적, 장소, 프로그램, 원하는 스펙 등을 정리해 PPT에 페이지네이션만 해줘도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제안서 형식은 유사하기 때문에 정형화되어 있는 편이다. 제안요청서 양식도 유사한 구조여서 이를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꼼꼼한 기획을 녹여내는 것은 오직 인간밖에 못하는 일이지만 낭비하는 시간을 줄여 '좀 더 참신한 기획,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데' 시간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소리를 듣고 관련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생성형AI (출처=Seungwoo Lee, Chaerin Kong, Donghyeon Jeon, Nojun Kwak, "AADiff: Audio-Aligned Video Synthesis with Text-to-Image Diffusion", CVPR 2023 Workshop (AI for Content Creation), June 2023)
생성형AI를 사용하면 유용한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겠다. 첫째, 생성형AI의 가장 큰 핵심기능은 '요약 및 정리'다. 요약하고 싶은 PDF 파일을 끌어다놓으면 이를 학습해 요약한 내용을 보여준다. 프롬프트를 통해 PDF 파일 안에서 알고 싶은 내용을 질문하면 즉각 답해준다. 조사내용이 포함돼 있는 경우,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느냐고 물으면 바로 PDF 파일 안에서 조사대상을 찾아 즉각 답해준다. 마치 개인비서를 두고 있는 것같다. 시간단축은 물론 복잡한 내용도 단순하게 정리해주니 다음 업무를 더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만약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진행하는 'Biopharmaceutical'에 관한 MICE 행사제안서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생전 처음보는 단어일 수 있는 이 주제에 대해 연사섭외부터 프로그램 설계까지 해야 하는 MICE기획은 상당한 머리 회전을 요한다. 일일이 바이오의약품 관련보고서와 논문, 통계자료, 기사를 찾아 정리해서 쓰려면 오랜시간이 걸릴뿐더러 심지어 내용을 모아놓더라도 핵심을 단번에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해당분야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양질의 행사 진행을 위해 전체적인 맥락과 트렌드는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MICE기획자들이 매번 새로운 콘텐츠를 학습하고 제안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기획 파트는 약하게 쓰고 운영 파트만 세세하게 쓰는 역할이라면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고, 진입장벽은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이 쉽게 하지 못하는 영역의 일을 해야 비즈니스가 되고, 주최자는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려 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행사기획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하고자할 때 생성형AI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행사에서 진정한 기획사로 거듭날 수 있는 열쇠 중 하나가 생성형AI라고 여겨진다.
생성형AI는 긴 회의록을 짧게 정리할 수 있고, 인터뷰를 단시간에 정리해 업무에 활용할 수도 있다. MICE 행사를 할 때 회의내용을 예전에 속기사가 정리했다면, 이제는 생성형AI에게 맡겨도 된다. 소리를 녹음해 텍스트로 변환한 뒤, 생성형AI 도구에 넣으면 핵심만 간략하게 요약해준다. 녹음본을 텍스트로 일일이 타이핑할 필요가 없고, 텍스트를 일일이 읽어보고 핵심을 정리할 필요도 없다.
▲PDF 파일을 학습해 답변해주는 생성형AI 샘플
둘째, 생성형 AI는 초안작성을 쉽고 빠르게 해준다. 우리가 글로벌AI포럼을 준비하는 기획자라 가정해보자. 기조연사를 초청하는 이메일을 쓸 때 이러한 프롬프트를 넣으면 아래와 같은 영문이메일 초안이 시간차 크게 없이 바로 작성된다.
'Prompt: 너는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MICE분야 기획자이자 연사의전 담당이야. 2024년 9월 27일(금) 코엑스 platz에서 열리는 글로벌AI포럼에 기조연설로 모시고 싶은 엔비디아 창립자 Jensen Huang을 초청하는 영문 이메일을 작성해줘. AI관련 최신트렌드와 실제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AI 사례에 대한 발표를 부탁하고자해. 예우를 갖추어 초청 영문이메일을 잘 써줘.'
물론 초안이라 완벽하게 작성되진 않았지만 문구 하나하나를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고, 새롭게 워딩을 지어내야 하는 창작의 고통(여기서 고통은 반복되는 워딩에서 다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또 해당 행사를 알리는 SNS 홍보글도 생성형AI 도구를 통해 빠르게 작성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홍보문구를 비롯해 카드뉴스를 생성할 콘셉트, 이미지, 워딩, 해시태그 등도 추천해준다. 물론 그대로 사용하지 않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논에 모내기를 하려면 시작부터 매우 큰 부담이 되겠지만 듬성듬성 모가 조금 심어져 있는 곳에서 작업하면 빈곳을 채우기만 하면 되니 부담도 줄고, 업무효율도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성형AI는 문서의 초안을 작성할 때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여러번 질문해도 다른 답변이 나올 확률이 높은 시스템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항목이 나올 때까지 AI를 돌려볼 수도 있다.
셋째, 생성형 AI는 다양한 옵션을 제공해준다. 예를 들어 글로벌AI포럼을 위한 행사 타이틀을 정해야 할 때 생성형AI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단순반복 업무와 다르게 이러한 타이틀, 주제, 프로그램 하는 부분은 R&D를 맡겨 해결하기도 한다. 그러한 기초가 되는 작업을 할 때 생성형AI는 여러개의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 정확하게 생성형AI 도구한테 주문해야 한다. 목적, 원하는 결과물의 형태, 수량, 크기 정도까지 최대한 자세히 프롬프트로 만들어 넣어주어야 그대로 명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요즘 어떤 생성형AI 도구는 오히려 질문자에게 묻기도 한다고 했다. 특정 내용을 두루뭉술하게 말하거나 인간이면 알만한 내용을 물어보면 Hallucination(환각, 상상 등) 모습을 보여주거나 당신이 원하는 대답이 이러이러한 것이냐고 되레 물어본다. 인간보다 좀 더 똑똑하게 진화하는 것같기도 하다. 조금 지나면 지식의 양은 AI가 인간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생성형AI를 통한 다양한 이미지 생성(플레이그라운드 활용)
이미지를 생성하는 미드저니, 플레이그라운드와 같은 생성형AI 이미지 도구를 통해 행사에 맞는 이미지를 도출할 수도 있다. 글로벌AI포럼 포스터를 '스타워즈 스타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면 뒷배경을 유사하게 만들어준다. 화가 이름, 카메라 렌즈명, 잡지책 이름 등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레퍼런스가 될 스타일을 프롬프트에 넣으면 유사하게 생성해주는 도구들이 있다. 쓰지 않을 이유가 없고, 특히 저작권 이슈가 현재는 없기 때문에 이미지 하나로 고생했던 MICE 기획자들은 지금 당장 플레이그라운드를 켜야할 것이다.
MICE 회사에서 새도우(Shadow) IT(비승인 정보기술, 기업이나 조직이 업무용으로 승인하지 않은 정보기술)를 규정을 정해 허용한다면 일정부분 효율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툴이 나왔을 때 사용법을 익힌다 모두 잘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속 그 툴을 써보며 이런 실험도 해보고, 저런 실험도 해보는 사람만이 그 도구를 익숙하게 쓸 수 있다. 조금 알게 됐다면 아직도 생성형AI를 한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에게 가르쳐봐야 한다. 가르치려면 훨씬 더 많이 알아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학습이 된다. 앞서 설명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비즈니스 문서작성 업무에 적용할 수 많다.
적어도 회사 내부에서 생성형AI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좋다. 다른 사람의 실패 과정을 듣는 것으로 단번에 따라잡기 힘든 영역이기 때문에 실패를 감내하고 빨리 시도하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텍스트를 통해 프롬프트를 넣는 이 생성형AI 방식은 단하나의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도 넣어보고, 저렇게도 넣어서 나오는 답에 대한 감이 생겨야 하고, 써봤을 때 가장 유용했던 프롬프트를 스스로 기억해야 한다. 분야마다 주로 사용하는 생성형AI 도구가 다를 것이며, 산업별로 넣어서 뽑아내는 프롬프트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직접 해봐야 한다.
시작만 하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생성형AI부터 익숙하게 사용해보자. 그런 후에 AI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거나 데이터분석을 통해 전략을 도출하는 방법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AX를 향한 MICE의 발걸음을 바삐하고, 점차 AI를 통해 주최측에게 감동을 주고, 주최측과 함께 시너지를 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VR, AR과의 접목, 디지털 혁신, 행사장 내 CCTV 분석을 통한 소비자 행동패턴 연구 등 AI를 접목해 사업화할 수 있는 아이템도 일부 그려지고 있다.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면 생성형AI부터 섭렵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AI세계를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글/ 윤영혜 교수
동덕여대 글로벌MICE전공
위 글은 마이스투데이에 2024년 7월 19일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