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회, 환경’ 3가지 차원 고려해야 진정한 지속가능성 실천 가능
ESG경영, 탄소중립, 지속가능성이란 단어들이 전 세계에 연일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에서는 ESG위원회를 구성하여 실천가능한 매뉴얼을 만들고, 독일 뮌헨 메세에서 열린 ‘IAA(Internationale Automobil-Ausstellung) 모빌리티 2021’에서는 현대차, 벤츠 모두 탄소중립을 선포하며 20년 이내로 전기차만 판매하겠다 선언하였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이와 같은 키워드가 급부상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이제 깜빡이던 전구를 새 전구로 급히 갈아 끼운 것처럼 환경보호에 대해 매우 선명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코로나19는 약화되겠지만 그 이후 닥쳐올 쓰나미는 ‘기후변화’에 따른 공포스러운 변화가 될 것이라 많은 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다. 최근 150여개국 세계 과학자 1만4천명이 학술지 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공동으로 기후변화 위급한 상황을 집단 경고하였다. 폭우, 폭염, 산불 등 이상이변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팬데믹으로 화석연료 사용은 줄었지만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대기 농도 상황이 역대로 좋지 않았다고 한다.
지속가능한 마이스에 관한 최근 국내 한 연구에 의하면, 마이스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대부분 ‘지속가능성’=‘친환경’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마이스 분야에서 풀어야할 이슈 중 중요도는 높지만 시급하지는 않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한국 마이스의 역사가 짧음을, 그리고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음을 반증한다. 짧은 역사 속에서도 대한민국 마이스 산업은 법제도 정비, 하드웨어 구축, 네트워크 형성 등 기반을 세우는 과업을 충실히 이행하여 국제회의개최 건수 기준 세계 1위까지 도달한 성과를 창출하였다. 아직도 많은 지자체에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중이며, 마이스 선진국에 비교하면 아직도 미완성이지만 이제는 그 발전의 궤도선상에 ‘지속가능성’을 같이 올려놓고 진행해도 될만큼 대한민국의 마이스산업은 성장했고, 성숙했다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한편, 경기도 고양시 2021년 기준 GDS-I(Global Destination Sustainability Index) 통계자료에 의하면, 수도권 대학 중 관광 및 MICE관련 학과에서 ‘지속가능성’을 커리큘럼에 포함하는 학교가 7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미 MICE산업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학계, 업계에서 모두 공감한 것은 물론, 그 중요도에 대해서는 잘 인지하고 있다. 다만, 실천이 매우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으며 그 실천 의지가 매우 약한 것은 사실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오해도 매우 깊다. 마이스 종사자들은 행사 때 친환경 마이스를 반영하여 실천해도 큰 성과가 나지 않고 오히려 불편한 상황을 만든다는 편견이 팽배한 가운데, 지속가능한 마이스를 실천해야한다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의미부터 인식시키고,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 인지시켜야 한다.
우선, 지속가능한 마이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지속가능한 마이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혹시 ‘친환경’이라는 단어만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을 30%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마이스란 3개의 영역을 아우르고 있으며, 우리 인식 속에 3개의 영역이 동시에 떠올라야만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환경’, ‘사회’, ‘경제’ 3가지 차원을 두루 고려해야한다. Robertson(2021)에 의하면 지속가능성이란 경영학에서 활용하는 기업 성과 측정 프레임워크인 TBL(Triple Bottom Line; Environment, Economics, Equity)에서 나온 개념으로, 기업의 성과는 경제적 수익성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환경지속성을 함께 측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추구하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3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룰 때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다는 것이다.
경기마이스도 지속가능성을 논한 지 오래되었다. 누구든 지속가능성은 모든 시군에서 실시해야한다고 추상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이를 제대로 실천할 때가 왔다. 아니, 이미 시작은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실천하면 그리 늦지는 않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마이스 조성을 위해 경기도가 해야할 일을 한번 생각해보자.
첫째, 지속가능한 경기도형 마이스 실천 매뉴얼과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 업계에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라하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재활용 분리수거를 잘하면 되는지, 지역인재를 선발하여 활용하면 되는지 혼란이 올 것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경기도 맞춤형 지속가능한 마이스 실천 매뉴얼을 개발해야한다. 각 지역마다 공통된 항목도 있겠지만 시군 특색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기본 가이드라인은 경기도 차원에서 만들어주어야 한다. 또한 이를 실제 실천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매뉴얼만으로는 실천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과지표와 연동된 체크리스트도 제공해야 시군에서 적극 활용하고, 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지속가능한 마이스에 대해 도내 반복적인 교육과 인지가 필요하다. 아직 마이스는 개발단계에 머무른 도시도 많고, 향후 더 개발해야하는 곳도 많다. 선개발 후보전이 아닌, 모든 개발에 있어 지속가능성을 내포한 설계와 기획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센터를 비롯하여 마이스 시설을 건립하고 난 후 지속성을 고민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새로 지어질 마이스 시설은 무조건 지속가능성을 내포한 개발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환경오염이 심각한 현 상황에 대해 직시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고, 잘못 시행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분기별 교육 등 반복 교육을 통해 인식하게 하고, 체화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시군 공무원 교육점수로 반영하거나, 업계의 경우 교육을 이수하지 않았을 시 지원 혜택을 제한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한 경기 WEEK’ 캠페인을 만들어 도민과 함께 경기도의 지속가능성을 실천해야 한다. 마이스는 기능적으로 플랫폼 역할이 가능하며, 캠페인을 통해 도민을 계몽시킬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도구이다. 수원화성, 호수공원(일산, 광교, 동탄 등) 일대에서 쓰레기를 함께 주우며 조깅하는 ‘플로깅’ 행사를 만들어 도민들이 지속가능성을 실천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같은 기간에 친환경 자전거 대회를, 도민 대상 지속가능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시행하고 아이디어 개발자에 직접 지원이 가능하도록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도내 지속가능위원회를 신설하고, 주기적으로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영향력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아직 ‘지속가능성’이란 용어는 마이스업계 종사자들에게 매우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땅위에서 30cm 정도 붕 떠 있는 용어일 수 있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이 존폐 위기에 처해 업종 변경까지 생각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것이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은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미뤄둔다 해서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더 이상 미룰 수도, 시급하지 않다 말할 수도 없을 만큼 코앞에 더 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안개 낀 듯 잘 보이지 않아 그 공포를 감지하지 못할 뿐, 머지않은 미래에 마이스의 존폐가 아닌 지구의 존폐, 생명의 위태를 걱정할 날이 올 수도 있다. 당장 실천하지 않으면, 오늘 당장 스스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 다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는 보고서 한 켠에 형식적으로 넣어오던 말이 아닌,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실천할 때이다. 이에 대해 생각할 겨를 없이 숨가쁘게 달려온 마이스산업은 이제 한숨 돌리는 타이밍을 가지며 다시 뛰는 발걸음부터는 ‘지속가능성’이란 산소통을 늘 함께 달고 가야할 것이다. 마이스는 주변에 영향력을 미치는 임팩트가 큰 특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실천할 수 있는 도내 분위기를 리딩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설 수 있는 산업이다. 마이스로 지속가능한 세상을 리드하자. 그게 마이스의 힘이고, 가치가 될 것이며, 마이스가 인정받을 지속가능한 전략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경기관광공사 뉴스레터(2021년 하반기)에 실린 글을 각색하여 브런치로 가져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