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에 익숙해지기
얼마 전, 시드니에서 내 생일을 보냈다.
생각해보니 작년의 내 생일도 한국이 아닌 오스트리아에서 보냈다. 내년 내 생일에 나는 과연 한국에 있을까? 아니면 삼년 연속 해외에 있게 될까? 아직 나도 알 수 없다. 내 인생 어떻게 흘러갈지 가늠할 수가 없다 ~
작년 1월 15일 내 생일, 나는 전날 밤에는 기숙사의 친구들과 내 생일 축하파티를 했고 생일 당일 인스부르크라는 오스트리아의 한 도시로 홀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 여행을 떠난 이유는 단순하다. 오스트리아 기차 회사(웨베베 라고 불리우는) 에서 생일날 오스트리아의 어디든 무료로 갈 수 있는 공짜 기차표를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교환학생 신분으로 오스트리아에 있던 상태였고, 그곳에서의 시간이 약 한달정도 남지 않았기에 그 나라의 안가본 곳들을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보고 싶었지만 그동안 갈 기회가 없었던 인스부르크 (Innsbruck)로 혼자 여행을 가게 되었다.
사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MBTI검사를 하면 항상 나오는 결과는 'ESFP' , 즉 사람과 있는 것을 참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다.
사람과 함께하는 경험을 좋아해서 그런지, 그동안 유럽에서 참 많은 여행을 다녔지만 모두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었거나, 여행지에서 만날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게 아무도 함께 하지 않는 여행은 정말 처음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좋았던 여행이었다.
기차에서 홀로 앉아서 노래를 듣고, 생각에 잠기며 그동안에 내가 해왔던 다양한 경험들을 복기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새로운 한 해를 보낼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비록 머물게 된 호스텔에서 한 아저씨가 코를 정말 많이 골아서, 단 한숨도 제대로 잘 수 없어
비몽사몽 머리 아픈 채로 호스텔을 나가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때 여행이 내가 해왔던 어떤 여행보다 기억에 남는 이유는
오롯이 혼자였던 여행, 그래서 나에게 깊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혼자 알프스 산맥을 올라갔다 (비록 케이블카를 탔지만) 는 것, 그리고 거기서 긿을 잃을 뻔 했다는 것
하지만 어떤 아저씨가 도와줘서 무사히 생존(??) 할 수 있었다는 것 등
오히려 혼자 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경험들인 것 같다.
시드니에서의 생일은, 작년과 같이 감사하게도 함께 축하할 사람들이 있었다. 맛있는 멕시코 음식을 먹으며 생일을 기념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족이 없어서 약간 공허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편지와 선물들을 받았다. 특히 나와 함께 집을 쉐어하는 친구의 선물이 감동적이었는데,
친구는 쇼핑을 할 때마다 내가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하나 둘 씩 샀다고 한다.
내가 잠을 깊게 잘 못자는 편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숙면에 도움이 되는 차들과 영양제를 사주었다. 나에 대한 것들을 기억해주고 챙겨주는 게 참 고마웠다.
우버 이츠로 다음날 케이크를 내 오피스에 배달 시켜줬다. 넘 고마웠다.
비록, 보고싶은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고, 미역국도 먹지 못했지만 그래도 2년 연속 생일을 해외에서 보내며 외로운 마음, 공허한 마음을 달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배우는 과정에 있다.
교환학생 시절에는, 언제나 나는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하지만 여기 시드니에서는 혼자있는 시간이 많다.
비록 누군가와 함께 있었을지라도, 나는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라도 괜찮다. 그런 시간들이 오히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보다 값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앞으로도,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