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타이밍은 참 절묘하다. 한 해의 마지막 일주일에 해당하는 날이면서 동시에 그 마지막 일주일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한 해의 끝의 머리, 그야말로 끄트머리.
그래서인지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는 괜히 심란했다. 환희와 흥분으로 가득한 24일과 25일이 지나고 나면 마치 우주의 스위치가 툭 꺼져버리기라도 한 듯 잔뜩 쓸쓸했다. 뭐랄까, 1년 동안 크리스마스만을 위해서 달려온 온 세상의 에너지가 이브와 크리스마스에 팡! 터지고 난 뒤 26일 0시가 되면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것만 같은 허무한 종말적 느낌. 이렇게 보면 크리스마스가 끝날 때 그 해 1년도 함께 막이 내려야 자연스럽고 깔끔할 것 같은데, 어색하게도 우리에겐 6일의 시간이 더 남아있다. 마치 덤처럼.
미셸 트루니에라는 프랑스 작가는 “크리스마스와 정월 초하루 사이의 기이한 일주일은 시간의 밖에 있는 괄호 속 같다”라고 썼다.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히 같은 생각이다.
그 기이한 일주일 동안 우린 잠시 시간의 바깥을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1.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