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조화를 잔뜩 샀다.
꽃을 좋아하는 미양이에게 안전한 꽃놀이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여름 동안 해바라기를 꽂아 두었고 미양이는 해바라기가 가짜인 줄 알면서도 볼 때마다 갸웃거리며 달려들곤 했다.
가을에 코스모스를 꽂아두면 코스모스를 바라보는 미양이가 눈부시게 반짝일 것 같았다.
하지만 미양이가 코스모스를 보는 일은 없었다.
미양이는 9월부터 아무것도 삼키지 못하더니 10월이 오고 얼마 되지 않아 고양이 별로 떠났다.
미양이가 떠난 지 1년이 넘었지만 나는 여전히 현관문을 열 때 미양이가 뾰롱 거리며 튀어 나올까 시선이 발 아래로 향한다. 샤워를 할 때면 밖에서 야옹거리는 목소리가 들려 조급해지고, 침대에 벌러덩 몸을 던지려다가도 이불 속 어딘가에 미양이가 자고 있을까 멈칫하는 버릇도 그대로다. 나는 그럴 때마다 마음이 슬프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미양이를 기억한다.
미양이가 가고 나서 유난히 모든 동식물에 마음이 애틋하다. 그들에게서 미양이를 보려는 것인지 내 영혼이 생명의 찬란함을 알아보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그냥 난 매일매일 미양이가 아주 많이 보고싶다.
202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