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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an Jan 10. 2022

드디어 브런치

생애 처음으로 작가 타이틀을 얻었다. 진짜 작가는 아니고 브런치 작가.

 

그냥 블로그 하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브런치는 나름 ‘괜찮은 컨텐츠’가 생산되는 플랫폼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만년필이 그려진 로고, 종이와 검정 잉크가 생각나는 인터페이스 뿐만이 아니라 승인 심사에 통과된 ‘작가’만이 글을 발행할 수 있고 그런 글들이 정식 도서 출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즈니스 플랫폼의 특성 같은 것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무엇보다 실제 브런치에서 퀄리티 있는 글을 쓰고 좋은 책을 낸 작가들의 몫이 제일 크겠지.

 

그래서 작가 신청을 하면서 조금 떨렸다. 이미 등록된 작가만 5만여 명에 이른다고는 하나, 신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승인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사람은 브런치 4수를 했다고 할 정도이니 심사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올 한 해 더럽게 운이 없었던 것 같아서 더 걱정됐다(그렇다고 해서 작년에는 운이 좋았던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럼 재작년에는?...).

 

그러나 다행히도 한 번에 작가 승인을 받았다. 크고 작은 좌절들의 연속으로 실패가 내면화되고 있던 나에게 이 작은 소식은 꽤나 크게 다가왔다. 언제부터인가 인생이라는 프로그램은 내가 무얼 입력하든 오류나 실패 같은 결과값만 내줬다. 그래서 작가 승인이라는 긍정의 결과값을 돌려받았을 때 - 과장이 아니라 - 진심으로 울컥했다. 내 책이 발간되는 것도 아니고 무슨 문단에 등단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오늘 이 작은 소식은 분명 매정한 인생 앞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나에게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응원이었다.




2021.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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