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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Apr 20. 2022

직원을 6000명이나
고용을 한다고 하셨나요?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실제보다 잘나 보이고 싶거나 못나 보이기 싫어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또는 곤란과 불편을 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 라르스 스벤젠 <거짓말의 철학>에서 인용 -




켈리, 직원을 6000명이나 고용을 한다고요? 혹시, 회사 규모를 부풀리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시죠?


이 글과 이어진 다섯 가지 글의 주제는, '켈리 최의 사례 분석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은 질문들' 중에서 다음 질문을 검증해 보기 위한 것이다.

"1. 켈리 최는, 꾸미거나 감추는 것 없이, 항상 정직하게 사실과 진실만을 우리에게 말해 왔는가? 그래서, 켈리 최의 말은 '모두' '말하는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


6000명의 직원


켈리 최의 유튜브 채널에 2021년 11월 23일 자로 공개한 홍보 영상의 제목은 "6000명의 직원을 두면서 배운 것들"이다. 또, 2022년 3월 22일에 방송된 KBS 1TV '아침 마당'의 방송 내용을 요약하여 기사로 작성한 많은 신문 기사에는 '직원 6000명'이라 명시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켈리 최의 유튜브 2021년 11월 23일 자로 공개한 영상 콘텐츠 부분 화면 갈무리
이미지 출처: 조이뉴스24 신문 기사 일부 화면 갈무리, 2022년 03월 22일 자


유튜브 영상에서는 '6000명의 직원을 두면서'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해당 표현은 일반적으로 '6000명의 직원을 고용하면서'로 읽힐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신문 기사의 제목에 '직원 6000명'으로 표현되어 있고, 본문에서는 '6천 명의 아시안에게 새로운 직업을 창출'로 표현되고 있다. 제목과 본문의 내용을 통합하면, '6천 명의 아시아 사람을 고용하고 있구나'로 이해될 수 있다.


그래서, 해당 정보를 보고 내리게 되는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결론은 이럴 것이다. '직원이 6천 명이나 된다고? 야, 대단하네. 회사 규모가 엄청나네. 진짜 성공했네. 켈리 최가 대단한 사람이네."


그런데, 2021년 6월에 개정된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개정판에서는


켈리 최의 책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개정판에 따르면, 켈리델리의 직원은 사무실에 171명, 매장에 236명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개정판 해당 부분 화면 갈무리, 책에서 '2021년 6월 현재'라고 밝히고 있음.


직원은 사무실에 171명, 매장에 236명


책의 설명에 따르면 켈리델리 사무직은 171명으로, 영국에 있다는 본사를 구분하지 않고 12개 국가로 균등하게 나누면 국가별 지사 직원은 평균 14.25명 수준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공개된 통계 자료에 따르면(GlobalDatabase)에 따르면, 본사로 추정되는 켈리델리 컴퍼니 리미티드(KellyDeli Company Limited)에 고용된 인원이 60명이라고 하니, 나머지 각 국가별 지사 사무실 정직원의 숫자는 크지 않은 평균 9.25명으로 추정해 볼 수 있었다.


켈리델리에서 직접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직영점 등 매장에서 생산에 참여하는 인원이 236명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평균적인 스시 키오스크 근무자를 4-5명으로 가정한다면, 유럽 전체에 47-59개 정도의 프랜차이즈 직영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진출해 있다는 12개국으로 나누면, 국가별로 약 4-5개 정도를 직영하고 있다고 산출해 볼 수 있었다.


3400여 개의 직업을 창출?


본사에서 직접 고용한 직원을 제외하고, 책에서는 가맹점주와 그 직원을 포함하여 '3,400여 개의 직업을 창출'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투자하여 가맹점의 운영권을 갖고 있는 개별 법인 사업자인 가맹점주와 가맹점주가 독립적으로 직접 고용한 인원을 포함하여 산정한 숫자라고 짐작된다. '직업을 창출'이라는 표현은, 전부 켈리델리에서 직접 고용한 직원인 것처럼 과장하지 않은, 비교적 양심적으로 표현된 방식이라 생각된다.


매장 평균 근무 인원은 3명으로 추정해 볼 수 있었다


책에서 1,199개의 키오스크가 있다고 했고, 3,400여 개의 일자리라고 했으니, 역산하면(3400÷1199), 키오스크 별로 약 3명이 근무를 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루 종일 3명의 직원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가맹점 관리 및 생산을 한다면 스시 프랜차이즈 각 매장의 크기와 매출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관된 통계 자료가 없는 듯


켈리 최는 자신의 유튜브 등의 콘텐츠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자체적으로 고용한 직원을 켈리델리가 직접 고용한 직원인 것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제시되는 숫자가 일관되지 않았다. 켈리 최가 2021년에 6월에 출간한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개정판의 본문에서는 '3,4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표시하였는데, 동일한 개정판의 저자 서문에는 "유럽 11개국에 약 '5천4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밝히는 등 같은 책 내에서도 서로 수치가 달랐다. 본문의 내용을 서문 작성자가 확인하거나 정확하게 알지 못했거나, 서로가 정확하고 명확하게 참조할 일관된 통계 자료가 없지 않았나 추측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정확히는 다른 회사에 고용된 직원들이기 때문에


또한, 유튜브 영상과 켈리 최의 KBS 아침 마당 출연을 홍보한 많은 신문 기사에서는 6,000명의 직원이 켈리델리에 고용되어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고용에 관여하지 않는 독립 가맹점의 직원을 포함하여 '6000명의 직원을 두면서'라고 표현한 것은, 자신의 프랜차이즈 회사의 규모를 직원이 6000명이나 되는 엄청난 회사로 보이기를 원하거나 의도한 것이 아니었나 짐작해 볼 수도 있었다.


이미지 출처: 엑스포츠뉴스 (xportsnews.com) 기사 캡처, 2022년 3월 22일 방송 '아침 마당' 관련 기사


'6천 명이 모두 아시아인'은 또 무슨 말이야?


특히, '6천 명이 모두 아시아 사람들이다'라는 표현은 매우 부정확해 보인다. 실제로 경험하고 파악하기로는, 가맹점들이 고용한 직원들 중에는 유럽인을 포함하여 비아시아계도 많이 있었다는 점이다. 독립적인 법인 회사인 독립 가맹점에 소속된 직원들의 출신 국적 자료를 요청하는 것은 유럽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확한 통계 자료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 와서 유럽에서 아시아인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자신이 공헌하고 있다고 홍보하기 위해서 선택한 과장된 표현이 아니었나 추측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머니투데이 2022년 3월 22일 자 관련 기사 중 일부 화면 갈무리


직접 고용에 관여하지 않는 독립 가맹점의 직원을 직접 고용한 듯한 모호한 표현들


자신이 고용과 급료 지급에 전혀 관여하지도 않는 독립 가맹점의 직원까지 포함해서 '우리 직원만 6000명이고 다 아시아 사람들이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정신 승리다. 사실은 6000명이 켈리 최의 직원도 아니다. 6000명으로 추정하여 표현하고 있는 관련 업체 직원에는, 아시아 사람이 아닌 유럽을 포함한 다른 지역 출신들도 많았다.


뭐, '우리가 뽑지도 않고 월급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독립 가맹점의 직원도 '우리 가족'으로 '우리 직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멋쩍은 듯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뭐, '인류학적으로 모든 현생 인류의 기원은 아시아이기 때문에 넓게 보면 모두 아시아 사람으로 부를 수 있다'라는 확인할 수 없는 인류학적 이론을 끌어들여 억지로 설명을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켈리 최가 그렇게라도 논리를 찾아서 설명하려고 애쓴다면, 궤변이지만 정성이 갸륵해서 인정하겠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적인 근거라도 짐작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누구신지?


켈리 최가 유럽의 어느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방문한다고 해도 누군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현지 독립 가맹점에서 독자적으로 고용한 직원들이니 그녀가 누군지 알리가 없다. 그래서 그녀가 스시 판매대 앞을 서성거리며 자기가 누군지를 알아 달라고 얼굴을 내밀어도 직원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저기 이상한 아시아인 아줌마가 이상하게 자꾸 쳐다보고 있다."라고 서로 속삭이며. 왜냐하면, 그녀가 독립 가맹점의 고용에 전혀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다른 회사의 직원이기 때문이다. 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켈리 최의 유튜브 채널에서 2024년 6월에 대중에게 공개한 영상 중 일부 화면 갈무리


아전인수


슈퍼마켓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장에 갔더니 직원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 있을 때, "직원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회사가 크게 성장했구나" 이렇게 느낀다고 그녀는 어느 영상에서 말하고 있었다. 아전인수의 전형이고, 참으로 대단한 정신승리라고 생각되었다. 삼성의 이재용 회장을 삼성 직원들 모두가 알아볼 수 있다면, '회사가 작아서' 알아본 것이 아니다. 기업 내에서의 인지도나 존재감이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실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직원이라고는 해도, 자신을 고용한 회사와는 다른 회사인 어느 프랜차이즈 회사의 (현재 근무도 하지 않는다는) 창업자가 누군지까지 시시콜콜하게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혹시,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슈퍼마켓 스시 판매대 앞에서 계속 서성이는 그녀를 보면 직원들이 알아채고 반갑게 뛰어나올지도 모른다. "손님, 혹시 필요한 것이 있으세요?"


모두 현지 백인이라며


게다가 유럽에서 아시아 사람들을 위해서 대단한 공헌을 한 것처럼 강조할 때는, 직접 고용하지도 않은 가맹점 직원의 숫자까지 포함하여 '우리 직원 6000명이 모두 아시아 사람들이다'라고 자랑을 하다가, 한국 대기업이 유럽 시장에서 실패했는데, 자신만이 성공한 이유는 본사 사무실 직원이 '모두 현지 백인'이기 때문이라고 자랑을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다.


https://brunch.co.kr/@algarve/162


켈리 최가 말한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유럽 현지에 거주'하고, '인종적으로는 백인'인데, '아시아 사람'인 조건을 갖춘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조합은 끼워 맞추기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불가능한 조합을 갖춘 사람들만을 가려서 사무실 전 직원으로 뽑아 놓았다면 대단한 능력이다.


짐작으로, 방송이나 매체에 나와서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답변을 했는데, 나중에 이런 불가능한 조건과 조합이 만들어질 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황당하고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


켈리 최가 질문받은 주제에 대해서, 실제보다 수치와 사실을 가능한 확대 해서 임기응변으로 답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신이 한국의 여러 매체에서 흩어 뿌리고 있는 메시지들이 서로 다르고,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메시지를 전체적으로 정교하게 관리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메타인지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켈리 최가 말하고 있는 개별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이 쪽 저 쪽에서 말하는 내용 자체가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출처: 조선일보 관련 기사 중 일부 화면 갈무리.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4/20/2018042001860.html
켈리 최의 유튜브 2021년 11월 23일 자 콘텐츠 캡처
이미지 출처: 조이뉴스24 신문 기사 일부 화면 갈무리, 2022년 03월 22일 자


사실, 이러한 자료와 메시지의 충돌은 특정 수치를 상황에 따라서 과장하거나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말한다면 오류는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럴 때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켈리델리가 직접 고용한 인원은 171명 + 236명 정도다


켈리델리가 직원은 6000명이 아니라, 켈리 최가 2021년도 개정판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에서는 정직하게 사실대로 표로 정리하고 있듯이 사무실 직원 171명(국가별 평균 14.25명)에 현장직 236명 정도가 아닐까 싶다. 2019년 10월 30일 전주 MBC 방송 자료(39분 05초-)에서, 켈리 최가 "저희 사무실 직원만 150명 정도 되거든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실제로 고용하고 있는 정확한 수치로 추정할 수 있겠다.


켈리 최의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개정판 화면 캡처, 책에서 2021년 6월 현재라고 밝히고 있음.


이와 동일한 수준의 고용 인원임을 증명할 수 있는 통계 자료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글로벌 데이터베이스(Globaldatabase.com)에서 공개하고 있는 연도별 직원 증감 추이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도에 438명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미지 출처: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켈리델리(Jimiki Limited) 고용 인원 변화 그래프의 일부 화면 갈무리


직접 고용한 본사 직원을 제외한 가맹점 고용 인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불가능


켈리델리가 고용하지 않고 가맹점에 의해서 독립적으로 고용된 가맹점 직원이라도, 매장 생산직의 급료 수준이 낮아서 개별 매장별로 직원의 변동이 상당히 심하고, 시간제 근무 등 다양한 고용 형태가 있기 때문에, 6000명이라는 수치가 정규직인지, 시간제 근무 포함인지, 연 인원인지 어떻게 산정한 수치인지 짐작할 방법이 없다.


고용된 인원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취합하고 통계를 내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일단 켈리 최가 제시하고 있는 6000명이 정확한 수치라고 가정하면, 6000명 중에 위 본사 직원을 뺀 나머지 5,593명은 가맹점을 운영하는 개별 파트너사에서 자체적으로 고용을 하고 급료를 주는 직원들이다. 다시 말해서, 켈리 최나 본사가 전혀 고용에 관계하지 않으며 책임도 없고 동시에 권한도 없다. 정확하게 말해서, 켈리 최가 직접 6000명의 직원을 고용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6000명의 초밥 장인들 트레이닝을 내가 다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 켈리 최를 만나려면)

https://brunch.co.kr/@algarve/160


한국의 치킨 프랜차이즈 홍길동 사장 스토리


동남아 국가에 진출하려는 한국의 중견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치킨 프랜차이즈 창업자인 홍길동 사장이 해당 국가의 대중 매체와 회사 홍보를 겸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홍길동 사장에게 현지 매체가 한국 본사의 직원은 몇 명인지 질문을 한다. 정직원의 수는 회사의 규모를 드러내는 수치다. 홍길동 사장이 알고 있는 직원의 정확한 숫자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전국 지사 사무실 근무자가 170여 명 되고, 본사가 직영하는 매장 근무자가 230명 정도 되어, 실제로 본사가 직접 급료를 주는 고용 인원은 400여 명쯤 된다. 


그런데, 현지에 와서 보니 해당 국가의 인건비가 낮아서 지점이 몇 개 되지도 않는 동네 슈퍼마켓 체인도 직원이 몇 백 명이나 되었다. 실제로 고용된 본사 직원이 400명이라고 하기에는, 한국에서 온 대단한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라고 현지에서 소개되고 있는 자신의 체면이 서지 않았다. 실제 인원을 말하면 자신의 회사가 작고 초라해 보일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래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고 그날은 대충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긴급회의


긴급회의가 현지에서 열렸다. 회의 중에, 본사에서 고용한 직원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독립 가맹점주와 직원, 그리고 아르바이트(시간제 근무자)까지 모두 포함하여 자신의 프랜차이즈 회사 직원으로 포함시키는 것이 어떤지를 누군가 제안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홍길동 사장은 칭찬을 했다. 사실, 직접 고용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발생한 고용 인원이니까 넓게 보면 "우리 직원이나 다름없지" 이렇게 합리화하니 마음이 편했다.


문제는 전국의 독립 가맹점의 고용 인원을 일일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 독립 가맹점의 고용 인원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가맹점에서는 정규직보다는 임시직이 많고, 대부분 아르바이트(시간제)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고, 낮은 시급과 힘든 근무 환경에 수시로 왔다 갔다 해서 고용 인원을 산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누군가 제안했다. "그냥 가맹점당 대충 평균 5명 정도로 잡으면 안 되겠습니까? 이 나라 사람들이 한국 사정을 정확하게 알리도 없고..." 굿 아이디어! 통과.


그럼, 6000명으로 하지


전국 가맹점의 개수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반올림해서 1000개 정도로 잡을 경우 1000 x 5 = 5000명이다. 그 정도면 만족스러운 수치다. 누군가 추가로 제안을 했다. 실제로 가맹점이 개설되어 있지는 않지만 포장된 치킨 패키지를 납품하여 단순 전시 판매를 하는 슈퍼마켓도 매장에 포함시키는 것이 어떨까요? 좋은 아이디어였다. 대충 200여 곳으로 산정했다. 그럼, 매장 1200개 x 매장당 5명= 총 6000명. 만족스러운 수치다.


세계적인 글로벌 사업가 우리 회장님


다음 날 동남아 현지 매체에 크게 홍보되었다. 


"한국에 치킨 열풍을 일으키고, 단 5년 만에 전 세계에 12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고용된 직원만 6000명에 이르는 한국 최대의 치킨 프랜차이즈가 드디어 상륙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의지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일으키고, 몇 년 만에 몇 천억 부자가 된 신화 같은 인물 홍길동 회장. 우리나라에서 청년들에게 부자가 되는 비밀을 나누어 모두 부자가 되게 만드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지인들은 열광했고, 모두들 '회장님' '회장님'하며 세계적인 글로벌 사업가로 홍길동 사장을 칭송하며 받들어 모셨다.


직원이 6000명이라고 부풀려야 하는 이유를 짐작해 보면


우리는 켈리 최가 켈리델리에서 직접 고용한 인원과 다르게, 대충 6000명 정도 된다는 개별 가맹점의 직원들을 모두 포함하여 직접 고용하고 있는 듯이 슬그머니 흘리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국에서 중견기업의 기준을 넘어서는 대기업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상한 기준이, 상시근로자수가 1,000명 이상, 자산 총액 5,000억 원 이상,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 원 이상이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직접 고용하지도 않는 독립 가맹점의 직원을 모두 포함시켜 대충 6000명이라고 하고, 가맹점의 매출이 포함된 독특한 매출 6000억을 강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겨우 한국에서 흔한 중견 프랜차이즈 회사를 창업한 일개 '사장님'이 아니라, 유럽에서 거대 기업을 이룩한 '회장님'으로 추앙받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을 테니까.


이미지 출처: 공개된 유튜브 영상 댓글 의견 중 화면 일부 갈무리


숫자 하나 더


켈리 최가 그녀의 책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의 개정판을 2021년 6월에 출간하였다. 개정판 서문에 "유럽 11개국에 약 5천4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연매출 5천 억 원의 글로벌 기업가"로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6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였다'라는 직접적인 과장을 하지 않고, "약 5천4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이라는 표현은 논란을 피하면서 유사한 효과를 얻는 조금 더 전략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일자리를 창출'은 켈리델리 직원뿐만 아니라 사업과 관련하여 파생된 간접 고용까지 포함한다는 의미일 것 같은데, 여전히 어떤 의미를 유도하고 싶고, 더 크게 보이고 싶은 욕망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 것 같다.


책의 서문에는 5400명, 본문에는 3400명, 언론 인터뷰에서는 6000명이라는 숫자가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는 것은 여전하다. 본사에서 직접 고용한 직원이야 자료가 있으니 사무실 171명, 매장 236명으로 책에서도 엄밀하게 구체적으로 숫자를 밝힐 수 있지만, 직접 고용에 관계하지 않아서 정확하게 알 수가 없는 독립 가맹점의 간접 고용까지 포함하여 큰 숫자를 홍보하려 하다 보니 숫자가 오락가락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 보다 해외에서는 조금 더 정직한 듯


아쉽게도 한국 보다 해외 언론에는 조금 더 정직하게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듯하다. 영국 선데이 타임즈 관련 기사에서는, 대충 "직원이 6000명"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현재 '직접 고용한 직원'들과 '가맹점 직원 수를 모두 합해' 5,500명"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There are now more than 5,500 people - either direct employees or franchisees -")


 

이미지 출처: 티스토리 쥬쥬의 일상, 관련 기사 번역 일부 화면 갈무리, 원본 링크: 이미지에 포함


도대체, 6000은 어떻게 나온 수치일까?


켈리 최는 '6천 명의 직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6천 명의 스시 장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6000'이라는 수치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자체적으로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독립 가맹점의 고용 현황을 켈리 최가 구체적으로 알 수도 없고, 고용 내역을 알려 주도록 간절히 부탁을 해도 협조하는 가맹점도 드물 것이고, 알려 준다고 해도 정규직, 임시직, 시간제 등 기준을 잡기도 힘들어 통계의 정확성을 담보하기도 힘들 것이다. 


가맹점의 실제 고용 자료를 모두 모아서 산정한 것이 아니라면 6000은 어떻게 나온 수치인지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대충 어떻게 해당 수치가 산정이 될 수 있었는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짐작을 해 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것이, 가맹점 숫자에 가맹점의 평균 고용 규모를 산정하여 대충 곱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보았다. 


예를 들어, 가맹점 숫자가 1200개라고 하면, 매장 당 직원을 넉넉하게 5명으로 추정하여 곱하면 6000명이 된다. 5400명의 경우,  매장 당 5명으로 나누면 가맹점 숫자가 1080개가 된다. 즉, 자기들이 파악하고 있는 가맹점의 개수가 1080개 정도 되니 5명을 곱하니 5400명 정도가 나오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 본 것이 6000이라는 숫자도 맞아떨어지고 가장 그럴듯했다.


정확한 통계에 근거한 수치는 아닐 듯


그런데, 내가 운영에 관여한 3개의 포르투갈 독립 가맹점의 경우에 고정 근무자가 5명에 미치지 못하였고, 매장당 직원은 2명, 3명, 3명이었다. 물론, 상시 근무자가 아니라, 짧게 일하다가 그만둔 직원들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일 년 동안 거쳐간 직원은 오히려 5명 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숫자 3400, 5400, 5500, 6000 등은 모두 정확한 통계에 근거한 수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겠다.


6천 명이 모두 아시아 사람이다. 알면서도 한 사소한 거짓말일지도


'6천 명이 모두 아시아 사람들이다'라는 말에는, 앞서 설명한 대로 '6천 명'도 정확한 통계에 근거한 수치가 아니고 최대한 부풀린 것일 테지만, '모두 아시아 사람'이라는 표현은 통계의 신뢰성을 따질 정도가 아니라 필요할 때 근거 없이 지어낸 '거짓말'의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직원이 모두 (유럽) 현지 백인"이라는 켈리 최의 또 다른 말과는 어떻게 연결 지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https://brunch.co.kr/@algarve/310


이 글을 시작하면서 우리에게 던졌던 질문을 다시 기억해 본다.


"1. 켈리 최는, 꾸미거나 감추는 것 없이, 항상 정직하게 사실과 진실만을 우리에게 말해 왔는가? 그래서, 켈리 최의 말은 '모두' '말하는 그대로' 믿어도 되는가?"


앞으로 인터뷰를 하는 분은, 켈리델리 본사의 고용 규모를 확인하고 싶다면,


[ 켈리 최에게 이렇게 질문하라 ]


1. 켈리델리 본사에서 직접 고용하고 있는 직원은 몇 명인가요?

2. 6000명은 어떻게 산출된 수치인가요? 켈리델리에서 직접 고용한 직원인가요? 가맹점에서 독자적으로 고용한 인원도 포함된 것인가요?

3. 6000명은 정규 고용된 상시근로자의 숫자인가요? 아니면, 비상근 근로자나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수치인가요?

4. 6000명이라는 수치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추출된 것인가요? 

5. 6000명에 독립 가맹점이 독자적으로 고용한 인원이 포함되어 있다면, 가맹점으로부터 받은 통계 자료에 근거하여 산출한 수치인가요?

6. 직원 '6000명이 모두 아시아 사람'인가요? 어떤 통계 자료에 근거하여하신 말씀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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