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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Oct 29. 2022

플라시보 효과: 가짜 약도
효과가 있으면 팔아도 좋다?

"우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실제보다 잘나 보이고 싶거나 못나 보이기 싫어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또는 곤란과 불편을 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 라르스 스벤젠 <거짓말의 철학> 에서 인용 -




플라시보 효과: 가짜 약도 효과가 있으면 팔아도 좋다?


플라시보, 위약(僞藥), 가짜 약


치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가짜 약을 환자에게 투약하였을 때, 진짜라고 믿는 환자에게 심리적 효과가 발생하여 실제로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위약(僞藥) 효과' 또는 '플라시보(placebo) 효과'라고 한다.


위약 효과를 이용한 위약의 투여는 의료 행위에 있어서 필수 윤리 조건인 의사와 환자 간의 신뢰를 깨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되고 있다. 실제로 진짜 의약품이 아닌 위약을 투여한 사실을 환자가 알아차렸을 경우, 일부에게서 위약 효과와 반대되는 노시보(Nocebo) 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현재 위약의 사용은 실제 치료에서는 거의 행해지지 않고 있다. (위키백과)


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시약 허가 전 단계에서, 시약과 위약의 효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방식으로는 이용된다고 한다.


어떤 미모의 연예인


순백의 피부로 유명한 미모의 연예인이 '누구나 부러워하는 피부를 갖게 된 비밀을 밝힌다'며, '자신만이 알고 있기보다는 전 국민들에게 알려서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피부 미인이 되게 만들고 싶다'며 어느 날 갑자기 방송에 나와서 홍보를 시작한다.


스캔들로 떠나 있었던 몇 년 동안 우울증으로 고생했고 죽을 만큼 너무 힘들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고백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마음 아파한다. 자신이 은둔하고 있었던 시간 동안 스트레스로 피부가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엉망이 된 피부 때문에 절망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절망을 받아들이지 않고, 어느 날 새롭게 인생을 살아보자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발간된 피부 미용 관련 서적을 1000권 이상을 읽었다고 한다. 책 속에서 나열된 성공적인 피부 미용 비법들을 섭렵하여 지금은 자신이 전 세계에서 0.1%에 속하는 최상위 피부 미인이 되었다고 한다. 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개최한 전 세계 피부 미인 대회에 나가서 400등 안에 들기도 하였다는 신문 기사를 펼쳐 보여 준다. 400등에 시청자들이 무덤덤하자, 한국에서 잘 알려진 유명한 세계적인 연예인 누구누구, 정치인 누구누구도 자신보다 등수가 뒤에 있었다며 자랑을 한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놀란다. '그 유명한 누구보다 더 등수가 높았다고?'



피부 미인 비법


사람들이 그녀가 발견하였다는 피부 미인 비법이 그동안에 알고 있던 방법과 어떻게 다른지 질문했다. 효과는 어떻게 아는지 질문했다. 그녀는 자신이 말하는 비법은 그동안에 있었던 모든 비법을 총 집대성한 것이며, 세계 0.1% 피부 미인인 자신이 그 증거라고 했다. 자신의 말만 믿고 자신이 알려주는 피부 마사지 비법을 매일 10번씩 100일만 실천하면 누구나 자신처럼 피부 미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비법에는 온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기 때문에 우주의 에너지가 피부를 기적적으로 회복시키고 피부에서 광채가 나게 할 것이라고 들뜬 표정으로 말한다. 특히, 자신의 비법은 돈이 크게 들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피부 미인이 된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시각화하면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들인 몸이 알아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이제 자신은 연예계 생활도 오래 했고, 인기도 얻을 만큼 얻었으니 더 이상 '미인이 되고 미모를 유지하는 비법'을 혼자만 알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발견한 미모의 비법을 세상에 널리 알려서 못생기고 피부가 나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한다. 자신이 그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한다.


나는 더 이상 돈도 인기도 필요 없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돈도 인기도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발견한 미인이 되는 비법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어떻게 성공적인 피부 미인이 되었는지를 기록한 책 '피부 미인 0.1%인 여자'와 '웰스킨: 피부 미인 성공 비법'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그리고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된다. 미인 비법 유튜브 채널도 연다. 파격적인 고액의 구독자 사은 이벤트도 벌이면서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덕분에 유튜브 채널로도 많은 수익이 발생한다. 베스트셀러가 된 미인 비법과 같은 이름의 회사도 설립한다. 회사를 통해서 고액의 미인 비법 강좌도 개설한다. 대규모 유료 북 콘서트도 연다. 자신의 팬클럽도 만든다. 자신의 이름을 딴 모자 수첩 등의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동시에, 한국의 신문, 방송, 온갖 매체에 나와서 그녀는 진심 어린 얼굴로 말한다. '나는 더 이상 돈도 인기도 필요가 없다.' '자신이 피부 미인이 된 비밀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면서, 선한 영향력으로 자선을 베풀며 살고 싶다.'


그녀는 100만 원이 넘는 비싼 유료 강좌도 연다. 40만 원이 넘는 멤버십도 모집한다. 자기 이름을 새겨서 평범한 운동모자도 7만 원에 판다. 자신의 유튜버 채널이 구독자가 40만 명이 넘었다고 기쁨에 넘친 축하 영상을 올리면서 앞으로 구독자가 100만 명 이상이 되는 엄청난 인기의 유튜브 채널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애원한다. 동시에, 그녀는 미소를 띠며 우리에게 속삭인다. "나는 더 이상 돈도 인기도 필요가 없어요."


비법 알약


어느 날부터 그녀가 피부 미인이 되는 비법 알약을 팔기 시작한다. 전 세계 상위 0.1% 피부 미인이라는 그녀의 홍보 마케팅 슬로건에 매료된 많은 사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 '비법 알약을 먹고는 피부가 확실히 좋아졌어요.', '여드름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많이 나아졌어요.', '나도 상위 0.1% 피부 미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모든 것을 이룬 당신은 나의 롤모델이에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니 피부도 미인일 뿐만 아니라 마음도 미인이세요.', '언니 사랑해요.' 비법 알약의 효과를 칭찬하는 수많은 사용기가 올라왔고, 그녀를 칭송하고 추앙하는 댓글들이 넘쳐난다.



비법 알약의 진실


순백의 피부를 가진 미모의 연예인의 팬이었던 한 과학자가 그녀의 비법 알약이 가진 효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고 싶었다. 비법 알약을 구입하고 실험실로 갔다. 비법 알약의 성분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하였다. 기대보다 다양한 약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어? 이게 무슨 물질이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여러 차례의 분석과 성분 대조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알약의 대부분은 밀가루였고, 몇 가지 곡물가루가 섞인 것이었다. 먹어도 인체에 무해한 것이지만 특별한 약리작용은 없는 가루였다. 가짜 약이었다. 제조 공장과 재료 납품처를 어렵사리 추적하여 확인해 본 결과도 동일했다. 그는 크게 실망했다. 비법 알약이 가짜였다는 사실과 더불어 마음으로 흠모했던 그녀가 가짜 약을 팔고 있다는 사실이 실망스럽고 슬펐다.


플라시보 효과


밀가루로 만든 가짜 약이 효과가 있었다는 많은 소녀들은 어떻게 된 것이었을까? 그는 '플라시보 효과'였을 것으로 짐작했다. 아니면, 비법 알약의 복용과 동시에 실천하라고 한 처방이 효과가 있었을지도 몰랐다. 비법 알약을 구입해서 복용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매일 아침마다 미지근한 물에 얼굴을 씻으며 최소한 10번 이상을 마사지하고 100일 이상을 지속하도록 권장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가 판매하는 비법 알약을 따로 복용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매일 아침마다 부지런하게 미지근한 물에 얼굴을 씻고, 얼굴 마사지를 100일 이상 지속적으로 해 주면 피부에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과학자의 딜레마


가짜 약의 비밀을 알아버린 과학자는 고민을 한다. 


비법 알약이 가짜라는 사실을 밝힌다면, 순수하게 비법 알약을 진짜라고 믿고, 비법 알약을 구입해서 먹으면서 '100일 마사지'를 실천해 왔던 소녀들이 얼마나 실망을 할까? 가짜인 비법 알약이 실제적인 효과가 없음에도, 그 비법 알약을 먹으면 그녀처럼 예뻐질지도 모른다는 꿈을 꾸며 현실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낙심을 할까? 그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다고, 밀가루에 불과한 비법 알약을 높은 가격에 팔아서 엄청난 사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고 있어야 할까? 거짓말로 꾸민 가짜 약도 어떤 방식으로도 효과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팔아도 되는 것일까?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도, 개인적인 감정과 사회 상황과 맞물려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이 과학자의 양심에 부합하는 것일까? 그는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떤 중요한 부분이 사실이기 때문에 꾸며낸 작은 거짓들은 괜찮다고 할 것인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작은 거짓말을 하여도 늘 속아주며 손뼉 치면서 웃고 서 있을 것인가? 가짜 약이라도 효과가 있으니 괜찮지 않으냐고 변명해 줄 것인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속여서 파는 가짜 약을 당신은 계속해서 구입하며 살아갈 것인가? 


또는, "나는 가짜 약을 먹고도 좋은 영향을 받았으니, 진짜니 가짜니 진실이 어떠니 따지지 말고 그냥 좋은 쪽으로만 받아들여서 당신 인생이나 챙기면서 사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할 것인가? 가짜 약을 먹고 부작용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생기면, "좋은 방식으로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탈이 난 당신 탓이지."라며 비난할 것인가?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할까? 우리 사회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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