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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니 Oct 17. 2022

우리는 두물머리를 걸었다

낮보다는 밤이 더 길어진 절기

어느덧 낮보다는 밤이 더 긴 절기가 왔고 우린 두물머리를 걷고 있었다. 어둑한 시간에도 사람들은 강가를 서성였다. 우리 역시 그 무리들 중 일부였다. 방향감을 상실한 채 불빛을 향해 걸었다. 사방이 어두운 와중에 불이 난 것처럼 산발적으로 환한 구석이 있었다. 그 산란하는 불빛들 사이에는 이층짜리 카페가 위치했다. 불빛들 때문에 온갖 날벌레들이 카페 근처에 바글바글했다. 그 벌레들을 뚫고 카페에 들어갔다.


카페는 어디 하나 세련된 구석이 없었다. 어딘가 엉성하고 조악했으며 묘하게 촌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어설픈 생김새가 이 강가와 퍽 어울렸다. 이런 구석진 강가에 스타벅스가 있으면 그것도 이상할 일이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들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돌계단을 밟다가 넘어져 발목을 삐끗했다. 실로 오랜만에 넘어져 보는 것이었다. 두물머리를 걷게 될 줄 모르고 신었던 구두가 화근이었다. 구두 굽이 부러지진 않았지만 한동안 절뚝거리며 걸어야 했다. 발목의 알싸한 통증이 꽤나 오래 지속되었다.


그래도 유명하다는 연잎 핫도그를 먹기 위해 삐걱거리는 왼쪽 발목을 이끌고 걸었다. 이미 상당히 어둑해진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꽤나 많은 사람들이 핫도그를 먹고 있었다. 하나를 주문해 벤치에 나란히 앉아 나 한 입 너 한 입 번갈아 먹으며 어둠 속에 파묻힌 두물머리를 감상했다. 핫도그는 소세지가 크고 빵 피가 얇아 바삭했다. 몇 년 만에 먹어보는 핫도그였고 연인과는 처음으로 먹어보는 핫도그였다. 길바닥에 앉아 한 입씩 나누어 먹는 맛이 묘하여 이 맛을 쉽게 잊게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두물머리에서 나올 때는 들어갈 때와는 다르게 차들의 행렬이 잔뜩 늘어져 길이 막혔다. 앞 차의 후미등을 큰 미동도 없이 막연히 지켜보아야 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초장부터 막히기 시작한 길은 쭉 이어졌다. 차가 계속 막히자 남자친구는 피로해했다. 우리는 잠을 깨기 위해 차에 있던 육포를 씹었다. 둘이 처음 먹는 육포였다. 핫도그에 이어 육포까지. 유난히 함께 처음 먹는 게 많은 날이었다. 우린 질기디 질긴 육포를 껌처럼 씹으며 달렸다.


새카만 밤 위에 하얗게 켜진 가로등 불빛들이 보석 같다고 생각했다. 옆으로 흘러가는 어두운 강의 표면은 비늘 같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밤에 캄캄한 도로를 함께 달리는 이가 이 사람이라 다행이라고 여겼다. 푸르스름한 두물머리를 함께 걸었던 이가, 길바닥에 앉아 한 입씩 핫도그를 나누어 먹었던 이가 이 사람이라 다 괜찮다고도. 이런 사소한 순간 앞에 사소해지지 않는 사이라 좋았다. 해가 다 진 어두컴컴한 두물머리에서도 함께 떠들 수 있는 사이라 그게 좋았다. 낮보다는 밤이 더 길어진 절기를 함께 통과해내는 우리가 견고하여 그게 참, 좋았다.


오늘은 특별히 두 장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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