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하지만 따뜻한 베트남사람들
Morning
여행을 시작한 지 며칠 되었기에, 특별히 시간 맞춰 어딘가를 갈 이유가 없다면 아침시간에는 서두르지 않았다.
오늘은 오행산을 첫 일정으로 정했는데, 버스 이동을 찾아보니 여러 가지 리뷰가 많았다.
외국인에게 버스비를 더 받는다, 악명이 높다는 등.. 어차피 택시는 탈 생각이 애초에 없었기에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다낭의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예약을 하고 왔는데 젊은 베트남 커플이 운영하는곳이었다. 에어비앤비는 조식이 포함이 안되있어서 늦잠을 자고 아침을 먹으러 점심시간쯤 도착할 생각으로 Mi AA Happy Bread에서 아점을 먹었다. 한국분들에게 유명한 곳이라아침부터 북적북적했고, 그만큼 깔끔하고 맛있었다. 오행 산주변에 먹을거리가 있는지까지는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커피까지 아예 마시고 출발하기로 했다.
아내에게 콩 카페가 맛있지만, 다른 곳도 시도해보자며 구글맵으로 무작정 카페라고 치고 근방에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찾다 보니 Golem이라는 카페를 가게 되었는데, 카페분위기가 다른 베트남의 현지 카페랑은 좀 달랐다. 동남아 휴양지 분위기가 나는 인테리어에 넓은 뒤뜰이 있고 큰 테이블이 좋았다. 콩 카페와 가격대는 비슷하고 몇몇 베트남 현지인을 빼고는 한산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 드라마의 OST가 계속 나와서 분위기랑도 묘하게 맞았고 코코넛 커피도 맛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Afternoon
오행산은 핑크색 성당 바로 앞 정류장에서 1번 버스를 타면 된다. 배차간격은 20분으로 미리 파악하고 갔다.
다낭에서 제일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이 이 버스정류장 앞에 있는 핑크색 성당이었다. 가보면 알겠지만 한국분들이 엄청 많은데, 찾아본 바로는 다낭에서 유일한 성당이라는 것을 빼고는 특별한 점이 없는데. 핑크색이라는 것 때문에 이렇게 난리가 난 것인가? 의아함을 품고 지나치며 잠깐 구경했다.
조금 불편한 버스정류장의 의자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많은 택시기사들과 시클로 아저씨들이 끊임없이 호객행위를 했다. 다낭은 확실히 하노이랑 분위기가 많이 달랐던게 사람들이 더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택시아저씨들의 계속되는 호객행위에 우리는 돈이 없는 가난한 여행자라고 no money no money 라고 하니까 아저씨가 껄껄껄 크게 웃으시면서 알았다고 지나가신게 기억에 남는다.
1번 버스가 오고 승차하니 멋스럽게 치장한 버스 안내 아주머니가 뒤쪽으로 앉으라고 안내해준다. 돈은 바로 받지 않고 몇 정류장을 지나며 현지인들을 더 태우고 천천히 받는데. 살짝 떠보는 식으로 얼마냐고 물어보니 두명에 60 VND를 달라고 한다. 아내와 나는 돈 없다고 그냥 50 VND를 줬다, 어차피 각자 25 VND도 정찰가보다 많은 금액이었기 때문에 조금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 현지인들을 보아하니 얼마냐고 물어보는 사람보다는 알아서 본인이 가는 곳까지 적정가(?)의 요금을 그냥 건네주는 편이었다. 호이안까지 가는 노선이라 다낭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 버스를 우편물 배달차량처럼 이용하는지 이런저런 짐이 많았고, 아주머니는 버스 안에서 모자 판매도 하시고 뒷좌석에서 바라보는 우리는 흥미로웠다. 아마 관광객에게 돈을 더 받아내는 것도 하나의 소일거리일 것이다. 또 버스의 좌석이 꽉차면 의자밑에 공간에서 납작한 형형색깔의 목욕탕의자를 꺼내어 사람들이 앉아서 갈수있게 자리도 지정해주었다.
비록 현지인보다 조금 더 가격을 냈지만, 내 성격이 이런 사소한 문제로 얼굴 붉힐 성격이었다면 아마 처음부터 택시를 타고 오행산을 갔을 것이다. 내가 아내와 버스를 타고 이동한 것은 현지인의 생활도 엿보고 또 이렇게 눈치 싸움하는 것도 여행의 재미로 여겨서이다. 나의 입장에서는 택시에 비해서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또 버스 안내하시는 아주머니도 소액 챙기시니 win-win이 아닌가 싶다.
잠자코 앉아있다 보면 오행산이라고 알려주는데 내려서 조금 걸어 들어가면 입구에서 입장료를 받는다. 한 사람당 40 VND로 기억한다. 별다른 것은 없는데, 도시 속에서 조금 벗어나서 풍경과 자연을 느끼며 여유로이 돌아보니 좋았다. 올라가는 길은 계단 간의 간격이 넓어서 그렇지 실제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산 중턱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오행산을 둘러보기 위한 목적이라면 천천히 올라가는 게 좋다.
돌아올 때는 내린 곳에서 반대편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에서 같은 1번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 된다. 베트남의 매력이라고 해야 하나? 오행산에 갈 때는 조금이라도 경비 줄여보겠다고 눈치싸움을 했는데 또 돌아갈 때는 우리 티켓값 받는 것도 깜박하시고.. 심지어 버스는 원래 루트로 돌아가지도 않아서 난리통이었다. 몇 명 외국인들이 컴플레인을 해보았지만 베트남어를 못해서 소용없었고 목적지와 멀어진 몇 명은 그냥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 무사 귀가하셨길... 둥글둥글한 아내와 나는 어차피 용다리 주변으로 갈 것을 알았기에 구글맵을 켜놓고 침착하게 앉아있었다. 잠깐 숙소에 가서 휴식을 취한 후 현지 시장인 Con market으로 향했는데, 이전 글(베트남 여행#5)에서 말한 Han market보다 10배 리얼하고 재미있었다. 뻔하고 호객행위가 많은 Han market보다 현지의 정서와 치열함을 느낄 수 있는 Con market을 적극 추천한다.
Evening
저녁은 Burger bros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워낙 리뷰가 좋았고 인생 버거라는 말이 많아 궁금한 마음에 가보았다. 실망시켜드리기는 싫지만 내가 사는 뉴질랜드에도 버거를 맛있게 하는 곳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인생 버거는 과장이다. 현지 음식 가격을 생각해보았을 때 꽤 비싼 편이기에 버거 좀 먹어보셨다 하시는 분들에게 Must visit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절대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수제버거인 만큼 패티에 육즙이 있고, 소스도 특이하다 (마가린인지.. 버터인지 아시는 분 코멘트 좀 달아주세요..) 또 나름 감자칩 덕후인데 감차칩에도 신경을 썼다. 다낭에서의 마지막 날은 2차로는 해산물 레스토랑 Hải sản Bé Mặn에 갔다. 이 레스토랑은 좀 신선한 경험이었는데 직접 해산물이 있는 탱크로 가서 원하는 만큼 바구니에 담고, 저울에 달아서 종업원에게 어떻게 조리해달라 얘기를 하면 되는 시스템이다. 많은 정보가 없이 갔기 때문에 조금 어버버 했던 기억... 일단 탱크 주변에는 정신이 없고 누가 손님인지 종업원인지 잘 구분도 안되기 때문에 뭘 먹을지 잘 생각하고 눈치 봐서 행동해야 한다. 해산물은 정말 맛있었는데 잘 모르고 말도 안 통해서 군말 안 하고 먹고 있는 우리가 가여웠는지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베트남분들이 이것저것 챙겨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시크한 듯 게 가위나 휴지를 건네주고.. 베트남 사람들은 시크하고 잘 웃지도 않지만 화끈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이다. 다낭에 좋은 기억이 아마 이곳에서의 경험 때문이 아닐까.
나는 아시안으로써 큰 컬처쇼크 같은 것은 없었지만 비슷한 점, 다른 점 알아가면서 여행의 묘미를 느꼈다. 급속도로 계발되어가는 이곳이 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런 순수한 모습으로 남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낭이라는 이름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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