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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린 Sep 17. 2019

감정의 낙하선을 타고 잘 추락하는 법

흔히 인생을 긴 곡선에 비유한다.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하며 이어지는 파동의 모습이 삶의 감정선과 비슷한 것도 같다. 그런데 살다보면 때때로 감정의 파동이 수직 낙하하는 순간이 있다. 항공기 문간 근처에 서있는데 누군가가 등을 확 떠밀어버리는 것과 같은 순간이다.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감정적 무방비’ 상태에서 이런 수직 낙하를 경험하는 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곧 추락합니다.” 라고 알려주면 마음의 준비라도 할 텐데, 평화롭게 비행하고 있던 중에 무슨 날벼락이람. 그러나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몇 번씩은 꼭 찾아온다. 크고 작은 형태로 느닷없이 찾아와 일상을 훅 휘저어버린다. 나도 이런 감정의 수직 낙하를 몇 번 겪었다. 인간관계가 뚝 끊겨버리거나, 당연히 될 거라고 예상했던 일들이 계획처럼 되지 않거나, 믿고 있던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그런데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그 순간들을 너무 잘 지나온 것 같아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갑작스러운 수직 낙하에 놀랐을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그것 때문에 크게 상처받는다거나 그 추락에 매몰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강철 멘탈의 소유자는 아니다. 오히려 사소한 일을 걱정하거나 그로 인해 마음 쓰는 경우가 더 많다.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평생 엮어온 감정의 낙하산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낙하산을 매일매일 짜왔기 때문에 난데없는 추락에도 무사히 착지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그게 뭐 대수라고.”,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난 괜찮아.” 이런 생각들이 결국엔 씨실과 날실이 되어 내 감정의 낙하선을 촘촘하게 해준 셈이다. 그래서 나를 등 떠밀었던 대상을 크게 미워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추락하는 순간에도 내 감정의 낙하산을 잘 펴기만 하면 무사히 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왜 나의 등을 떠민 걸까?”, “그 일에서 내가 뭘 잘못한 걸까?”라는 생각에 혼자 괴로워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내려갈 수 있을까?”를 생각한 것 같다. 애써 태연한 척 감정을 꽁꽁 묻어버리고 삭혔다는 뜻은 아니다. 추락하되, 그 추락을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충분히 한 것뿐이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해 온 마음껏 해보려 한다. 인간관계든, 공부든, 크고 작은 여러 가지 도전이든. 내 선택과 지금의 비행 상태를 믿어보는 것이다. 감정의 낙하선을 등 뒤에 메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예상 못한 순간이 찾아와도 그걸 타고 잘 내려가면 되니까. 앞으로도 내 비행이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높낮이로 즐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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