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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Aug 09. 2020

[장마] 장마가 익숙해진다는 건 by. 진솔


3월 즈음 우리의 인사는 이랬다.
"코로나가 끝나면 만나"
하지만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아주 평범한 일상이 됐다.

7월이 되고 우리의 인사는 이랬다.
"장마가 끝나면 만나"
하지만 비는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우산을 쓰고 길거리를 나서는게 평범한 일상이 됐다.

싫어하는 것들의 연속이다. 장마가 계속 되는 동안 예상하지도 못했던 공채들이 뜨면서 계속 자소서를 쓰고, 자기소개 영상도 찍고, 면접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하날 해치우면 또 다른 하나가 떠오른다.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하는거야! 묻고 싶었지만, 물어 볼 수 있는 곳도 없었다. 내가 붙으면 될 일이니까. 그런데 그걸 나도 모르니까 문제인 거지.

웃긴 건 결국 이 시간도 적응이 되고 있다. 잠들기 전 내일 무엇을 해야할지 떠오르고 카페에 가 워드를 작성하는 게 평범한 일상이 됐다. 지겹지만 엄청 고통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카페에 혼자 가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정말 맘 편히 있다 온 적이 언제였나 떠올려본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를 누비던 때처럼 아득하다. 그렇게 좋아했던 공간이었던 카페가 그닥 가고 싶은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카페에 가면 왠지 다이어리라도 펴놓던가, 아이패드라도 들고오던가, 책이라도 가져와서 읽어야 할 것만 같다. 언제부턴가 카페는 커피를 음미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하기 위해 가는 곳이 되버렸다.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것 자체야 문제가 없겠지만, 나에겐 카페가 더이상 쉬는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를 빼앗겨 버린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녔던 미술공방도 가지 못한지 2개월이 다 되간다.  퇴사 하고 모아둔 돈이 슬슬 바닥을 보이기도 하고, 서류 마감일의 압박때문에 가지 못한 것도 있다. 그래서 요즘의 일상은 텁텁하다. 목이 타서 죽을 정도로 힘든 건 아닌데, 입안이 참 텁텁하다.

익숙해진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니다. 익숙해지는 게 더 서글픈 순간이 있다. 그것이 나에겐 지금 같다.


그렇다고 또 회사를 가면 좀 인생이 즐거워질까?
그건 또 아닐 것 같아 허무해진다.

코로나와 장마가 끝난다고해서 좋은 일만 가득한 세상이 도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끝나는 게 나은 것처럼 취준 생활도 끝내는 게 더 나은 게 아닐까?

커피 맛을 즐기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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