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깨어 있다 vs. 깨어 있지 않다
당신은 계속 현존하는 상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머리로는 이해한 것 같지만, 내가 정말 그것을 체험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일까요?
현존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현존에 대해 생각할 수 없으며, 마음으로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존을 이해한다는 것은 현존하는 상태에 있는 것입니다. 작은 실험을 해보겠습니다. 눈을 감고 자신에게 말하십시오. ‘다음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런 후 주의력을 집중하고, 다음에 올 생각을 기다리십시오. 쥐구멍을 지켜보는 고양이처럼, 그곳에서 어떤 생각이 나오는지 지켜보십시오. 지금 해보십시오.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5장 지금 여기에 깨어 있다는 것의 첫 문단입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다음에 올 생각을 제대로 기다리지도 못한 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라는 생각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머리로 계속 내가 현존하고 있나? 그다음에 책 내용은 무엇일까? 오늘 글은 무엇에 대해 쓰지? 하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이번 주말 동안 저는 폐인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저 누워 있거나 TV를 보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무기력함에 어떤 것을 결정하지도 어떤 행동을 취하지도 못한 채 시간을 계속 보내기만 했습니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도 나의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 스토리를 따라가는 동안에는 나이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일요일 밤이 되고 나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무언가라도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무엇을 쓰던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은데 이게 뭐 하는 건지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는 분들에게도 제 무기력이 옮을까, 시간을 빼앗게 될까 걱정이 앞서네요. 그러면서도 이 글을 지우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지금 시각 11:54 PM. 저는 지금 여기에 깨어 있습니다. 해가 뜨고 지며 바깥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는 걸 빼고는 제 시간은 멈춰있는 듯합니다. 인터스텔라에서 다른 대원들은 새로운 행성 탐사를 나갔을 때 홀로 우주선에 남아 23년을 보냈던 로밀리의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습니다. 물론 지금 제가 깨어 있다는 것은 잠을 자고 있지 않다는 것일 뿐, 톨레가 말하는 '현존'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차이도 엄청난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종이 한 장 차이뿐일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이 100도가 되어야 끓기 시작하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