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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무 May 27. 2020

유학 말고 이직을 택한 직딩의 후회

뉴욕에서 나는 울었네

 유학이냐 이직이냐. 직장인이라면 아마도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것이다. 커리어적으로 점프업 하고 싶다거나, 현 조직을 떠나 리프레시가 필요하다거나 할때마다 두 개 옵션 사이에서 갈등 한다. 나 역시나 그랬다. 직장생활을 3년 채운 해에도 그랬고, 직장생활을 5년 채운 시점에도 그랬다. 그리고 나는 매번 유학 말고 이직을 택했다.


 이직을 택한 이유는 사실 명확 했다. ‘돈’ 때문이다. 전공이나 직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같은 홍보마케팅 분야 직딩에게 유학은 필수가 아니다. 오히려 시장에서 알아주는 성공 캠페인을 담당 했다거나 네트워크가 넓다거나 하는 것들이 더 중요한 듯 하다. 유학이 예전처럼 커리어적으로 메리트가 크진 않아서 사실 최근에는 자기 만족 차원으로 다녀오는 경우도 많고. 그렇다면 이른바 금수저가 아닌 내가, 결혼 자금이나 내집 마련 등 훗날의 과제(?)를 부모 도움 없이 내 힘만으로 수행해야하는 내가, 유학에 내 전 재산을 투자하는 사치를 부려도 되는걸까. 매번 이 문턱에서 갈등 했고, 매번 유학 말고 이직을 택했다.



 

 4월의 뉴욕은 싱그러웠다. 남편 역시 그 당시 은행을 퇴사하고 유학과 이직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이직을 선택했고, 새 회사 입사 전에 짧은 여행으로 찾은 뉴욕이었다. 뉴욕은 문화적 다양성이 폭발하는 도시였다. 베를린, 포틀랜드 등 대안 도시들이 성장하면서 뉴욕의 영향력이 과거만큼 큰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뉴욕은 쉬지 않고 또 다른 매력적인 도시로 변모하고 있었다. 공연, 전시, 패션 등은 물론이고 도시재생 분야까지. 마케터인 나에게는 뉴욕의 모든 것이 벤치마켕 사례였고, 뉴욕에서의 모든 순간이 인사이트 트립이었다. 유학을 간다면 그곳이 뉴욕이나 런던이길 꿈꿨었던 과거의 나도 떠올랐다.


허드슨 야드 일대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


 그러자 ‘어땠을까’ 놀이가 시작 됐다. 이직 말고 유학을 택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문화적으로 다양한 도시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며 많은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그 자극을 자양분 삼아 혹시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물론 매우 어려운거 안다.). 혹은 귀국 후 취업 시 글로벌 업무를 한다거나 등 좀 더 넓은 기회가 열리진 않았을까(물론 보장된 거 아닌거 안다.). 나는 어쩌면 돈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을까. 유학은 흙수저인 내게 전 재산을 올인하는 무거운 선택이었지만, 어쩌면 인생을 바꾸는 가능성을 얻으려면 그 정도는 감당 했었어야 했나. 부모 지원이 가능한 누군가에게는 조금은 쉬운 선택이었을텐데. 그래도 이런 고민을 하는 것도 어쩌면 복에 겨운 것은 아닐까. 이렇게 내 못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출근하는듯 바쁘게 오가는 뉴욕의 직딩들을 보면서 나는 마음으로 서럽게 울었다.


어땠을까...

 



 사실 후회는 안 한다. 혹여 두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던 때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나는 아마 다시 이직을 택할 것이다. 이직해서 얻는 경험도 귀하다. 유학이 세계를 확장하는 기회인것처럼, 이직으로도 내 세계를 확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너무나 젊은 날에 돈 때문에 많은 가능성을 포기해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미련은 사실 여전하다. 어차피 이번 생애 내내 금전적인 이유로 선택지가 제한 된다면, 정면돌파는 아니더라도 측면돌파 정도는 해보면 어땠을까. 유학은 세계의 확장을 위해 꿈꾸었던 것이고, 석사나 MBA 같은 유학이 아니어도 해외 취업을 하거나 이민을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물론 이게 더 어려운거 안다.). 주변에선 너무나 화려한 이력의 사람들 이야기만 전해진다. 누가 노스웨스턴대를 나왔다, 누가 인시아드를 갔다. 한번쯤은 이렇게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유학이 아닌 다른 옵션을 택한 사람의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누군가도 나처럼 어렵게 포기하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만약 그렇다면, 우리 정면돌파 말고 측면돌파라도 해보자. 인생이라는 것이 원하는 대로 되지도 않겠지만, 원하지도 않으면 되지도 않을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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