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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라 Nov 22. 2019

알록달록한 글을 쓰고 싶지만

동화책 100권 읽기에 도전한다



 흑백과 어울리는 나라도 생각보다 자주 알록달록한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를 배운 적도 누가 시킨 적도 없지만, 어쩌다 보니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일기장에 쓰고 포도알이나 받으면 좋을 것 같은 글을 쓰면서도 정작 일기장에는 쓰지 못하는 이유는, 이때까지 아주 많은 일기장을 사고, 아주 많은 일기장을 찢어서 버렸기 때문이다. 누가 볼까 무서웠던 그 문장들은 사실 미래의 행복한 내가 볼까 봐 무서웠던 글이기도 했다. 누구라도 아무 생각 없이 열었다가 내 썩고 곪은 마음을 보고 당황할까 봐, 나를 나보다 더 어둡게 볼까 봐, 나는 그게 늘 무서웠다. 


 미니홈피 시절에는 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면 스크랩하는 걸 즐겼다. 물론 포도알을 모으며 다이어리를 채우기도 했다. 그 공간이 참 좋았다. 솔직한 듯 솔직하지 않았지만 그땐 요즘 같이 감정이 메마르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에 설령 중2병보다 심한 글을 스크랩한다고 해도 오글거린다며 조롱당하지 않았고, 내 마음이 지옥 같아도 티 나지 않게 그냥 '공감글' 정도로 모아둘 수 있었다. 미니홈피 다이어리에는 심각한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 내 일기를 돌아다니는 글인 줄 알고 복사해가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감정을 표출했다. 그러다 한 번, '너는 우울을 즐기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때의 말이 한참이 지난 지금도 종종 머릿속에 맴돈다. 나는 그때 전혀, 한 번도 우울함이 즐겁지 않았었지만, 글쎄, 지금 다시 그런 말을 듣는다면 이제는 '그러게. 그런 것 같기도 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의 버린 일기만큼 마음이 단단해졌기 때문일까.


 그런 말까지 들으며 자란 나도 지금은 알록달록한 글을 쓰고 싶다. 두서없는 글을 쓰기에만 정신이 팔린 삶을 살아서, 내 얘기가 아니고는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지만, 알록달록하고 포근하고 귀엽고 담백한 글을 보면 사정없이 마음을 빼앗겨버린다. 그런 글을 쓰는 필자의 감성에 동화되고 싶은 심정이다.



 나를 알록달록하게 만드는 건 식물과 인형, 고양이와 머그컵, 작은 소품과 단순하고 담백한 글, 선이 많지 않지만 우주를 담은 것 같은 그림, 그리고 하늘과 바다. 오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끝에 나는 나를 알록달록하게 만드는 건 동화 같은 것들이란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동화를 읽어보려고 한다. 내 무채색 마음에 색을 입혀줄 동화책을 찾아다닐 생각을 하니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어린이가 된 것 같이 설렌다. 


 이미 어른이 되어도 너무 어른이 되어서 단순한 동화가 잔혹하게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오롯이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정으로 동화책의 감상을 적어나가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릴 때 꿈꿨던 귀여운 호호 할머니가 되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겠다. 언젠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알록달록한 글을 잔뜩 쓸 수 있는 행복한 할머니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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