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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도군 Apr 02. 2017

[부럽고, 그냥 그렇고, 이건 아니고] 갤럭시 S8

결국 서브로 하나 들이지 않을까...

요즘은 학업 등의 일이 겹치다 보니 사실상 애플 전문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다른 회사 제품을 안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준비한 이 시리즈.


Envy: 부럽다. 애플 제품에도 좀 적용했으면 하는 것.

Meh: 그냥 그렇다.

Facepalm: 이건 아니야…


이 세 가지로 나누어서 애플 사용자 입장에서 타사 제품을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하는 시리즈다.

첫 번째 제품은, 바로 이번 주에 막 출시된 갤럭시 S8. 아이폰 저리 가라고 할 정도의 유출로 인해 사실 기대할 것도 별로 없었지만, 이제 나왔고 모든 게 현실이 되었으니 한 번 뜯어보도록 하자.


Envy: 하드웨어

왼쪽부터 갤럭시 S8, 갤럭시 S8+

갤럭시 S8은 유출 때부터 “삼성이 하드웨어에 모든 것을 때려 박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실제 발표된 제품을 봐도 그 느낌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갤럭시 S8 하드웨어의 포인트는 무엇보다도 디스플레이다. 삼성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라고 부르는 5.8인치(S8) / 6.2인치(S8 플러스)의 18.5:9 슈퍼 AMOLED 디스플레이는 화면이 커지면 무조건 기기가 커진다는 법칙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화면의 높이를 높여서 기기의 너비를 줄이고,  화면을 감싸는 베젤을 사실상 없애서 화면이 전면에 꽉 차는 효과를 불러온다. (삼성에 따르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는 S8 전면 면적의 83%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영화를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에 꽉 채워서 보면 볼만할 거 같다.

일단 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가 가져오는 첫 번째 효과는 바로 몰입감이다. 사실상 전면 전체가 디스플레이라서 여기서 오는 몰입감이 꽤 좋다. 특히 영상을 볼 때 그 효과는 가중되었다. 물론 18.5:9라는 살짝 괴랄한 비율 덕에 기본적으로 S8의 화면을 꽉 채울 수 있는 영상은 별로 없는 건 사실이다. (기존 TV 비율인 16:9는 양옆에 레터박스, 많은 영화의 비율인 21:9는 위아래에 생긴다) 하지만 삼성은 기본 영상 플레이어나 유튜브, 플레이 무비 등의 앱에서 영화를 볼 때 화면비율을 쉽게 조정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그렇게 해서 화면을 꽉 채웠을 때의 몰입감은 정말 좋았다.

왼쪽부터 아이폰 7 플러스 (5.5인치), 갤럭시 S8 (5.8인치)
왼쪽부터 아이폰 7 플러스 (5.5″), 갤럭시 S8 플러스 (6.2″)

두 번째 효과는 크기이다. 5.8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 S8은 5.5인치인 아이폰 7 플러스보다 눈에 띄게 작았다. 6.2인치짜리 S8 플러스가 아이폰과 크기가 거의 비슷했지만 높이만 같을 뿐, 너비는 약간 더 좁았다.

이 소프트웨어 버튼은 심지어 설정에서 레이아웃을 안드로이드 순정처럼 바꿀 수도 있다. (삼성의 레이아웃은 멀티태스킹과 뒤로 버튼이 반대다)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덕분에 삼성 스마트폰으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 생겼는데, 바로 소프트웨어 버튼이다. 디스플레이가 물리 버튼까지 없애버린 것. 아마 삼성 스마트폰만 써왔다면 생소할 것이다. 삼성 말로는 홈 버튼이 있는 부분에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가 추가돼서 홈 버튼이 우발적으로 눌리는 것을 방지하도록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문 인식 센서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보내져야 했는데, 그 위치는 카메라 옆. 자칫 잘못하면 카메라에 열심히 지문을 묻힐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도 이걸 생각했는지 카메라 앱을 켜면 “카메라 렌즈를 먼저 닦아주세요”라는 팝업이 뜬다는 카더라가 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지문인식 얘기가 나오니 말인데, 갤럭시 S8에는 무려 세 가지의 생체인식 기능이 있다. 지문 인식, 홍채 인식, 얼굴 인식. 나라면 이중 지문 인식과 홍채 인식을 번갈아 쓸 거 같다. 이미 얼굴 인식은 사진으로도 뚫린다는 게 입증되기도 했고.


좀 장황하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갤럭시 S8의 하드웨어는 현재 발표된 스마트폰 중에서는 최강이다. 아이폰 7보다도. 사실상 가성비 이런 걸 다 떠나서 디자인이나 빌드 등에서 갤럭시 S8만큼의 하드웨어 완성도를 보여주는 스마트폰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폰 7이 다시금 한 템포 쉬어가는 분위기였던 데다가, 올해는 출시 10주년을 맞이하니 아이폰도 만만찮게 칼을 갈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올해 스마트폰 전쟁은 오랜만에 다시 재밌어지고 있다.


갤럭시 S8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게 사진을 추가로 첨부한다.

갤럭시 S8
갤럭시 S8+
S8에 최적화된 앱이 아니면 아래 소프트웨어 버튼이 검은색으로 바뀐다.
미드나이트 블랙
아틱 실버
오키드 그레이
왼쪽부터 갤럭시 S7, 갤럭시 S8
왼쪽부터 갤럭시 S7, 갤럭시 S8
왼쪽부터 갤럭시 S7, 갤럭시 S8


Meh: 빅스비

삼성과 인공지능은 사실 매우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다. 애플의 시리가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삼성은 성급하게 S보이스라는 것을 내놓았다가 그냥 묻혀버린 흑역사가 있는데, 과연 이번에 나온 빅스비는 어떨까?

이미지 검색은 잘만 된다면 그래도 활용할 곳이 꽤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빅스비는 기존의 음성인식 비서에 머신러닝 기능을 몇 가지 섞어놓은 모습이다. 특히 카메라를 비추는 것으로 어떤 제품인지를 인식하고 쇼핑 링크를 제안하는 것이나, 랜드마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기능 등이 그렇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빅스비에서 삼성이 새롭게 선보인 기능은 없다. 쇼핑 제안? 아마존의 파이어폰이 이미 했었던 기능이다. 카메라 번역은 구글 번역 앱만 있으면 가능하며, 이미지 기반 검색도 구글 검색에서 이미 가능했던 기능이다. 심지어 음성 인식 기능은 UI가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와 상당히 유사하고, 정보들을 나열한 모습은 구글 나우의 카드 UI와 비슷하다.


이러한 기능들을 잘 묶어서 쓸만하게 만들었다면 지금까지 인공지능 레이스에서 존재감이 0이나 다름없었던 빅스비는 최소한 그것만으로도 성공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빅스비는 시리나 구글 어시스턴트, 코타나 등과 경쟁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물론 써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처음부터 DOA(Dead on Arrival)이나 다름없었던 S보이스와 달리 첫 단추는 잘 끼웠기를 바라본다.


Facepalm: DeX

처음으로 삼성 덱스(DeX, 아마도 Desktop eXperience의 약자가 아닐까 싶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 반응은 정말로 ‘facepalm’ 그 자체였다.

일단 덱스가 뭔지부터 설명하자면, 갤럭시 S8을 USB 단자와 HDMI 단자가 달린 덱스 스테이션에 꽂으면 거기에 연결된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이용해 데스크톱과 같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VM웨어나 시트릭스 등과의 제휴를 통해 윈도우 가상 환경을 구동할 수 있어서 여차하면 윈도우 PC처럼 구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윈도우 10의 컨티뉴엄

그간 이런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10의 모바일 버전에 사실상 같은 기능인 컨티뉴엄을 선보였었고, 그보다 훨씬 전인 2011년에 나온 모토로라 아트릭스는 비슷한 기능을 노트북의 폼 팩터에 넣은 랩톱 독이라는 액세서리를 별매했었다. 하지만 모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시도는 늘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일단, “데스크톱 경험”이라는 것은 단순히 마우스랑 키보드를 갖다 붙인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거기에 걸맞은 소프트웨어 환경을 제대로 갖춰야 하는 것이다. 그걸 해결하려고 VM웨어 등의 제휴를 끌어온 것도 있겠지만.


두 번째는, “요즘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없는 사람이 어딨어?”라는 문제다. 덱스는 사실상 데스크톱이 하던 일을 갤럭시 S8이 대신하기 위해 탄생한 기능인데, 애초에 이 수요가 있을까? 덱스의 유저 케이스 중 하나가 사무실이라고 하는데, 밖에서 쓰던 스마트폰을 그대로 사무실에 있는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환경에 꽂아 그대로 데스크톱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사무실에 데스크톱 없는 곳이 어딨는가? 그리고 멀쩡한 데스크톱 놔두고 거의 저렴한 데스크톱과 맞먹는 가격(18만 원)의 덱스 스테이션으로 바꿀 기업도 없을 거 같다는 점.

또 다른 유저 케이스로는 출장 등으로 돌아다니면서 노트북의 필요 없이 덱스로 대부분의 작업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인데, (실제로 삼성이 덱스 스테이션의 무게를 강조하고 있는 걸 보면 이 부분을 고려는 했던 거 같다) 무게를 줄이려고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려는 사람이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들고 돌아다니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는가? 호텔마다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만 덜렁 제공하는 곳도 없을 테고. 이 부분을 강조하려면 차라리 아트릭스와 비슷하게 랩톱 독을 내놓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덱스는 “각각의 제품이 다른 일에 맞는 각자의 특장점이 있고, 사용자는 그 용도에 맞게 쉽게 기기를 바꿔가며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던 애플의 말이 다시금 맞았다는 것을 생각나게 하는 기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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