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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권 Oct 12. 2023

'브랜딩' 한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컨셉 공식 BEAT

최장순 <본질의 발견> 10분만에 읽기

최장순, <본질의 발견>, 틈새책방(2017)


이 책의 저자 최장순님은 현재 브랜딩 에이전시 엘레멘트 컴퍼니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과거 브랜드앤컴퍼니, 플러스엑스 등을 유수의 회사를 거쳐 오랜 시간 업계에서 활약해 온 브랜딩 전문가라 할 수 있습니다.


<본질의 발견>은 이 최장순 디렉터가 말하는 컨셉 발견 공식을 담고 있습니다. 일명 BEAT라고 명명한 이 방법론은 예전 회사에서 브랜딩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많은 도움이 됐던 책입니다. 브랜딩에 관심이 있거나 회사를 직접 운영하고 계신 분들에게 특히 추천드립니다.






껍데기는 가라, 본질의 발견


지금까지 우리는 남과 달라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을 벗어나지 못한 채 불필요한 마케팅 수사를 늘려왔다. 남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을 그럴싸하게 선언한 것이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 원이라는 명제다... 내가 지금 기업이나 브랜드들이 추구하는 '다름'에 대해 쭈뼛거리는 이유는 그들이 말로는 '다름'과 '온리 원'을 외치지만, 실상 경쟁자와 본질적으로 차별화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프롤로그부터 저자는 기업들이 말하는 ‘차별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브랜딩에 대해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마치 겉에 보이는 옷만 예쁘게 새로 입히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죠. 저자는 진정한 차별화를 하려면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서의 본질적인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브랜딩이란 것이 단순히 기업 로고를 바꾸고, 멋있는 스토리를 붙이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회사의 마케터나 디자이너 가운데서도 이를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기업의 겉에 보여지는 이미지들을 ‘예쁘게’, ‘트렌디하게’, 혹은 ‘세련되게’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보다 좀 더 상위의 차원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부터 얘기합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업’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시작으로 컨셉을 개발하고 비즈니스를 혁신해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방법론으로 제시하는 것이 BEAT라는 컨셉 공식입니다.



컨셉 발견 공식 BEAT


BEAT는 각 알파벳을 따서 4가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각 단계에는 1~2가지의 질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이 BEAT를 적용하는 예시로 자신이 진행했던 인천공항의 내부 브랜딩 사례를 소개합니다.



1) 업의 본질 정의(Business Definition)


당시 2011년, 인천공항은 6년 연속 전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ASQ)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 성공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저자는 업의 본질부터 다시 정의했습니다.


먼저 ‘공항(Airport, 空港)’이란 단어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공항’의 한자와 영어를 해석하면 모두 하늘의 항구, 하늘의 문이라는 정의가 나옵니다. (실제로 port라는 영단어가 ‘porte(문)’이라는 프랑스어에서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다시 한번 ‘문’에서 출입구, 즉 ‘나들목’이라는 단어에 이르게 됩니다. (’나들목’은 ‘나간다’와 ‘들어간다’의 어간과 길의 부분을 뜻하는 ‘목’을 합친 단어입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항(Airport, 空港)  공(Air, 空) + 항(Port, 港)  하늘의 문(항구)  하늘의 나들목(출입구)


이를 통해 공항의 본질적인 기능은 ‘나들목’임을 저자는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공항이라면 갖춰야 할 너무나 기본적인 사항이기에, 다른 많은 공항들이 면세점, 편의시설, 문화체험 등 부가적인 기능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저자는 어디까지나 ‘우리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 ‘우리는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업의 본질적 속성’에 집중합니다. 결론적으로 인천공항의 업의 본질은 ‘전 세계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정의내려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항의 본질적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공항의 본질적 기능은 '나들목'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들목은 드나드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여행객들이 잠시 머물러 갈 뿐인 '나들목'으로서의 공항이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최소한'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공항은 출입국의 설렘과 즐거운 기억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전 세계 여행객들을 위해 인천공항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그들의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지원하는 파트너'여야 한다.



2) 고객 경험상 문제점(Experimental Problem) & 3) 실질적 해결 방안(Actual Solution)


컨설팅을 하던 당시 <CNN 트래블>에서는 세계인이 가장 싫어하는 공항 10위를 발표했다... 여행객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불편은 '택시 등 대중 교통 및 출입국 심사에서의 긴 대기줄', '이륙 지연' 등이었다. 따지고 보니 모두 '시간'과 관련된 것들이었다…결과적으로 보면 전 세계 여행객들은 즐거운 여행을 방해하는 불필요해 보이는 시간들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앞서 정의내린 인천공항의 ‘업의 본질’을 바탕으로 ‘전 세계 여행객들’이 겪는 문제점을 찾아냅니다. 그것은 ‘나들목’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 즉 불필요한 시간 소모였습니다. 입국 심사대를 통과하거나 수하물을 찾거나, 공항에서 나와 이동하기 위해 택시나 버스를 기다리는 행위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고객은 짜증이 쌓일 수 밖에 없고, 그들의 ‘즐거운 여행’을 방해하게 됩니다.


면세점이나 편의 시설, 문화 체험과 같은 부가적 기능 또한 이 ‘본질적 기능’이 보장되지 않으면 무의미해집니다. 잃어버린 시간만큼 여유 시간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인천공항은 출국 18분, 입국 14분으로 전 세계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국제 권고 기준은 출발 60분, 입국 45분) 동시에 전 세계 공항 중 1인 당 면세점 매출액이 가장 높은 공항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인천공항은 출입국 심사 시간 단축, 대중 교통 시스템 정비, 수하물 처리 시스템 등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모든 시스템을 효율화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저자는 인천공항이 고객의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Actual Solution)을 ’인천공항의 ‘여행객 동선 효율화’로 정리하기에 이릅니다.



4. 전율을 일으키는 컨셉(Thrilling Concept)


마지막으로 저자는 위의 정의들을 통해 인천공항의 존재 이유를 여행객의 ‘머무름’‘움직임’을 잘 디자인한 ‘여행객 동선 디자인’으로 정리합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인천공항서비스개선위원회’라는 핵심적인 차별성도 발견하게 됩니다. 부서를 넘어 통합적으로 공항 서비스의 운영과 유지를 관할하는 핵심 기구였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인천공항만의 다른 지점을 ‘마음씀(Thoughtfullness)’로 번역합니다. 머무르는 속성을 가진 ‘마음’과 무언가를 향해 움직이는 ‘씀’이라는 의미를 연결시킨 것이죠. 이후에는 ‘장화황후 버들잎 설화’를 통해 한국만이 가진 고유의 사려깊음을 ‘예(ye)’라는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데까지 이르게 됩니다.


[브랜드 탄생 과정]   

여행객 동선 디자인 → ‘머무름’과 ‘움직임’ → 마음씀 (마음 + 씀)

“for your experience / beyond your expectation → ‘ye’

‘ye’ = 藝(문예의 예) + 例(본보기의 예) + 豫(미리 예) + 禮(예절, 매너의 예) + Yeah~(환희와 기쁨의 예)


[인천공항 서비스 브랜드 컨셉 도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


[결국에 모든 진리는 하나다]

비록 이 책에서는 ‘브랜딩’을 위한 컨셉 개발 방법론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업에 관여하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으로 알려진 여러 방법들과 닮아있습니다. 이를 테면 ‘피터 드러커의 5가지 질문’이나 ‘디자인씽킹의 방법론’ 같은 것들이죠.

일전에 제가 있던 회사 또한 ‘브랜딩’을 새롭게 하고자 외부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물론 제가 직접적인 담당자는 아니었습니다만..) 결론적으로는 말하자면 해당 브랜딩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외부 컨설팅 업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회사 내부에 있었습니다. 대표부터 구성원까지 어느 누구도 이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제대로 정의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결국엔 브랜딩이든 뭐든 간에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왜 하는지 정리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을 수 있습니다.


[브랜딩의 시작은 ‘단어’]   

이 책 <본질의 발견>에서는 인천공항 외에도 여러 사례들이 소개됩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시작은 이미지나 느낌이 아니라 ‘언어’에서 출발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래는 포인트 오브 뷰, 오르에르 아카이브 그리고 최근에 성수동 LCDC 기획자 김재원님의 인터뷰 영상입니다.


MoTV, 문구 큐레이션 편집샵 포인트오브뷰. 오르에르. 공간 기반 브랜드 기획 회사 아뜰리에 에크리튜 김재원 대표. 편집에 대한 관점과 브랜딩 그리고 디테일.


내용 중에 언어를 기반으로 해서 브랜딩하는 이유에 대해 나옵니다. 최장순 디렉터 또한 언어학 전공이며 철학과 기호학을 전공하신 분입니다. 이외에도 제가 알고 있는 많은 뛰어난 브랜드 전문가 분들은 브랜딩을 시작할 때 ‘단어’를 갖고 노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만약 ‘비주얼라이징’에 앞서 언어적으로 개념이 정리되지 않았다면 그 브랜딩은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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