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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의미학 Oct 03. 2019

방구석에서 다시 본 영화 '서치'

등장인물이 아닌 마우스 커서 하나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영화 보고, 푹 빠지는 상황이 종종 있는 일은 아니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나 히어로 무비를 볼 때면 주위의 등쌀에 떠밀려 "맞아... 그거 재밌었어" 맞장구쳤지만 한편으론 난 대체 어떤 영화를 좋아하나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영화도 반복학습인 걸까? 운 좋게도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섭렵하며 취향이라는 게 생기기 시작했다. 덕분에 영화 선택 폭이 유연하진 않아졌지만  이상 줏대 없이 영화를 선택지 않는 내가 좋았다.


그런 의미로 내게 서치는 이상한 영화다. 첫 관람 후 이게 액션 스릴러인지 공포인지 가족물인지 장르가 분명하지 않게 느껴졌다. 보게 된 계기도 모호했는데 개봉 당시 러닝 타임용으로 흥행불패, 취향과 맞지 않는 영화가 싫어 우연히 보게 된 것뿐. 


근데 왜 몇 년이 지난 후 방구석에서 다시 보고 싶어 졌을까? 

영화 서치


1. 마우스 커서 하나로 공포감을 조성하다.

등장인물이 아닌 마우스 커서 하나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인트로부터 대단하다. 블랙 스크린에서 페이드 인 되며 효과음과 함께 윈도 창이 나온다. 이후 영화 대부분의 전개는 1인칭 시점으로 마우스 커서와 클릭만으로 이뤄진다. 


2. 반전을 추측할 시간이 없다. 

스토리 전개에 대한 궁금증보다 순간에 몰입하고 보는 재미가 있다. 보통 스릴러 영화에선 관객들에게 반전을 추측할 여유를 준다. 내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틈이 생기면 어떤 장면은 그냥 흘려보내기 일쑤다. 그러다 다시 봤을 때 놓쳤던 컷들을 되찾는다. 서치는 커서 움직임에 몰입하게 해 틈을 주지 않음과 동시에 계속해서 작은 반전들을 이끌어낸다. 


3. 신파도 신선해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딸을 찾는 스토리는 분명히 신파극이라고 판단하게 만든다. 범인을 발견하고, 딸을 끌어안는 아버지가 상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서치의 감동포인트는 딸과 재회하는 장면이 아닌 딸을 찾는 과정에 있다. 모니터 프레임 안에 고이 묻어뒀던 죽은 아내에 대한 추억을 마주하고, 직접 수사를 할 수 없는 아버지의 집착적인 정보 검색은 담백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구글 검색창이 가장 슬프고, 스카이프 창은 감동적인 장면이 될 줄 어느 누가 예측했을까? 감독의 기가 막힌 연출력에 할 말을 잃는다.



4. 다만 아쉽다. 개인정보

원클릭 결제 한 번으로 개인 신상을 추적하는 사이트, 적나라한 SNS 노출, 은행 계좌 추적 등은 개인 신상을 손쉽게 알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 되려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진 건 아닌지 아쉬운 포인트다. 


서치를 보고 나면 '와 영화 재밌다'보단 '감독 누구야? 미쳤다' 이 반응이 먼저 나오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저예산 스릴러를 찾아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영화는 참 신기하다. 겨우 2시간짜리 우연히 접한 영화 하나가 취향을 바꿔 주기도 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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