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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 Apr 18. 2024

글을 못 쓴 이유 1

토요일의 글쓰기 





1. 

올해 1월 20일 토요일부터 동네 친구인 지구 언니와 <토요일의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신년 다짐 중 꼭 빼놓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글쓰기'인데 마침 쓰기에 관심과 필요가 있는 지구 언니를 만나 마음이 맞았던 것이다. 우리는 매주 한 편의 글을 쓰기로 했고 마감은 매주 토요일로 정했다. 마침 둘 다 브런치 작가로 등록(?)이 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브런치 발행이 마감 기준이 되었다. 글을 못 쓸 경우 페널티는 벌금도 그 어떤 것도 아닌 '글을 못 쓴 이유 쓰기'로 정했다. 처음 글쓰기를 제안할 때 내가 웃으면서 했던 말인데 어쩌다 보니 이게 정말 우리의 규칙이 되었다. 글을 못 쓴 이유라도 쓰면 적어도 쓴 게 되지 않냐며,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맞장구를 쳐 준 지구 언니 덕분에 말이다.



2.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토글'은 잘 이어져 왔다. 지구 언니는 브런치 연재로 취향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맛깔나게 썼고, 나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이야기를 적었다. 열두 번의 마감을 함께 했으니 벌써 세 달을 매주 꾸준히 쓴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지난주 글을 못 썼고 언니는 계속했으니 지구 언니는 13주째 매주 글을 쓰고 있다! 기세 좋게 글쓰기 모임을 열어 놓고는 최근 몇 주간 마감을 버거워하더니 결국 지난주 처음으로 마감을 못 지켰다. 늦었지만 글을 못 쓴 이유를 쓰고 있다. 

저는 마감천재 자리에서 내려오겠습니다 헝헝




3. 

글을 못 쓴 이유를 슬슬 말해보려 한다. 우선 요즘 평일에는 똑같이 수련하고 수업하고 집안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3월 중순부터 주말에도 TTC(요가지도자과정) 교육에 보조 선생으로 참여하면서 그야말로 일주일이 꽉 찬 생활을 하고 있다. 거기에 틈틈이 사람들도 만나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벚꽃 구경도 하며 행복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느라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살짝 물렁해졌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어온 마감이 아까워서 토요일 밤 부랴부랴 노트북을 챙겨 카페에 가서 한 시간 남짓 글을 쓰고 퇴고도 한번 못한 글에 발행을 눌렀다. 글이 아쉬워도 마감을 했다는 작은 성취감이 있었기에 언제나 안 한 것보다 한 것이 더 나았다. 이 모든 이어짐은 지구 언니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가까스레 마감을 하고는 서로의 글을 읽어주고 하트와 댓글을 보내며 못다 한 격려와 응원은 문자로 호들갑스럽게 나눈 덕분에 이렇게 글쓰기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4. 

지난주 주말이었다. 전 직장 동료가 건대 쪽에 후토마키 가게를 오픈해서 축하해 주러 갔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과 2차, 3차까지 즐기느라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사실 그날 약속이 길어질 줄은 진작에 알았다. 주말 전에 미리 글을 쓸 생각을 했어야 마땅했지만 그럴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내지 못했다.

글을 쓰지 못 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첫 번째, 앞서 말했듯 일하고 노느라 평소보다 조금 더 바빴다. 그럼 바로 두 번째, 소재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 말은 내 삶에 여유가 없다는 말과 통한다. 잠시 멈춰 곰곰이 생각해 볼 물리적 심적 여유가 부족하단 거다. 비슷한 일상이어도 살펴보면 생각할 거리는 많다. 마지막으로,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여전하다. 때에 맞는 좋은 글감에 기막힌 표현을 버무려 글을 뚝딱 써내고 싶지만 현실은 인스타그램에 쓸 짧은 문장도 어려워하곤 한다. 이럴 때면 그저 일기를 쓰는 것처럼 하자, 라고 생각한다. 글은 꾸민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좋은 사람이 되려면 꾸준히 배우고 돌아보며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하고, 바라는 모습에 가까워지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니까. '글쓰기'라는 과제보다는 나를 살피고 돌아보는 시간으로 정의하며, 조금 더 가볍게 자주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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