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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미정 Sep 11. 2017

고시내 고시내

믿음의 힘 2, 퇴마록

"야~야~~, 소금 있나, 소금? 굵으면 좋고."

아까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그러나 나보다 남편이 빠르다.

"그런 거 하지 마래 (하지 마세요)!"

속이 메스꺼워 토할 것 같다시더니 소금이 속을 가라앉혀 주기도 하나보다. 어쨌건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뭐든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 때마침 소금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 있네요."


교외에 나왔는데 어머니께서 갑자기 토할 것 같고 몸이 안 좋으시다 해서 급히 철수다. 이것저것 얼른 챙기고 정리해서 차에 오른다. 남편이랑 따로 오느라 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간다. 타자마자 어머니는 바로 곯아떨어지신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곧 눈을 뜨시고는 이래저래 이야기 보따리를 푸신다. 운동을 다니시면서 친구도 많이 생기고 요즘 참 밝아지셨다. 목소리도 이제 예전 수준을 회복하셨다. 쩌렁쩌렁 기운이 넘치신다. 반면 나는 요즘 집중장애다. 누가 뭐라 말하든 접수도 안 되고 접수할 의지도 별 없다. 지난 학기 일정이 좀 많았는지 회복하는 데 시간이 생각보다 좀 걸린다. 꿀, 우유 등의 단어들이 좀 들리긴 하지만 아프신 거랑 당장 연결되지 않으니 편안하게 듣고 흘려 보낸다.

두어 시간 뒤, 집에 거의 다 왔다. 어머니 속은 좀 어떠세요? 하는데 뭔가 번쩍 하고 귀를 붙든다.


"아까 고시내 해서 은자 다 괘얀타 (괜찮다)"  


대학 때 먼 기억으로 고시레라는 작품명을 본 적 있다. 액막이굿에 관련된 거였던 것 같은데... 그 고시렌가?

 

옛날, 고씨 성을 가진 지주가 있었는데 인심이 후하고 너그러워 소작농들의 사정을 잘 살펴 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디서건 음식을 먹을 때면 고씨에게 감사의 예를 올린다고 "고씨례" 하면서 음식을 조금씩 던진 데서 유래한다. 그 후로는 근방의 지신이나 수신에게 행사를 무사히 치르게 해 달라는 기원과 동시에 주변의 잡귀를 쫓는 의식이 되었다 한다. 고씨례는 고시례, 고시래, 고수래, 고시내 등으로 바뀌어 내려온다.

                                                                                                                                      [네이버 두산백과사전]



"예? 고시내? 고시레 말씀하시는 거에요?"

"응, 내가 '고시내, 고시내,' 하고 객구 (객귀)를 물렀다 (물리쳤다) 아이가. 그 뒤로 이렇게 괜찮자네 (괜찮지 않겠니)."

이게 무슨 소린가. 이야기를 들어본즉 이러하다.


이웃에서 필요한 걸 구입하고 인심 넉넉한 그 댁 안주인이 어머니 드시라고 삶은 단호박에 꿀, 우유를 넣고 갈은 음료를 주셨단다. 잘 먹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메스껍고 토할 것 같아 집에 가자고 하신 거다. 그리고 소금을 찾으셨고. 우리가 짐싸고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동안 결국 토하시고는 소금이랑 고춧가루를 주변에

"고시내, 고시내,"

하면서 뿌렸더니 객구 완전 퇴치! 그 뒤로 메스꺼운 것도 완전히 가라앉고 안정이 되서 이렇게 기운이 펄펄 나신단다. 그 힘이 다 이유가 있었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소금이 약인 줄 알았는데...... 약은 약이다, 객구를 물리치는 명약.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푼다. 난 재밌어 죽겠는데 남편은 표정변화가 없다. 혹시나 해서 묻는다.

"당신, 아까 어머니 소금 찾으실 때 그러지 마시라 한 게 혹시 어머니, 고시내 하실 줄 알았던 거야?"

"응."

"어떻게 알았어?"

"옛날부터 그러셨어."


이번에도 어머니 승이다. 어머니는 되고 우리는 안 되는 거. 어머니는 하시고 우리는 절대 못하는 거. 이제 호래이 기름을 넘어 퇴마까지. 어머니의 '믿음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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