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hite nest Sep 30. 2018

커뮤니티를 위한 소프트 웨어 구축

커피가 아닌 도시락인 이유

6월 이후 무려 세 달만에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핑곗거리가 될 만한 것은 팀 소속 변경으로 인해 일이 늘었다는 것이다. 하여 추후에는 다른 일에 대해서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일인가?)


본격 어그로 썸네일 방송 SBS <백종원 골목식당>

요리, 먹방, 쿡방 등 백종원 대표를 필두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동시에 황교익을 필두로 한 수요미식회와 중간중간 지역 토속 음식과 그에 대한 간략한 기원 혹은 역사까지 알차게 끼워 넣는 알쓸신잡까지, 한국은 아주 맛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안재억, 햄튜브, 공대생, 조섭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소속된 <비디오빌리지>


더불어 한국은 지금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로 몇 통신사와 몇 스마트폰 제작사들은 미소를 띤 가운데, 한국 사람들은 외국 여행 시에 인터넷 속도에 답답함을 느끼며 무엇보다 인터넷 속도에 대해서는 한국이 남바 원임을 느끼고 있다. 아프리카 TV, 유튜브 등을 통해 개인 크리에이터의 등장과 활약이 돋보이며 참신하게도 다이아 TV, 비디오 빌리지 등 그들을 매니지먼트해주는 회사(MCN : multi channel network)들도 생겨났다. (얼마 전 비디오빌리지의 허균 PD와 짧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나와 동갑이라는 사실에 감탄과 존경심이 생겨났다.)


여하튼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콘텐츠 소비는 날로 증가하며 그중에서도 대세는 이미 영상 쪽으로 많이 기운듯하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점은 다양한 기술의 발달로 영상 제작의 장벽이 생각보다 낮아, 넘치는 끼와 기량으로 다양하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주 다양한 콘텐츠의 발달, 좋다. 하지만 좀 더 진지하고 무거운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스타 쉐프 이욱정 PD
<누들로드>
<요리인류 2부 도시의 맛 : 트빌리시>


지난, 꽤 지난 8월 초 이욱정 PD와 함께 요리, 집, 도시재생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누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욱정 PD로 말할 것 같으면 해피투게더 출연 경력이 있을 정도로 꽤 수려한 외모와 말솜씨를 겸비한 스타 PD이다. 그렇다면 왜 스타 PD가 되었는가? 인터넷에 검색하면 아주 많은 정보가 나올 테지만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욱정 PD는 연세대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KBS에서 PD로 활동하며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아주 좋은 반응은 얻으며 국내에서는 푸드멘터리라는 장르의 선구자로 떠올랐으며 직접 감상한 결과 요리와 인류학을 아주 흥미롭게 섞고 비벼서 담아낸 명작 중 명작이다. 게다가 이욱정 PD는 휴직계를 내고 2년간 런던 르꼬르동블루에서 유학길에 오른다. 그래서 실제로 요리도 굉장히 잘하신다.


<Food odyssey night :  요리인류클럽 x 더부스 맥주파티>


이욱정 PD는 현재 KBS 산하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요리인류 클럽을 대표를 겸하고 있다. 요리인류 클럽은 돈의문 박물관 마을 내 "면담 : 麵談"에서 다양한 필드에서 돋보이는 활동을 보이고 있는 분들을 초청해 음식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콘텐츠를 진행 중이다. 이 또한 커뮤니티 활동의 일환이지만, 공식적인 기사는 3월부터 검색되는 검벽돌집 프로젝트가 보다 본격적이다.


이욱정 PD는 회현동에 "검벽돌집"이라는 공간을 기획 중이다. 서울시와 (주) KBS요리인류가 함께 진행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인데 회현동을 시작으로 중림동 서계동에 거점이 생겨날 것이며,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함께 지역 특색을 살린 마을 레시피와 도시락 개발을 추진한다.


여기에 이욱정 PD가 위촉된 이유는 콘텐츠 생산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얘기했던 것처럼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은 많지만 이제는 소프트 웨어가 필요하다. 이욱정 PD는 음식 혹은 요리와 인간에 능통하다. 현재 다양한 음식 프로그램이 끝없이 나오지만 계속 소비되는 이유는 음식은 아주 원초적인 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본능에 가까운 행위이며 동시에 사람을 묶어주고 역사를 방증한다.


에도시대 덴뿌라 포장마차 (우키요에)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는 역사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한국의 외식산업이 해외에 비해 아직까지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세계적으로 다음은 한식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유라고 한다면 단연 그 문화에서 오는 차이 때문이다. 일본을 예로 들면 에도 시대 때 많은 남성들이 에도에 거주하며 노동력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직접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다소 부족했던 것이다. 하여 외식을 즐겨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외식 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에서 음식이란 제사를 비롯하여 손님을 "대접"하는 의미가 강했던 것이다. 반찬도 마찬가지다 한식집은 기본 찬이라는 게 있고 서비스 개념으로 제공이 된다. 하지만 미국, 유럽,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여행 팁에 반찬뿐만 아니라 물에도 비용이 붙는다.


포틀랜드 <ACE hotel>


여하튼 이욱정 PD가 말하는 검벽돌집이 기존의 도시재생이 보여왔던 콘텐츠와 다른 점은 이것이다. 첫 번째는 음식이 주가 된다는 것이다. 전시나 공연, 이벤트가 매일 있다한들 사람들은 매일 방문하지 않는다. 다만 음식과 요리가 있다면 늘 사람이 오고 간다. 중심 콘텐츠가 음식과 요리이고 그다음에 전시, 공연, 이벤트와 결합인 것이다. 두 번째로 확실히 지역 중심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검벽돌집이 주요하게 기획하고 있는 지역 레시피와 도시락은 무엇이 다른가? 최근 식당 못지않게 핫한 것이 카페다. 그러나 도시 재생에서 카페가 갖는 의미가 과연 있을 것인가? 물론 에이스 호텔이 선택한 스텀프 타운처럼 카페가 도시 재생의 훌륭한 아이템으로 쓰일 수는 있다. 하지만 지역에 새로운 카페가 생긴다고 했을 때, 지금 한국 커피 시장 수준에 맞는 바리스타와 로스터리가 새롭게 생겨날 수 있을까? 아마 외부(타지역)에서 끌어와야 할 것이다. 그에 비해 도시락이라는 것은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더불어 도시락은 배달이 가능하다. 이욱정 PD는 이 지점에서 배달의 민족과 협업까지 고려하고 있었다.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도 놓치지 않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미 피할 수 없으며 인간은 음식을 먹는다기보다 의미를 먹고 산다. 도시재생이라는 타이틀이 난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지역을 수요가 발생하는 시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공급을 할 수 있는 잠재적 공급자로 접근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어떻게 유의미하게 도시라는 공간과 지역과 동네라는 의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역주민을 엮을 것인가가 고민의 중심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유익한 미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