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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nest Dec 13. 2018

MUJI Labo

무인양품의 의복 연구소

아무래도 생활에 가장 필요한, 물리적인 기본  3요소는 의, 식, 주다. 무인양품이 초창기부터 다뤄왔던 제품 영역이다. 무인양품이 생겨난 이후 제품 카테고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 방향은 아무래도 양질의 삶, 사회적 의미를 늘려나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주택, 주거 문제 해소, 일괄적인 주거 형태가 아닌 각자 삶의 생애 주기와 패턴에 맞는 집의 구조, 콘크리트 주택의 가용 년수에 대한 문제로 인한 목조건축에 대한 관심, 내진과 공간의 자유도를 고려한 목조 건축법인 SE공법의 활용, in fill 0 project, house vision project부터 MUJI BOOKS와 MUJI HOTEL, MUJI diner, MUJI support 같은 영역은 삶의 질, 만족, 사회적인 의미 등을 품고 있다.


SE공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


여하튼 그래서 오늘 다뤄보고자 하는 것은 무인양품의 의복 라인 중 하나인 MUJI Labo 다. 다음 주 토요일인 12월 15일 홍익대학교에서 <무인양품이 생각하는 기분 좋은 생활과 패션>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강연자는 나가사와 미에코, RKJ(ryohin keikoku japan : 양품계획) 의복잡화 기획 디자인 실장이다. 무인양품의 의복 라인은 크게 MUJI regular, Re MUJI, MUJI Labo, found MUJI (중 일부 상품)이 있다.


nagasawa mieko, RKJ(ryohin keikoku japan) 의복잡화 기획 디자인 실장


MUJI regular는 일반적으로 매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무인양품의 옷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좋은 원단을 사용하여 선보이는 옷들이다. 생활 도구로써 옷에 대한 고민으로 만들어나가는 제품이다. 예를 들어 터틀넥 특유의 답답함과 까끌거림을 없애기 위해 목 부분에는 면사를 사용한 목이 편한 터틀넥 시리즈라던지, 셔츠를 다려 입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다려 입지 않아도 되는, 주름이 가지 않는 셔츠를 만든다던지, 이처럼 무인양품의 기본 의류 라인인 MUJI regular는 생활 도구로써 옷을 좀 더 편안하고 유용하게, 불편함, 문제 해결의 관점으로 접근해나간다.


인디고 염색 후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Re MUJI


Re MUJI는 리사이클링 프로젝트로 손님들이 폐기를 위해 매장에 가져다준 제품 중 아직 입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회수된 의류 중 섬유의 일부는 에탄올, 버튼 등의 폴리 에스테르 소재는 원사로 재생된다. 그리고 상태가 좋은 의류는 일본 전통 인디고 염색 혹은 누비 형태로 재생산되어 Re MUJI라는 이름으로 매장에서 재판매된다. 그리고 Found MUJI는 오랜 시간 동안 사용된 생활 속의 의류, 예를 들면 에콰도르의 파나마모자, 토시기 현의 유카타, 군마현의 자카드 직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


Found MUJI _ 에콰도르의 파나마 모자


MUJI Labo는 2016년 국내 수입이 중단되었다가, 2017 AW부터 다시 입고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큰 변화가 있었는데, MUJI Labo는 일본의 안글로벌(Anglobal) 소속의 대표 브랜드이자 디자이너 마가렛 호웰이 2012런칭 이후 계속 디자인을 도맡아왔다. 5년이 지난 2017년 MUJI Labo의 디자인은 Taro horiuchi의 horiuchi taro가 여성복을, N.hoolywood의 daisuke obana가 남성복을 각각 맡아 진행하게 되었다.


좌)daisuke onaba 우)horiuchi tako


재밌는 점은 마가렛 호웰의 무드와 호리우치 타로, 다이스케 오바나의 디자인 무드가 꽤나 다르다는 것이다. 디자이너가 바뀐 지금 MUJI Labo의 콘셉트, 결과물에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MUJI Labo의 본래 콘셉트 자체가 물론 laboratory에서 따온 Labo를 사용하고 있다. "무인양품 의복 연구소"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마가렛호웰이 주도하던 MUJI Labo는 셔츠의 펜 포켓, 셔츠 슬릿 부분의 가제트, 하프 플래킷 등의 실용주의적 디테일과 재생 폴리에스테르를 이용한 지퍼와 단추, 오가닉 코튼, 리넨, 울 캐시미어 등을 사용했다. 공식적인 설명에 의하면 "다양한 디테일을 통한 옷의 새로운 가치 제시, 심플함과 실용성, 그리고 쾌적함과 기능성을 생각하며 과도한 장식을 배제한 스타일, 화려한 패션, 유행과의 거리를 둔 옷을 지향한다"고 한다.


마가렛호웰이 주도하던 라보의 여러가지 디테일


반면 다이스케 오바나와 호리우치 타로가 주도하는 MUJI Labo의 콘셉트부터 살펴보자면, 생각보다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많은 옷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여유 있는 옷장을 추구한다. 화려한 패션에서 거리를 둔 다음 기본으로의 발전을 목표로 하며 월별 옷가지 테마를 정하고, 반년 만에 옷장 전체가 완성하는 형태로 매월 신선함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 옷장을 형상화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디자이너가 바뀐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실용성과 디테일에 대한 고민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소견은 보다 패셔너블해졌달까? 물론 실용성과 디테일이 패션과 반대되는 개념은 아니다. 생활 도구로써 옷에서 좀 벗어난 느낌이라고 하면 더 정확할 것 같다. 기존 무인양품의 관점은 생활 도구로써 옷을 바라본다는 느낌이 강했다. 지금은 생활도구라기보다 옷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와 실루엣에 치중한 느낌이다. 여기서 소재는 보다 새로운 소재를 활용하고 실루엣 역시 최신 동향을 반영한다.


여성 하의의 밑위 기장, 품, 남성 상의의 품, 코트의 암홀 등이 꽤나 여유롭다. 심지어 이번 시즌 코트는 소매 품이 야상 급이다.


소재에서는 나일론 소재가 대폭 강화되었다. 여기에서 발수 등의 기능성이 강조된 의류가 많다. 아웃도어 벨트에 많이 쓰이는 나일론 소재로 플라스틱 후크가 결합된 벨트라던지, 이전에는 문고본 노트 크기의 포켓이 상징과도 같았다면 지금은 오히려 포켓을 최소화하는 형태다. 품이 넓고 기장이 짧은 상의와 턱이 있는 바지, 허리는 고무 밴딩 처리, 나일론 벨트, 울이 아닌 나일론 소재로 짠 품이 넉넉한 터틀넥과 크루넥 스웨터 등이 있다. 다운의 형태도 다양하다 풀오버 형태의 다운, 하프 집업, 다운이 충전된 하의까지 이전에 선보이지 않았던 옷들이 많다.


실제로 과거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의류 상품 디자이너로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가 참여했을 정도로 무인양품에서는 의류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의류라는 게 실용품이면서도, 생활용품 못지 않게 미학적인 부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운 하프 집업, 하의 셋트 업, 나일론 + 플라스틱 후크 벨트


이 부분을 비유해서 표현하자면 기존의 마가렛 호웰이 디자인하던 MUJI Labo는 regular라인과 함께 착용하여도 큰 이질감이 없었지만 현재 Labo라인은 실루엣이나 기장감, 소재 측면에서 regular라인과 조합이 다소 떨어진다. 반면에 연구소 역할은 더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Labo라인을 통해 결과가 좋은 제품은 가격을 절반 이상으로 낮춰 regular 라인으로 소개가 된다.


MUJI Labo 2012 AW


그리고 한 시즌의 옷장을 구성하기에 충분한 컬렉션을 전개한다는 콘셉트도, 개념 측면에서 무인양품과 발을 잘 맞춰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유명 편집샵 1 LDK의 파리 지점 직원인 점페이상(인스타그램 @sekijumpei)의 옷 입는 법(?)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아무래도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옷이 점점 많아지고 안 입는 옷이 많아지고 최근에 산 옷 위주로 입다가 이따금씩 예전 옷들을 꺼내 입으며 "역시 버리지 않기를 잘했어, 이렇게 입을 일이 있잖아."라고 위안하는 경우가 있을 거다. 적어도 난 그렇다. 점페이상의 옷장은 큰 옷장과 작은 옷장으로 구분된다. 한 시즌 동안 입을 옷을 편집하여 작은 옷장에 놓고 해당 시즌은 안에서 입는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굉장히 유용하고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1LDK paris, seki jumpei


여하튼 그런 Labo 라인이 내년에는 유니섹스로 전개가 된다. 패션뿐만 아니라 예술, 디자인, 문학, 사회, 경제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젠더이슈는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다뤄지고 있는 부분이다. 브랜드 가치관과 이념, 개성은 강하지만 반대로 다소 폐쇄적이고 고리타분해 보일 수 있는 무인양품(개인적인 생각입니다.)에서 유니섹스 전개라니, 실험실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사실 옷 자체는 마가렛 호웰이 주도하던 시절이 더 좋다. 그 편이 내가 좀 더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지금도 충분히 좋아서 매력에 빠질 듯하다. 사실 실험실이라는 게 정해진 콘셉트를 갖고 꾸준히 비슷한 모습을 보이면 이상하지 않을까,


伝統から学んだ、暮らしの服。/ 전통에서 배운 삶의 옷 (MUJI)


MUJI Labo는 여러 측면에서 굉장히 눈길을 끌고 매력적인 제품 라인이다. 많은 주목 바라며, 입어보는 것은 돈이 들지 않으니 매장에 방문하면 한 번쯤 걸쳐보는 경험을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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