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우카 Sep 30. 2020

아줌마가 어때서.

말의 기술 - 경청,  공감, 조언

"당신은 천상 아줌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기분이 나빴을까? 반백살을 먹고도 아가씨처럼 보이고 싶었던 까닭은 아니다. 빠른 사람은 50에 할머니가 된 사람도 있으니 아줌마는 기본 아닐까? 얼굴에 역력히 기분이 나쁜 것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그이는 전혀 깨닫지 못한다. 무딘 사람 같으니라고.
.
제3의 性으로 불리는 아줌마. 억측스러움의 대명사이기도 하고, 교양 없음과 막무가내의 표본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렇듯 "아줌마"라는 호칭은 "무개념 김여사"와 더불어 대한민국에서는 썩 좋은 이미지로 사용되지 않는 듯하다. 아니 가까운 일본에서도 지하철에서 좌석을 향하여 뛰어가는 아줌마들의 뒷모습을 희화화하여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의 무지막지함에 관하여 보도를 하기도 했다. 더욱이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열풍을 몰고 온 뒤 형성된 "욘사마"를 향한 애끓는 일본 아줌마 팬들을 일컬어 <오바리언>이라고 불렀으니 그 의미는 "오바상"(아줌마)+"에어리언"(외계인)이다. 남편의 식사 준비 및 가정사를 내팽개치고 마치 지하철 좌석을 향해 달리는 뒷모습으로 욘사마를 향해 달려가는 이해할 수 없는 외계인과 같은 아줌마 모습이라는 것이다. 
.
물론 남편은 그런 의미로 나에게 "천상 아줌마"라고 표현한 것은 아니다.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함에도 불구하고 적어내는 글 수준이 책 읽기와 공부에 미치지 못하고 논리성을 벗어나 있으며 중구난방인 까닭에 그런 말을 한 것이다. 그 안에는 좀 더 마음을 다해 글을 적어주기를, 글 적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던 것도 모르는바 아니지만 썩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던 것은 내 머릿속에서 오작동된 "스키마"때문 아녔을까? 더불어 남편은 불쑥 끼어드는 차를 보면 입버릇처럼 "아줌마"라는 말을 하고, 그이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아줌마 이미지 역시 긍정적인 이미지보다 부정적 이미지에 가까웠던 까닭 이리라. "천상 아줌마"라는 말에 나를 독려하고픈 마음도 있지만 '별로야'라는 의미 또한 있었으니 말이다.
.
하지만!! 대한민국 아줌마만큼 情가는 사람도 없다. 감정에 솔직하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울고 웃는다. 그만큼 감정의 동요가 쉽다는 것은 마음이 여리고 순수하다는 뜻이 아닐까? 가족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긴다. 억측스러움 뒤에는 누군가의 연약함을 짊어진 무게가 있다. 논리성과 개연성은 다소 부족할 지라도 마음을 울리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중구난방 마음을 나눈 아줌마 같은 글. 읽어갈수록 피곤함을 더하는 글이 아닌 "공감"을 이끌어내고 마음 한편이 쉴 수 있는 아줌마 같은 글이라면 그렇게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삶의 내공이 쌓이지 못해 뽀로통한 입으로 창밖만 바라보며 한참을 입 다물고 있었지만 "맞아. 나 아줌마야. 나이 50이면 아줌마지. 아줌마가 아줌마 같은 글 쓰는 거 당연한 거 아냐?"라고 쏘아붙이지 못하고 마음만 상했던 것이 이제야 억울해진다. 아마 아무 말도 못 했던 건 나와 비교할 수 없는 글쓰기 실력을 가진 남편이기에 그러했겠지.
.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말을 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오작동을 불러온다면 그 대화는 빗나간 화살이 되고 만다. 내가 가진 선의를 오해 없이 전달하고 상대방을 낙심시키거나 좌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 세워주고 일으킬 수 있는 대화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대화의 기본은 먼저 "경청"이다. 그다음은 "공감"이며 가장 마지막이 "조언"이다.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는 것은 상대방을 향해 돌을 던지는 것과 똑같다. 나는 그이에게 말로서 상처를 입히거나 '기'를 꺾은 일은 없는가? 아마도 많았으리라. "입 바른말" 잘하기로 남 못지않으니 말이다.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그이의 말을 듣고, 서운한 마음이나 내 마음속 편협된 생각으로 오해하지 않고, 하는 말을 잘 듣고 전하는 말조차 상대방을 일으킬 수 있는 생명력 있는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세상의 격언이나 속담 외 성경에서도 "말"과 "혀"에 관련한 성구가 많다. 특히 잠언에는 많은 지혜로서 우리들에게 말하기를 가르쳐준다. 그만큼 말하기는 어렵고 중요한 까닭에서 이리라.


"잠언 4:24
구부러진 말을 네 입에서 버리며 비뚤어진 말을 네 입술에서 멀리 하라" 
"잠언 12:13,14
악인은 입술의 허물로 말미암아 그물에 걸려도 의인은 환난에서 벗어나느니라
사람은 입의 열매로 말미암아 복록에 족하며 그 손이 행하는 대로 자기가 받느니라" 
"잠언 12:18,19
칼로 찌름 같이 함부로 말하는 자가 있거니와 지혜로운 자의 혀는 양약과 같으니라
진실한 입술은 영원히 보존되거니와 거짓 혀는 잠시 동안만 있을 뿐이니라." 
"잠언 17:27,28
말을 아끼는 자는 지식이 있고 성품이 냉철한 자는 명철하니라
미련한 자라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겨지고 그의 입술을 닫으면 슬기로운 자로 여겨지느니라" 
"잠언 18:6,7,8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키고 그의 입은 매를 자청하느니라
미련한 자의 입은 그의 멸망이 되고 그의 입술은 그의 영혼이 그물이 되느니라
남의 말하기를 좋아하는 자의 말은 별식과 같아서 뱃속 깊은 데로 내려가느니라" 
"잠언 18:21
죽고 사는 것이 혀의 힘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혀의 열매를 먹으리라" 
"잠언 15:4
온순한 혀는 곧 생명나무이지만 패역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하느니라" 
"잠언 21:23
입과 혀를 지키는 자는 자기의 영혼을 환난에서 보전하느니라"


작가의 이전글 내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이유 -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