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준수 Feb 28. 2021

클럽하우스는 인생의 낭비일까?

클럽하우스 안 하는 사람이 본 클하 관찰기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인생에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차라리 독서를 하길 바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세계적인 빅클럽으로 만든 전설의 명장이자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던 알렉스 퍼거슨 경이 한 말이다. 평소 선수들에게 당근과 채찍, 그리고 헤어드라이어 화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던 그는 생각보다 열린 사고의 소유자였다. 다만, SNS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SNS에 미친 선수치고 말썽을 안 부렸던 이가 없을 정도니 이해가 충분히 된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NS, 안 하자니 뒤쳐지는 거 같고 다 하려니 정신이 없는 존재. 가뜩이나 할게 많은 시대에 또 다른 SNS가 등장했다. 바로 클럽하우스다. 클럽하우스 얘기를 처음 들은 건 한 2, 3주쯤 된 듯싶다. 


요즘 새로운 플랫폼이 나오면 무조건 해보는 경향이 있어서 클럽하우스를 검색하고 시작하려 했는데 할 수 없었다. 아이폰 유저만 할 수 있었다. 갤럭시를 쓰면서 크게 후회했던 적이 없었는데 디즈니 플러스에 이어 아이폰을 쓰지 못해 아쉬웠던 두 번째 경험이다. 중고로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그냥 하지 말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하  출처 '언플래시


기존 SNS와의 차이점? 


주변에 SNS를 통해 클하 일기를 쓰는 사람이 세명 있다. 그들의 리뷰를 보며 생각보다 재밌다고 생각한 부분이 많았다. 영감을 주고, 소통이 자유로우며, 자기 위주의 대화가 된다는 점 등등.


우선 든 생각은 거리두기로 인해 다른 이의 누군가를 직접 만나기 힘든 상황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최적화된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일면식 없는 사람과 대화를 하는 건 나름의 위험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문제다. 그런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건 시간과 노력, 비용의 문제가 동반된다. 대신 온라인으로 만나는 건 언제든 그 만남의 시간을 중단할 수 있고  내가 원하는 주제의 대화에 참석할 수 있다. 나름대로 위험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다른 SNS가 단편적인 정보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반해, 클럽하우스는 전문적인 이야기, 정보, 영감,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단순히 타인의 문장을 읽는 텍스트 중심에서 목소리를 직접 듣고 판단하는 보이스 중심으로 이동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모더레이터가 직접 말하고 참가한 사람들은 듣는 형태. 듣는 이가 몇 명이든 모더레이터는 말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누가 보든 말든 아무 말이나 써 내려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자극적인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과 차별화된다.



클럽하우스의 폐쇄성


많은 사람이 클럽하우스에 관해 말할 때 지적하는 점 중 하나가 "하는 사람만 한다. 그들만의 리그다"라는 부분이다. 일부는 맞는 말이고 나머지는 틀린 말이다. 아이폰 유저가 아닌 사람들 입장에서는 뭔가 아니꼽고, 아쉽게 느껴진다. 아이폰 유저라는 이유로 특권을 누리는 듯한 느낌이랄까? 반면 아이폰 사용자들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가 더 늘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워낙 인기가 있으니 한번 해볼끼'하는 사람과 '귀찮은데 굳이 할 필요가 있나'라는 사람으로 나뉘는 느낌. 


요즘 같은 시대에 모두가 할 수 없다는 점은 '폐쇄적이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확실히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내 입장에서 보면 클럽하우스는 폐쇄적인 SNS다. 질투일 수도 있고 열등감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림의 떡이기 때문에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입장에서는 최악, 혹은 최고로 평가가 엇갈린다. 그렇다고 이런 점이 애플리케이션 자체를 폐쇄적이라고 단정 지을 근거가 되진 않는다. 주변에 안드로이드 유저들 가운데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중고 물건을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순전히 클럽 하우스를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느낀 가장 큰 폐쇄성은 일방향으로 소통하는 면이 크다는 점이다. 클럽하우스는 방을 만들거나 운영하는 이, 그들이 지정한 모더레이터가 어떤 주제에 관해 일방적으로 말하는 형태다. 물론 말하는 사람을 수시로 바꿀 수 있지만, 얼마나 자유롭게 진행될지는 모르겠다. 클럽하우스가 만족스럽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모더레이터를 하는 이들이다. 


'잠자코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좋네'라는 느낌도 받았다. 물론 직접 사용해보지 않았기에 이 느낌은 다를 수 있다. 비약을 하자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내 이야기에 열광할 청중을 앞에 두고 말하는 과거 선거 유세장 같은 느낌 말이다.




클럽하우스의 자율성


앞에서는 클럽하우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의 억하심정을 담아 최대한 안 좋게 평가해봤다. 그럼에도 클럽하우스가 인기가 많은 건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클하일기를 쓰는 지인들의 글을 보고 느낀 점은 주제의 제약이 없고 다양하며, 이야기의 몰입도가 깊다는 점이다. 돈을 내고 하는 소셜 모임 멤버들의 대화처럼 방에 따라 깊고 수준 높은 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방들은 자신의 지적 수준을 자랑하거나 자신의 콘텐츠를 팔기 위해, 혹은 일방적인 정보를 전달하기에 바쁘지만 잘 돌아가는 공간은 영감과 정보, 쌍방향 소통이 잘 이뤄지고 있다. 쉽게 나눌 수 없던 정보, 함께 하기엔 마땅한 대화 상대가 없어서 이야기할 수 없었던 대화가 이뤄지는 점은 확실히 이 어플의 장점이다. 본인이 콘텐츠를 만들기보다 소비하는데 중점을 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명인들의 소탈한 모습, 그들과 내가 크게 다르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점도 큰 이점으로 느껴진다. 페이스북 창립자나 테슬라 CEO, 유명 작가, 연예인과 내가 똑같이 얘기할 수 있고 그들도 내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도 SNS군요


장단점이 분명하면서도 특징이 워낙 뚜렷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클럽하우스. 자신의 주장을 말하고 내세우기보다 듣고 판단하는데 익숙한 한국인에게 적합한 느낌이 드는 SNS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소수든, 다수든 이 인기는 꽤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었다. '입뺀'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클럽에 들어갈 때, '입장 뺀지', 어떤 공간에 누군가를 들여보내고 싶지 않다는 뜻의 이 말은 누군가를 거르려고 할 때 많이 쓰인다.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비논리적인 말만 일삼는 종교인, 무언가를 판매하려는 사람, 콘텐츠보다 자신의 홍보에만 몰두하는 자, 늙건 젊건 꼰대 경향이 심한 사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신의 개똥철학만 설파하는 사람, '라떼는 말이야'라며 과거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 등등. 소통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여기서도 거부당하고 있었다. '여기도 SNS구나', '어딜 가나 걸러야 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인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 플랫폼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들어가기도 힘들고 이용도 쉽지 않은 점만큼 SNS가 오염되는 속도도 느리다는 장점이 있는 클럽하우스. 처음 지향점처럼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중요한 건 내가 이용할 수 있을 때쯤에는 그 거품과 인기가 확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