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공모전이 있을 때면 '브런치 너무하다', '브런치 떠나고 싶다', '글쓰기에 관한 값을 주지 않는다'와 같은 의견과 '당선되었습니다', '그래도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등 여러 가지 제목의 글이 올라온다. 그럴 때면 글 아래로 수많은 댓글이 두 패로 나뉘어 싸움을 벌인다.
대기업의 횡포다, 누가 모든 콘텐츠를 내는데 돈을 일일이 내느냐, 유튜브를 배워라 등등.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내뱉는다. 한때 나도 비슷한 주제의 글을 쓴 적이 있기에 염두에 두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존재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떠나건 남아서 글을 쓰건, 평소 브런치를 욕했다가 최근에 들어왔건 예전부터 활동하건 모두 같은 조건이다. 싫으면 떠나고 좋으면 남으면 그만이다.
모든 글쓰기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가?
칼 마르크스는 "인간의 노동만이 모든 가치를 창출하며 유일한 이윤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일정 부분은 수긍이 가고 어느 부분에서는 공감이 가지 않는 말이다. 내가 일하는 만큼 가치를 창출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치가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돈이 돈을 부르며, 투자가 투자를 부르는 방식 말이다. 사람마다 그 부분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거나 접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현재 이 사회를 이끄는 요소 중 하나라는 건 분명하다. 예전엔 모든 이들이 기본적으로 납득할만한 수준의 노동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글 쓰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열심히 일한 이의 임금이나 월급을 가로채는 이들이야말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좀먹는 벌레라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내가 어떤 글을 발행하든 굉장히 신경을 썼으니, 또 다음과 카카오에서 이걸 활용하고 있으니 그에 관한 비용을 당연히 지불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라는 의견도 공감한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이들은 사기업이다. 애초에 공익사업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대단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닐 거다. 지인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에 따르면 현재 브런치의 운영 형태와 초창기 모델은 아주 달랐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 지금 많은 브런치 글쓴이들이 말하는 리워드와 피드백 부분에서 적절한 보상이 없었기에 와해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게 맞든 틀리든 분명한 건 이 플랫폼은 성장했고, 책을 내든 못 내든 여기서 활동한 작가들 역시 함께 성장했다는 점이다. 애초에 돈이나 금전적 목적으로 들어올 거라면 브런치가 아닌 다른 데서 글을 쓰는 게 맞았다. 돈 벌려고 들어왔는지, 순수하게 내 글쓰기를 이 플랫폼에서 인정받으려고 글을 쓰는 건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처 : 언플래시
콘텐츠 제작과 시장 사이
삶에 있어 목적도 중요하지만 수단 역시 뺄 수 없는 요소다. 사람 마음이야 갈대 같아서 언제든지 바뀌는 법이다. 브런치에서 얹어 준 '작가'라는 호칭에 떨렸건, 코웃음을 쳤건, 여기서 글을 썼던 분들은 하나같이 이 플랫폼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했다. 꾸준히 글 쓰면서 실력을 늘리려고 한 이도 있고, 여기도 뭔가 해보려고 온 사람들도 있다. 전자에서 후자로 바뀐 게 내 초창기 모습이다.
'내가 쓰는 글이면 10명 안에는 들겠지?'라는 주제넘은 생각을 많이 했다. 조회수도 꽤 나오고 포털에 잘 올라가기도 하는데 공모전이 대수일까 하는 얄팍한 생각이 가득했다. 하지만 브런치도 하나의 상업적인 플랫폼이고 다음카카오가 사기업인걸 생각하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올초까지 일했던 언론사 역시 사기업이다. 공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듯 보이지만 이윤을 내지 않으면 망한다. 공허한 사회 정의나 개똥 같은 각자의 기자정신보다 중요한 게 조회수와 클릭수다. 모든 언론사가 인터넷 뉴스화 되면서 조회수 유입이 적으면 회사의 존폐가 걸릴 정도로 세상은 바뀌었다.
출판도 콘텐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유튜브가 공정하게 보이는 건 딱 한 가지 이유다. 그들은 광고가 기반이 되는 플랫폼이다. 광고 수익과 더불어 이와 연결된 조회수가 잘 나오는 채널이나 영상은 그들에게 돈을 가져다주는 보물창고다. 이들이 키즈 채널에 제한을 가한 것도 비슷하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만 아이들은 구매력이 없다. 그리고 계속 반복해서 시청하는 경우가 많다. 매출과는 상극이다.
기자들이 쌍욕을 먹어가면서도 제목 낚시를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 클릭을 통해 포털, 그리고 자사 홈페이지로 유입이 되어야 하고 기사 옆에 붙은 광고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봐야 회사 수익과 직결된다. 하물며 브런치는 구글 애드센스나 다른 광고가 없다. 다음 입장에서는 자선 사업이 아닌 이상 폐기해도 무방한 플랫폼이다. 다만 이들은 생각을 바꿔 브런치의 수많은 콘텐츠로 포털을 채웠다. 얄팍하면서 기발한 발상이다. 돈을 안 내면서 자기 플랫폼에 있으니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 뜻. 이 상황이 계속되고 시장을 아는 글쓴이들로부터 불만이 촉발되는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그 무렵 브런치 공모전이 떴다. 그리고 출간 작가들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관심의 물결을 타고 새로 유입된 작가들도 많다. 그만큼 플랫폼 안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는 한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그 경쟁에서 살아남을 정도로 기깔나는 글을 쓰나
아니면 누가 봐도 소리 지를 만한 창의적인 구성으로 책을 만들 수 있나
여기가 아니어도 살아남을 글인가
우리가 무조건 지금 들어오는 기차를 탈 이유는 없다
무조건 지금 들어오는 기차를 탈 필요는 없다
브런치에 더 많은 리워드를 요구하는 것에 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브런치로부터 발생되는 그들의 이윤과 순수익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뭔가 더 가져간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은 든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 브런치를 접었을 거다. 유튜브를 이기겠다고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실패했던 카카오TV의 사례처럼.
다시 돌아가서 콘텐츠로서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싶은 글쓴이라면 내 글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야 한다. 최근에 출판사에 투고하려고 책 원고를 준비하면서 느꼈다. 나는 글 잼민이구나.
단순히 내 마음을 끄적였던 짧은 글과는 달리 책은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 대충 끄적인다고 될게 아니다. 독자를 만나기 전에 출판사 관계자부터 설득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에서 십 수개의 원고를 본다. 재밌고 창의적이고 뻔하지 않으며 내 이야기를 담고 있고 다른 이에게 공감이나 발상의 전환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걸 써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남의 돈으로 책 내려는 것이고, 집을 계약할 때처럼 계약금을 거는 것도 아닌데 이런 부분이 확실하지 않다면 누가 하겠나.
그리고 대한민국은 무형의 콘텐츠에 인색한 편이다. 무형문화재로 불리는 수많은 장인들이 그 어려운 세월을 보낸 건 자신의 예술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감으로 버틴 경우가 많다. 실제 언론사나 여러 글을 기고하는 공간에서 원고료를 높게 받는 사람은 유명하거나 책을 많이 낸 작가들 중 일부에 해당한다.
사회의 인식도, 시스템도, 심지어 시장 가치까지 새로 글을 쓰거나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인색하다. 그리고 요즘 책을 읽는 사람의 숫자도 점점 줄고 있다. 지금 이 글을 보거나 브런치에서 글 쓰는 사람들 중에서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 이는 손에 꼽을 것이다.
다들 행복하려고 글 쓰는 거 아닌가요?
결국 상황도 어렵고 인식도 최악이고, 시스템은 각박하고 책을 새로 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다. 그 상황에서 정말 좋은 콘텐츠를 만들 거면 내 실력을 점검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엄청 대단한 사람처럼 보이도록 글이 나왔다. 그렇진 않다. 앞서 말했듯이 개인 단행본 한 번 못 내본 초짜다. 대신 여러 플랫폼에서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그러는 가운데 내가 원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 대중이 원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이 플랫폼에 목을 멜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거지 같으면 다른 데서 글 쓰면 되고 여기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꾸준히 쓰다가 글을 모아서 다른 곳에 기고하면 된다(그리고 여기 글을 지우는 방향으로). 정말 자신이 잘 쓴다고 생각하면 그 실력을 묻히지 않았으면 한다. 책 시장이 하향세라고 하지만 지금 현재 콘텐츠의 면으로만 봤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글의 가치는 이름값과 유명세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내가 무언가를 명확히 표현하고 전달하겠는가에 따라 나오기도 한다.
요즘 글을 일적으로, 책을 만드는 용도로, 연재하기 위해, 항상 써왔기때문에 계속 글을 쓰고 있다. 여러 가지 목적으로 쓰다 보니 힘에 부칠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처음 글을 썼을 때를 떠올렸다. 글을 써서 먹고 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그때. 우연한 계기로 영화의 전부를 관통하는 여행을 다녀왔고, 이를 독립영화잡지에 담았다. 지금 보면 조악하기 그지없는 글이지만, 그 영화잡지의 2/5를 차지하고 있었다.
제목만 봐도 화려한 '시애틀 국제 영화제', '구교환 감독 인터뷰', '왕빙 감독' 글보다 더 많은 부분을 배정받았고 지금도 그 기억으로 글을 써가고 있다. 쓰다 보니 말이 이상하게 흘러버렸다.
우리 모두 글의 본질에 집중했으면 한다. 글 쓰는 것 자체로 행복했던 그때. 그래야만 자신의 진정한 가치가 제대로 발현될 것이다. 이익과 활용은 그다음에 고려해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