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대행사 외주 작업자
지금은 코로나로 전체 산업이 온라인화 되어 가고 있고, 재택근무, 원격회의, 비대면이 너무 자연스럽지만, 그전까지 '디지털 노마드'는 한동안 사회적인 유행이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삶이기도 했어요.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 여행지에 가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실 직장인 입장에서 더 큰 장점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사실 직장을 다닌다는 거 자체도 굉장히 에너지 소모가 되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직장만 잘 다니기만 해도 사회적으로는 내 몫을 다한 거라고 인식되기도 하지만, 전 진짜 우연히 직장과 다른 일을 병행하게 되었어요. 왜냐면 학교 다니면서 시작했던 알바가 마침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었고, 취준 할 때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또 그만둘 타이밍을 못 잡는 바람에 쭉 하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지난 글에서 쓴 알바를 그만두고, 학교만 다니고 있던 어느 날, 학교 홈페이지의 구인구직란에서 우연히 비슷한 일을 하는 알바 구인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홍보대행사에서 낸 공고인데, 신문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고객사 관련 기사를 각 회사 뉴스레터 포맷에 맞게 정리하는 일이었어요. 전에 했던 일이 회사 직속이었다면, 이번에는 홍보대행사에서 하는 거라는 차이만 있을 정도로 비슷한 일이었어요.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니! 작은 돈이라 본업으로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난생처음 디지털 노마드가 된 거 같아서 기뻤어요.
그래서 1년의 관련 경력을 어필하며, 면접도 보러 가고, 바로 합격해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뉴스래터다보니 출근시간 전에 완성해야 했고, 학교 다닐 때랑 취준 할 때는 오히려 아침에 강제로 6시에 일어나게 되어서 좋았어요. 루틴이 없으면 하루가 무너지기 쉬우니깐요. 그러다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전에 매일 6시 15분까지 1년 동안 출근한 경험도 있으니깐, 일단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안 그만두고 계속 실행해 보았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첫 직장을 다닌 1년 4개월 내내 했습니다. 전 직장은 아침에 샌드위치랑 김밥을 선착순으로 제공했는데, 저는 회사에서 제일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항상 팀원들 아침까지 다 챙길 수 있었고 (눈치는 좀 보이지만 ㅎㅎㅎ), 가끔 누가 늦는다고 하면 출퇴근 카드도 찍어주고, 이런저런 소소한 장점도 있었어요. 워낙 빡센 회사라, 어떤 팀은 근무시간 전 8시에 막 회의 있고, 스터디 있고 그러기도 했는데, 다행히 저희 팀장님은 게으른 사람이라, 무사히 아침 시간 저만의 일을 잘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워크샵도 절대 평일에 가지 않는 회사라 (암요,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도 일해야죠 ^_^), 다행히 워크샵가서 새벽에 일해야 하는 불상사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위기는 있었으니, 바로 연차를 쓰는 날인데요! 회사는 연차가 있지만, 알바는 연차 이런 거 없죠... 그래서 진짜 아픈 날도 하고, 밤새 놀고 첫차 타고 들어온 날도 하고, 여행 가서도 하고, 2년 넘게 이렇게 살았어요. 그래도 국내 여행이나, 홍콩, 일본 이 정도 근거리 여행은 상관없는데, 이 일을 하면서 제일 멀리 갔던 건 스리랑카! 시차로는 얼마 차이 안 나지만, 경유를 하는 바람에 편도만 24시간 걸려서 갔는데, 또 엄청난 드라마를 찍고 왔습니다.
우선 가는 길에는, 말레이시아를 경유했는데, 공항에 4시간 경유 시간이 딱 일을 해야 하는 시간과 겹쳐서, 낯선 공항에서 콘센트 있는 곳을 찾아서, 복도에 앉아서 열심히 일을 했어요. 연착, 결항으로 악명이 자자한 에어아시아를 타고 갔는데, 정말 다행히 그 날은 연착되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날에는 3시간 연착되었는데, 다행히 중간에 하지 않아도 되는 스케줄이었어요!
그리고 스리랑카에 가서 일을 해야 하는 날이 있었는데, 난 분명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갑자기 국제 전화가 막 오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스리랑카는 한국이랑 3시간 30분의 시차가 있는데, 전 그때까지만 해도 30분 단위의 시차도 있는 줄 모르고, 당연히 3시간 시차 기준으로 일을 했던 거였어요. 그래서 재촉은 잔뜩 받았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짬으로 위기를 잘 넘겼습니다.
그만두게 된 계기도, 사실 갑자기 짤려서였어요. 제가 일적으로 잘못한 건 없었지만,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서 더 이상 외주를 안 맡기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마침 타이밍도 제가 퇴직하고, 쉬고 있다가, 다시 새로운 회사로 출근하게 된 시점에서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이참에 나도 드디어 남들처럼 편하게 회사를 다녀보자!라는 마음으로 기쁘게 그만두었습니다.
반전이라면 두 달 후에 다시 해줄 수 없는지 연락이 온 건 함정이지만! 근데 막상 그만두고 나니, 내가 그동안 이 일을 어떻게 했나 싶고, 다시는 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당시에는 그다지 어렵지 않게 했지만, 솔직히 '매일 회사에 2시간 일찍 출근하기'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자랑 ^_^)
그럼에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사실 딱 한 가지, 수입이었어요. 뉴스레터를 만들 고객사 숫자에 따라서 다른데, 4~5개로 적을 때는 기본적으로 50만 원을 받았고, 신규 고객사가 추가되어서 많이 받을 땐 70만 원까지 받았어요. 명절 때도 쏠쏠하게 10만 원씩 챙겨주시기도 했고요. 이렇게 계산하면 기존의 연봉에서 700백만 원 정도가 플러스되는 건데, 이게 너무 짜릿했거든요. (내 돈... 다 어디 갔어......ㅜㅋㅋㅋㅋ)
아마 이 시기부터 '입금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를 느꼈던 거 같기도 해요. 요즘에도 세상 의욕없다가도, 돈이 들어오면 몸이 먼저 반응하거든요 ㅋㅋㅋㅋ 지금도 사실 연봉은, 지금 회사에서 거의 3년이 다 돼가는데 전 회사 초봉보다도 훨씬 못 하지만 (친구들은 다 올려서 이직하던데.... 하아....ㅠㅅㅠ), 원데이 클래스, 퍼블리, 비즈니스 기고 이렇게 다 합치면, 연봉 +1천은 거뜬하고, 마음만 먹으면 아마 2천까지도...ㅋㅋㅋㅋ할 수 있으니깐, 계속 이렇게 직장을 다니고 있는 거 같아요!
이번 편은 제가 처음으로 도전해본 재택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소개해드렸고요! 이제 보니 뉴스레터 만드는 일을 꽤 오래 했네요... 3년? 대학원 다닐 때도 아침에 쓰는 뉴스 스크랩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학교 FTA 스터디원들에게 매일 아침 무역&FTA 뉴스레터도 보낸 시기도 있었어요! (갑자기 생각남 ㅎㅎ) 요즘 뉴스레터가 다시 유행인데, 저도 나름 경력자인데 도전해볼까...? 싶은 마음이 생기다가도, 일단 비즈니스 기고 계약 끝나기 전까지는 절대!!! 아무 일도 새로 안 벌리기로 스스로 다짐했기 때문에,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만 유지하는 2020 되겠습니다. 브런치에 글도 더 자주 올릴게요!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