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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하게 Dec 28. 2020

6. PPT 시세는 슬라이드 당 만원?

나의 PPT 만들기 역사

안녕하세요!!!! 지난 글이 8월이었으니, 정말 제가 생각해도 쉬어도 너무 오래 쉬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실 그동안 퇴사도 해버려서, 계속 N잡하는 직장인에 대해서 글을 써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조금 있지만, 저의 치열했던 20대를 정리하는 의미로, 처음 예상 목차에 적었던 내용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완성시켜 보겠어요. 새해에는 무조건 글 많이 쓰기가 제 목표 1 순위이니, 아주 혹시라도 업데이트를 기다리신 분이 계셨다면, 그동안 너무 불성실했던 저를 용서 해주시고 앞으로를 기대해주세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ㅎㅎ


앞서 다섯 가지 일을 이야기 했는데, 그다음 N잡은 PPT 만들기예요. 사실 PPT 만들기만큼 회사에서 몰래(?)하기 좋은 일도 없는 거 같아요. 물론 업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사무직이라면 그래도 PPT를 만들 일이 많이 생기는 편이니, 회사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이드로 잠깐씩 하기 좋았던 딴짓이었던 거 같습니다.


제가 언제부터 글과 그림을 예쁘게 조합하는 일을 좋아했는지 생각해보았는데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비슷한 걸 한 거 같아요. 한국에서 학교를 안 다녀봐서 한국에도 비슷한 활동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중국에는 쇼우차오빠오(手抄報, 손으로 베끼는 신문)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주제를 정해서 A3 정도 크기의 종이를 나눠주면, 다양한 그림과 사진, 그리고 글로 그 종이를 꾸미는 활동을 자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쇼우차오빠오'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사진으로 남아있진 않아서 아쉽지만, 제가 꽤 좋아하는 숙제 중 하나였고,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어요. (여담이지만 7명씩 한 조로 릴레이 일기 쓰는 숙제도 있었는데, 모두 싫어했는데 저는 등하교 길에 항상 글감 생각하고, 엄청 좋아했던 기억도 있네요. ㅋㅋ)


그리고 오히려 중학교 때는 공부만 하는 학교를 다니게 되어서, 예술과 관련된 활동은 하나도 안 한 거 같아요. (제가 학교를 나온 중국은 정말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있고, 학교마다 편차가 큰 편이에요.) 그래서 PPT라는 걸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때였는데, 국제 학교라서 중학교 때와 정반대로, PPT를 활용하는 활동이 많았고, 또 반에 유난히 예술가st 친구들이 많아서 3년 동안 자연스럽게 그들의 센스를 배운 거 같습니다. 막 생일 때 생일 카드도 포토샵으로 디자인해서 선물하는 친구들이었는데, 시중에서 파는 카드보다 훨씬 더 예뻤으니깐요! 그리고 대학교 때는 아무래도 영문과 특성상, PPT를 만들 일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PPT를 만들게 된 건 졸업 후 첫 직장으로 광고대행사에 들어가면서예요! 광고주로 아모레, 신세계 등 클라이언트를 담당하면서, 제안서부터 시작해서 일일, 주간, 월간 리포트까지, 업무의 절반은 엑셀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ppt일 만큼 정말 많이 하면서 제 실력도 일취월장했어요. 그러면서 '오? 나 좀 재능이 있는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진짜 광고 대행사 다니면서 PPT 정말 진짜 진짜로 토 나올 때까지 했어요...................................

재능도 재능이지만, 정말 말 그대로 매일매일 PPT를 만들다 보니, 안 늘래야 안 늘 수 없는 구조였던 거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힘든 건 힘든 거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업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 재능을 회사 일에만 사용하는 게 아깝게 느껴졌고, 다양한 구인 사이트에서 사업 제안서, 학술대회 등 PPT 외주 구인 아르바이트를 다양하게 찾아서 지원했습니다. 시세는 슬라이드 당 만 원 정도였고, 저는 모든 작업을 다 이 가격으로 통일해서 받았습니다.


그중에 가장 마지막에 했던 건 2018년 4월에 한 대학생 친구들이 미국 기업 탐방 신청 지원을 하기 위해 만든 PPT 작업이에요. 위에 사진이 Before고, 아래 사진이 After인데, 차이가 보이시나요 ㅎㅎ


Before


After

  

이 작업 이후에는 왜 그만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새직장에 적응하기 바빴고,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 모드로 들어가느라 더 이상 PPT 작업은 안 하게 된 거 같습니다.


2020 현재 버전으로 생각해보면, 사실 장 당 1만 원 받고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일은 아마 템플릿을 만들어서 판매를 하거나, 아니면 PPT를 만드는 원데이 클래스를 여는 일이었을 거예요. 심지어 2018년에 미얀마 봉사를 갈 일이 있어서, 그때 현지 대학생들 대상으로 PPT 만드는 강의도 한 경험이 있었어요.

당시 만들었던 강의안...!
팀원이 찍어준 강의 준비 중인 나 ㅎㅎ

실제로 그 후 진지하게 PPT 강의는 하지 못했지만, 이때의 경험이 그 후에 제가 플라워 원데이 클래스를 하는 것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야심 차게 네이버 포스트에 PPT 만드는 법 연재도 한다고 시작했지만, 진짜 딱 3일 하고 그만둔 저... 하하 (아주 혹시라도 궁금하시다면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3389873&memberNo=38662884)



지금도 PPT 만들기는 제가 좋아하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사실 최근에 친한 친구가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서, IR용 PPT를 만들어 보았는데, 감이 많이 죽었더라고요. 흑. 이제는 전전 직장이 된 광고대행사를 그만둔 지가 3년이 넘었으니, 그 말인즉슨, PPT를 진지하게 만들지 않은지가 3년이 넘었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느낀 게, 꼭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 꾸준히 잘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현업에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꽤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제 PPT 부업도 돌이켜보면, 오히려 광고회사에서 맨날 야근하면서 PPT 만들 때 한 것이니깐요.


또 비슷한 맥락이지만, 조금 다른 각도로 보면, 무언가를 우선 시작하고, 작게나마 꾸준히 해야, 모멘텀이 생겨서 더 크게 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작은 눈 뭉치를 우선 만들어야, 큰 눈덩이로 굴릴 수 있다는 비유처럼 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굳게 다짐해봅니다. 새해에는 무조건, 글을 많이, 아주 많이 쓸 거예요...!!!!!


저 위에 네이버 포스팅은 3년째 팔로워가 1명인데, 그래도 브런치에는 구독자님들이 계셔서 제가 아주 늦었지만 돌아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ㅠㅠ 구독해주시고, 읽어주셔서 정말 정말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 시리즈 마무리하고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는 9. 글쓰기, 10. 원데이 클래스예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ㅎㅎ), 공간 창업 이야기도 바로 들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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