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른과 이제 마흔의 교환 일기(3)
기억에 남는 대화를 기록해 보고 싶다는 아라의 말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물렀어요. 제가 아라에게 보낸 편지 내용은 기억나지 않고 그저 기쁜 감정만 남아있는 것처럼 저 또한 그래요. 분명 매주, 특별한 날마다 아라가 저에게 해주었던 말들로 용기와 향상심을 얻곤 했는데 정작 그 말들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아요. 말은 쉽게 희미해져도 마음은 오래 남는 법인가 봐요. 어렵게 꺼낸 말들이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게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좋은 감정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저는 그것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아라가 왜 이 교환 일기를 쓰고 싶었는지 자세히 물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라는 어떤 이유와 마음으로 이 기록을 시작했나요? 음, 저는 여러 이유가 있었어요. 아라와 제가 추억에만 머무르는 사이가 아니라 미래를 함께 내다볼 수 있는 가깝고도 느슨한 관계가 되었으면 해서요. 또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지금 이 시절을 먼 훗날 떠올릴 때 나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한 순간으로 기억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직장 동료와 친구 그 어드메에 있는 관계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답니다.
1년 후 이맘때에 이 기록을 다시 펼쳐 봤을 때 아라의 말과 마음이 모두 또렷이 떠오르기를 바라요.
아라가 춘천에 다녀온 이야기도 궁금해요. 그곳에서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는지도요. 아라의 재밌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기다릴게요.
2025.01.19.
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