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에 비친 영화와 문학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 시부야의 공공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의 반복되는 일상을 건조하게 보여준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2001년)을 만든 빔 벤더스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에서 음악은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제목과도 관련 있는 루 리드(Lou Reed)의 노래 ‘퍼펙트 데이’(Perfect Day)가 단조로운 스토리 속에 단조로운 가사가 단조로우면서 무언가를 숨겨놓은 듯한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히라야마가 음악을 듣는 공간은 주로 차 안이다. 아침에 일을 나가는 차 안, 늦은 오후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이 그 공간이며 음악은 카세트테이프를 통해 플레이된다. 카세트테이프 또한 지금 세대와 지난 세대의 단절과 소통을 말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반복되는 일상의 어느 날 운전대를 잡은 다소 지친 그의 표정이 클로즈업되고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페일 블루 아이즈’(Pale Blue Eyes)가 서정적인 멜로디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앞서 나왔던 노래 ‘퍼펙트 데이’를 부른 루 리드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리더 보컬이었다. 그러니까 같은 목소리, 좋아하는 노래여서 영화의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가끔은 너무 행복하고, 가끔은 너무 슬퍼지는…” 가사를 따라 하라야마의 표정이 흐릿하게 그 경계를 넘나 든다. 노래가 나오는 공간은 파란색 다이하쓰 하이젯 카고 안이고 히라야마는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아른거리는, '창백한 푸른 눈’을 듣는다.
다이하쓰 하이젯은 현재 11세대 모델로 이어져 나오는 경밴이다. 7세대가 1990년대 아시아자동차에서 나온 경승합차 타우너의 베이스 모델이었다. 아시아가 나중에 기아에 합병되면서 기아 타우너로 계속 나왔다. 대우 다마스도 같은 형식의 경상용차인데, 다마스는 스즈키 2세대 에브리를 베이스로 했다. 당시 국민차 프로젝트로 나온 대우 티코가 스즈키 경차 알토를 베이스로 만든 것과 비슷한 케이스다. 대우에서 한국지엠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다마스는 이제 단종되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서 다이하쓰 하이젯은 그의 직업에 맞게 청소도구를 잔뜩 싣고 다닌다. 멋진 스타일의 차는 전혀 아니지만 누가 운전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자동차가 등장하는데 고급 대형 세단인 렉서스 LS다. 운전기사가 모는 이 차와 함께 나타난 이는 히라야마의 여동생. 여기서 고급차는 히라야마의 숨겨진 가족사와 과거를 암시하는데 유용한 장치다. 이를 통해 히라야마가 사회적 성공이나 욕망을 억제하고 사는 지식인이란 추정이 가능해진다. 영화는 소소한 일상의 작은 행복에 가치를 두는 듯 보이지만 글쎄,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살도 기분에 따라 달라 보이는 게 삶이다. 단조롭게 사는 삶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