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란 무엇일까? 담담하고 따뜻해서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되는 메시지
세계적 베스트셀러는 왠지 읽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선입견은 올해의 독서리스트로 인해서 스르륵 사라져가고 있다.
‘앵무새 죽이기’ 도 아주 유명한 책 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메시지, 따뜻한 분위기, 적당한 흡입력으로 아주 편안하게 술술 읽었다.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마치 영화 ‘플립’이 떠오르는 따뜻한 느낌이다.
이 이야기의 주된 소재는 노예해방 이후 초기 미국의 사회에서 여전히 만연한 흑인에 대한 차별이다.
그렇지만, '하퍼 리’ 는 이 이야기에서 인종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여성, 비주류, 가난에 대한 시선 등 차별 그 자체를 지적하고 있다.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은 '하퍼 리' 가 차별과 억압을 폭력적이고 적나라하게 그리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가는 지식 층인 변호사를 아빠로 둔 8살 백인 여자아이 ‘스카웃’ 을 통해 백인 사회의 구성원 입장에서는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을 꽤나 담담하게 관찰해 나간다. 나는 이런 서술 방식이 ‘앵무새 죽이기’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문제의식의 주장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8살의 여자아이 ‘스카웃’ 에게는
아기 때 부터 나를 길러준 흑인 가정부 캘퍼니아 아줌마와 흑인들한테 고된일을 자연스럽게 맡기는 일상들은
그리 특별할 것 없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아줌마는 조금 이상하다. 집에서는 백인말투를 쓰고 흑인교회에 가면 흑인 말투를 쓴다. 어린이의 편견없는 시선에서 사회에 만연한 흑인에 대한 차별은 자연스러운 동시에 한편으로는 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차별이란 무엇일까 ?
이야기 속에서 차별당하는 이들은 모두 이유없이 죽여서는 안되는 죄없는 앵무새이다. 그리고, 드레스보다 멜빵바지가 좋은 자기 자신, 엄마 없는 아이인 ‘스카웃’ 자신도 어쩌면 죄없는 앵무새이다.
이 소설의 자연스러우면서 자연스럽지 않은 묘한 전달 방식,
그리고 따뜻한 주인공들 때문에 ‘앵무새 죽이기’ 는 더욱 어떤 폭력적인 장면을 묘사한 작품들 보다도 우리에게 긴 여운과 도덕적인 교훈을 남기고 간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