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창훈 Jan 26. 2024

즐기는 인문학의 두번째, 역사

철학을 더 쉽게 이해하려면 역사라는 배경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역사를 쉽게 이해하려면 지리적 이해가 필요하죠.


국부론은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요? 


국부론을 예로 들어볼까요? 국부론은 말하자면 '경제 철학서'라고 할 수 있겠죠. (현대의 많은 세부 학문이 철학에서 파생된 경우가 많습니다.) 국부론은 원제로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라는 긴 제목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는 어떻게 부유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죠. 국부론이 있기 이전에는 이랬습니다. 수탈무역으로 돈을 많이 벌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중심으로 '중상주의'가 퍼졌습니다. 이후에는 경쟁력 있는 생산물을 가져야 한다는 '중농주의'가 퍼졌구요. 애덤 스미스에 와서 농산물 뿐 아니라 전체인 공산품의 생산 효율이 높아야 한다는 현재의 '자본주의'에 대한 기본 개념이 만들어졌습니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는 1723년, 스코틀랜드의 ‘커콜디’ (Kirkaldy) 라는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항구도시죠. 시대는 18세기입니다. 

그림이 그려지시죠? 영국이 막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바다에서의 패권을 장악했던 때였습니다. 스코틀랜드의 항구도시 '커콜디'에서 애덤 스미스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네, 수많은 물자들이 오가는 것을 보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태어난 동네로 부터 시작해서 주로 활동하던 곳까지, 철학자의 사상은 그가 처한 지리적, 역사적 배경맥락에서 나오기 쉽습니다. (참고로 애덤 스미스의 전작은 '도덕 감정론'입니다. 애덤 스미스는 철학자이면서, 경제학의 시조가 되는 것이죠.) 



역사를 통해 철학으로 진입해 들어갑니다.


유성용의 징비록은 임진왜란에 대한 반성문입니다. 홉스의 사회계약론은 이전의 '왕권 신수설'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산업혁명, 그리고 이전의 중상주의, 중농주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제자백가의 사상은 잔혹했던 춘추전국 시대의 죽고 죽이는 싸움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제자백가 사상 중의 하나인 유교는 조선왕조 500년을 지배했습니다. 인도에서 시작한 불교는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넘어와 삼국시대, 고려시대 사상을 지배했습니다. 저~ 멀리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일으킨 정복 전쟁은 우리에게 '간다라 미술 양식'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은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전세계에 퍼뜨렸습니다. 루터의 종교혁명은 직업 소명설을 만들었고, 칼뱅을 통해 영국의 청교도를 만들었으며, 영국의 청교도 박해는 미국 이주를 만들었고, 청교도들의 사상은 프랭클린을 대표로 하는 미국의 직업 윤리와 철저한 자기관리 철학을 만들었습니다. 그 청교도의 후예인 선교사들이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 들어와 그 철학과 삶의 방식을 퍼뜨렸죠. 그 덕분에 우리는 경제적 풍요를 더 빠르게 누릴 수 있었고 말이죠. 이렇게 역사적인 맥락이 없이는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역사를 쉽게 접하는 방법, 빌드업


역사를 처음부터 세부적으로 들어가버리면 재미를 잃기가 쉽습니다. 개별적인 사실들은 흥미로울 수 있지만, 다른 정보들과 연결이 잘 되지 않습니다. 마치 영문법을 공부하려는데 1장에 있는 관사/ 정관사 부분만 공부하는 식이죠. (옛날에 중고 영문법 책을 사러 가보면 1장 부분만 손때가 탔고 나머지는 깨끗한 책을 많이 봤었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할 때는 전체 큰 그림을 10~20분만에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줄여서 30초만에 서양사를 중심으로 정리하면 이렇죠. 


'4대 문명, 그리스 로마, 중세 기독교, 르네상스, 대항해시대, 산업혁명, 제국주의, 1,2차 세계 대전, 미소 냉전, 세계화, 탈세계화' 


네, 과도한 일반화다, 중요한게 빠졌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큰 흐름에서 출발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사건이 대략 몇 세기에 있었는지 100년 (세기) 단위로 보면 됩니다. 각각의 사건이 왜 일어났고, 이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보는 것이죠

그리고 나서 관심있는 주제별로 조금씩 깊이 들어가면 됩니다. 예를 들어 전쟁사, 경제사, 철학사 같은 것들이 있지요. 머릿속에 큰 흐름이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흐름을 보더라도 길을 잃지 않습니다. 이렇게 처음 부터 끝까지 전체의 역사를 한 호흡으로 넣어놓고 계속 살을 붙여가며 빌드업하면 됩니다.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전체 흐름을 들여다 봅니다. 


복잡한 연표도 빅 이벤트를 중심으로 보면 쉽게 보입니다. 큰 그림을 시각적으로 보고 나서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외울 필요도 없습니다. 전체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기만 하면됩니다. 철학자들의 사상을 볼 때 그때의 시대상이, 역사적 배경이, 주위 환경이 어땠는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런 식으로 말하지? 왜 저렇게 행동하지? 


이런 종류의 의문에 대해서 배경을 이해하면 '아하!'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갈등과 불편이 깨달음의 지혜로 변화하는 순간입니다. 역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면 많은 부분에서 이런 '아하!'를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장기, 바둑, 보드게임을 할 때 그래도 최소한의 규칙, 방식을 이해해야 게임의 참맛을 즐길 수 있는 것과 같죠.  



역사의 큰 흐름을 쉽게 이해하는 모임을 갖습니다. 


위에 말씀드린 큰 그림에서 시작해서, 사상, 경제, 전쟁, 철학의 역사를 빌드업 형식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 흐름을 보여주는 좋은 유튜브 영상도 안내 드릴 예정이구요.



공개 과정 신청   

     위의 니즈가 있는 분들을 위한 공개 모임을 진행합니다. 아래 링크로 신청하세요.

     일시 : 2024. 2월 17일 (토) 저녁 9~10시 (1시간)

     방식 : 온라인 (신청자에게 별도 안내)


신청 :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신청 마감은 진행 1일전 저녁 7시까지 입니다.)

https://bit.ly/humanities_applicat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