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씨와 신비한 언어를 하는 사람들
9. 앙드레 빤딸레옹이 오영광과 그의 신도들을 만나다.
자신들을 관찰하는 낯선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오영광과 그의 신도들은 조금 멀쑥해졌다. 잠시 짧은 침묵이 흘렀다. 오영광은 그 짧은 순간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제일 먼저 지난번 세상에 종말이 오고 있다고 외치고 나갔던 노부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노부인도 저렇게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예배당 안을 관찰했었다. 혹시 지금 저 사람도 그녀처럼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가 정상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이면 교인들이 마구 소리 지르며 방언을 하고 있을 때 들어오는 바람에 이 낯선 사람은 지금 몹시 놀랐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오영광은 설령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저 남자가 영광교회를 이상한 집단으로 간주하여 경찰에 신고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곧 이 세 번째 걱정은 쓸모없음을 깨달았다.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온다면 경찰에게 이 땅에서는 누구나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면 되는 것이다.
오영광은 일단 이 침묵을 깨고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일은 저 머리를 빼꼼 내민 남자의 반응을 본 후 결정하면 된다. 오영광은 미소를 지으며 남자를 향해 말했다.
‘‘어서 오세요. 형제님. 반갑습니다!’’
오영광을 따라 그의 신도들도 멀쑥했던 분위기를 풀고 남자를 향해 미소를 띠었다. 남자는 자신을 반겨주는 신도들에게 화답의 미소를 지어 보이고 조용히 걸어 들어와 빈자리에 앉았다.
돌발상황을 염려했던 오영광은 크게 한 숨 돌렸다. 지금 들어온 남자는 지극히 정상이며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오영광은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이 소극장에 교회를 꾸린 지 3개월 만에 드디어 멀쩡한 행인 한 명이 영광교회에 관심을 가지고 들어 온 것이다.
‘‘지혜 자매님, 지금 오신 분 옆에 가서 통역을 좀 해주시지요.’’
오영광이 지혜에게 부탁하자 그녀가 웃는 얼굴로 성경책과 찬송가를 챙겨 들고 오늘 처음 출석한 남자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