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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 석 Jan 22. 2024

그녀는 이름에서부터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구하라 에게

2020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하나의 해를 보기까지 우리는 두 개의 별을 잃었다. 학창시절부터 늘 웃고 있는 모습만 봐왔기에, 그녀와 내가 영유하는 삶의 가치가 다르기에 갑작스러운 그녀의 죽음은 여느 연예인들의 죽음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꽃다운 나이에, 그것도 한 없이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그녀였는데 대체 무엇이 그녀를 돌아올 수 없는 사지로 내몰았는가.


욕심은 인간을 지배하고 성취를 위한 원동력이 모든 노동의 자양분이 된다. 즉, 욕심이 생기면 노력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고통이 생기며 이를 극복할 때 비로소 성취라는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성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노력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된다.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의 빈자리를 다른 더러운 요소들로 매워 넣으려고 하기에 갈등과 불행, 계급의 구조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주위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누군가가 질투 나거나 보다 앞서고 싶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갈 노력을 배제하고 그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이 더 앞서고자 하는 그런 이기적인 마음들. 어느새 무기로 전락해버린 인간의 사회성을 휘둘러 그들만의 울타리에서 격리 시켜버리는 그런 잔인한 모습들.


그녀와 나는 동갑이었다. 2019년이 시작될 즈음, 그녀도 나와 같이 20대의 마지막을 누구보다 화려하게 보내고 싶다고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결코 몰랐을 것이다. 그 해가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새로운 해가 떠오를 시기에는 남들에게 잊혀 질 거라는 사실을. 그녀는 그녀의 이름에서부터 처절하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다가 별이 되었고, 그런 수많은 별들 사이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해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그렇게 져버린 별들을 뒤로한채 새로운 해를 보며 저마다의 소원을 빈다. 나또한 그녀가 보지 못한 해를 보며, 그녀가 넘기지 못한 서른을 넘기며, 소박하게 나마 소원을 빌어본다. 그녀를 떠올리며.


아프지 말자고. 앞으로 더 고독해지겠지만, 그럼에도 더 단단해 지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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