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와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 이상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농촌·어촌은 청년 인구 비중이 10%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라, 공동체의 붕괴와 문화적 소멸을 의미한다. 수백 년 이어온 마을의 자산과 관계의 네트워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도시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수도권 청년실업률은 9%를 넘어섰고, 고용 안정성이 낮은 플랫폼 노동과 단기 계약직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것이 대도시 문제의 핵심이다. 일자리가 많다고 알려진 대도시에서도 안정적 고용이 사라지고 있다. 실업자와 불완전 고용 인구가 급증하면서 도시 빈곤, 주거 불안, 범죄 위험까지 가속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도시 또한 이미 위기 상황 속으로 진입했다.
많은 지역에서 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 중이고, 남은 주민들은 고령화되어 가고 있다.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이 떠나고, 청년이 떠나니 지역이 붕괴되는 악순환 속에서 지역 공동체의 자존감마저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막대한 예산을 들여 기업을 유치하거나 주민들에게 뭔가 금전적 혜택을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으로는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 수 없다.
특히 당장에 의식주를 해결 할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곳이다. 그나마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지원책이라도 있지만 일자리 없는 도시로 몰린 글로벌사우스 국가의 청년 들은 시위로 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네팔에서 시작된 소요사테는 에콰도르, 프랑스, 네팔, 인도네시아, 마다가스카르, 콩고민주공화국, 페루, 조지아, 필리핀, 파키스탄, 세르비아, 케냐, 모로코 등 갈수록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나라가 이러한 양극화 문제를 해결 할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소요사태가 확산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여전히 "일자리 창출"을 만병통치약처럼 제시한다.
지방에 기업을 유치하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며, 각종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자동화와 인공지능 도입으로 2030년까지 전체 일자리의 14%가 사라질 것이라는 ILO 전망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대도시에서조차 안정적 일자리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지방에 일자리를 늘린다는 접근은 더더욱 난망하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일자리 소멸은 지역 간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다.
일자리 중심의 정책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지역과 도시 모두가 살아남으려면, 더 이상 돈을 벌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붙잡을 것이 아니라, 기초생활을 공동체 차원에서 자급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살림마을'의 핵심이다. 살림마을은 단순한 귀농·귀촌 운동이나 전원주거가 아니다. 그것은 먹거리, 에너지, 주거, 돌봄 같은 기본 요소를 공동체가 함께 자급하고, 이를 통해 생존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현재 도시구조는 사람은 노동력으로 인지한다. 하지만 사람은 이제 더 큰 가치를 창조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기존의 도시구조 자체도 근본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도시로는 그러한 변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직 도시화가 덜 된 글로벌 사우스 국가 부터 새로운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현재 인류 절반 정도가 도시에 살고 있는데, 나머지 인구가 지금의 도시로 몰려들면 탄소배출은 급증하고 인류의 미래는 지속불가능할 지 모른다.
살림마을은 인간의 생존·생활·문화를 자급자족을 전제로 나머지 시간에 자아실현을 구현할 수 있는 공동체로서 새로운 문명 전환의 기본 단위로 제안하는 것이다.
도시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생존 인프라
먹거리·에너지·주거·돌봄을 공동체가 자급
돈이 아닌 협력으로 삶을 유지
핵심어: “도시의존 0, 생존의 자립”
도시의 기능을 인간 중심으로 재설계
교육·의료·교통·일자리를 지역 공동체 기반으로 운영
중앙집중형 도시 대신 분산형 마을 네트워크
핵심어: “작은 도시, 자립형 사회”
경쟁에서 공존으로, 소비에서 살림으로
살림·풍요·윤리의 가치 실천
공동체의 이야기가 곧 문화와 경제가 되는 구조
핵심어: “살림이 곧 문화이자 문명”
살림마을(Salim Village)은
Zero Basic(생존의 자급) → Urban Basic(생활의 지속) → Culture Basic(문화의 전환)으로 이루어진
자급·공존·순환의 생태문명 단위이며, 지역소멸과 도시불안을 넘어 새로운 출발점이다.
살림마을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독일 펠트하임 마을: 이 마을은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로 전력의 100% 자급을 실현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잉여 전력을 판매하여 얻은 수익으로 지역 재정을 튼튼히 했다는 점이다. 에너지 자급이 곧 경제 자립으로 이어지는 구체적 사례이다.
국내 완주군: 로컬푸드 직매장과 협동조합형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여 주민 생활 안정과 지역 경제 선순환을 동시에 달성했다. 농민 소득이 증가하고, 소비자는 저렴한 로컬푸드를 구입하며, 지역 내 경제 선순환이 형성되는 구조다.
이제 지역의 성패를 가르는 지표가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몇 개 기업을 유치했는가", "청년 일자리가 몇 개 늘었는가"가 아니다. 새로운 지표는 다음과 같다:
자급률: 지역이 필요로 하는 먹거리, 에너지, 기본 서비스 중 얼마나 많은 것을 지역 내에서 충당하는가?
탄소감축 실적: 에너지 자급, 로컬 경제 활성화로 얼마나 탄소를 감축했는가? 이는 단순히 환경 지표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증거다.
풍요지수: 아이부터 노인까지 공동체가 돌보는 구조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가? 이는 삶의 질과 공동체의 응집력을 나타낸다.
자급은 단순히 생존 전략이 아니라 새로운 교환가치를 창출한다.
탄소크레딧(MCC)의 경제화: 탄소감축 실적은 MCC(조각탄소크레딧)로 환산되어 지역 재정의 새로운 자원이 된다. 자급으로 얻은 환경적 성과가 직접 수익이 되는 구조다.
신뢰 자본의 형성: 로컬푸드, 공정한 노동 관행, 공동체 중심의 가치관은 새로운 소비자 신뢰를 만든다. 이는 마을 상품의 프리미엄 가격화와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사회적경제의 확대: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 공동체 사업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일자리와 경제 영역이 창출된다. 이는 기존의 기업 유치나 일자리 창출과는 다른, 더 탄탄한 경제 구조를 만든다.
살림마을은 더 이상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전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는 보편적 해결책이다.
기후위기: 현재의 탄소 중심 산업경제로는 2050년 탄중립을 달성할 수 없다. 살림마을의 에너지 자급과 로컬 경제는 탄소 배출을 근본적으로 감축한다.
양극화의 심화: 세계 곳곳에서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중앙화된 경제 시스템이 부를 소수에게 집중시키는 반면, 살림마을은 공동 자산과 공동 이익으로 기반 위에서 경제를 다시 구축한다.
기술 위협과 실업: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한 대규모 실업은 글로벌 이슈다. 살림마을의 자급 체계는 기술 변화에 덜 취약한 경제 기반을 제공한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이 모델이 먼저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서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의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에너지 다소비형 발전 경로를 따를 수 없다. 이들 지역이 필요한 것은 저기술, 저비용, 고효율의 살림마을 모델이다.
한국은 이 전환의 선두에 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우리는 농촌과 도시의 동시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살림마을의 실험과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완주군, 전주, 서울의 마을공동체 운동 등은 이미 그 증거다.
한국이 살림마을의 모델을 체계화하고 글로벌 사우스에 확산시킨다면, 우리는 다음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기후위기 극복: 탄소 중립의 실행 가능한 경로를 제시한다.
양극화 해소: 모든 공동체가 자신의 자산을 활용해 자립 가능한 경제 모델을 보여준다.
기술 충격 완화: 인공지능 시대에도 공동체의 안정적 생존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입증한다.
지방의 소멸 위기와 대도시의 사회 불안은 사실 한 뿌리에서 나온 문제다. 돈 중심, 일자리 중심의 삶의 방식이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지방은 일자리가 없어 붕괴되고, 대도시는 일자리 경쟁이 극심해 불안정해진다. 둘 다 같은 문제의 증상이다. 따라서 해법도 같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기초생활을 자급하는 새로운 삶의 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이것이 살림마을이고, 살림윤리이며, 살림로직이다.
자급이 보장될 때만 지역은 인구를 붙잡을 수 있다.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다. 왜냐하면 생존의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자급이 보장될 때만 대도시의 불안은 완화된다. 불완전 고용의 시대에도 기본적인 먹거리와 에너지, 주거가 보장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절박한 경쟁에 내몰리지 않는다.
자급이 보장될 때만 미래 세대는 안정된 기반 위에서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창의성과 의미 있는 삶에 집중할 수 있다.
"일자리보다 자급자족"
이것이 지역과 도시 모두의 생존을 지키는 근본적 전략이다.
그리고 이 전략을 글로벌 사우스로 확산시키는 것. 한국 살림마을 모델의 세계화. 이것이 기후위기, 양극화, 기술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지금이 바로 그 시작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한 실천 과제를 제시한다:
지역 단위의 살림마을 실험 확대: 각 지역에서 에너지, 먹거리, 돌봄 중 하나 이상을 자급하는 파일럿 프로젝트 추진
살림윤리 교육의 제도화: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경쟁과 소비 중심에서 협력과 공유 중심의 가치관 교육
정책 지표의 전환: 일자리 수 중심에서 자급률, 탄소감축, 공동체 지수로 지역 성공의 지표 변경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살림마을 모델 공유 및 협력 사업 추진
도시 살림마을의 확산: 대도시 공동주택, 도시 텃밭, 에너지 협동조합 등을 통한 자급 시스템 구축
이 길이 길고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