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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춈푸씨 Dec 17. 2020

#2 오슈방이 우리를 그렸다

오백 번 얘기했더니 들어줌

글을 쓰겠다고 생각하면서, 종이에 쓰여진 글자에 익숙한 나도 좀 요즘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 중 (그나마) 그림에 소질이 있는 오슈방을 붙잡고 늘어졌다. 그려줘. 엉엉. 그려줘. 엉엉. 그려줘…. 물론 오슈방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답이 없었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리가 서로를 무시하는 건 늘상 있는 일이다. 갑자기 집중하면 더 무서웡...


23235백번 요구 중 한 번. 물론 앞뒤는 다 자기 말 하는 중. 닌이는 이때 탐정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않았다. 생각날 때마다 징징거렸다. 요구하는 것은 내 맴. 거절하는 것은 니 맴. ㅇㅋㄷㅋ. 근데 또 해줄때까지 나대는 건 내 맴 호호.

그리고... 까칠해 보여도 (은근) 착한 오슈방 역시 미끼를 문다. 지난 글을 올렸다구 하니깐  응답이 왔다. 호호. 역시 귀여워! 오슈방 땨당해…라고 하고 싶지만 그랬따가는 오슈방한테 차단 먹는다. 차단은 싫어잉. 차단 먹으면 뭐 해달라고 물고 늘어지질 못하니까 안 까불었다.


고마운 오슈방. 무려 현대문물 아이패드로..


호! 신이 났다. 역시 원하는 게 있으면 다른 사람을 들들 볶아야 한다는 걸 또 한번 깨달았다. 착한 놈은 손해 보는 겨(...?)


그리고 완성된 그림
ⓒ오슈방


최근 우리의 특징을 하나하나 드러냈다. 닌이는 흰둥이(10년째), 나는 작년부터 백패킹, 카용은 여전... 됸됸은 특유의 말투와 뿌염 안된 머리. 느긋느긋한 오슈방과 코로나 시국에 비행기 타느라 마스크쓰고 이중막까지 쓴 닝겐. 우리 모두는 만족했다. 쿄쿄


묜주는 흰둥이다
묜주는 개취급에 익숙하다. 그런 개 아니다. 기요운 개 기엽고 말랑말랑한 흰 개. 그니까 희고 순한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따.. 그나마 닌이가 아직까지 젤 순하다. 닌이는 말랑




+그리고 잘못된 선택하나


오수방이 그린 그림을 보니 썩 괜찮은데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아 (아이패드 없어서) 연필 들고 뎀볐다. 역시 남이 한 일은 쉬워보이는 거다. 오슈방 만만하게 봐서 미안하다 혼자 중얼거렸다. 착하게 살면 안된다와 응 난 원래 안 착했구나를 깨닫는 앞뒤 꽉꽉 막힌 깨달음을 얻었다.


닝겐
됸됸
춈푸. 나. 젤 열심히 젤 귀엽게 그려버림
가용
생각하는 흰둥이 닌이
오슈방(소두가 안 드러나 아슈움)

그림은 아무나 그리는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오슈방 다음에도 그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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