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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경 Feb 22. 2021

엄마의 이력서

육아도 경력이 될 수 있을까?

이력서의 빈 칸


“이력서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몇 년의 공백이 마음을 조입니다. 나는 아이를 낳고, 기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했는데 사회에서는 나를 "경단녀"라고 부르고, 그 시간은 그저 빈칸이 되어버렸습니다.”


육아와 경력은 함께 성장할 수 없나


20대 초반, 나중에 결혼하면 아이 셋을 낳고, 예쁜 집에 살고, 정갈한 음식을 차려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동시에 석사 - 박사 - 포닥하고, 교수가 되어 인류에 공헌하는 멋진 연구도 할 줄만 알았다. 그것들 각각이 한 사람이 전력을 다 해도 할 수 있을까 말까 하는 만큼의 노동임을, 그때는 몰랐다.


 6년의 박사과정을 마치고 졸업과 동시에 첫째를 낳았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육아휴직을 갖는데, 나도 잠시 쉬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생각했다. 갓난아기의 육아는 쉬는 것도 아니건만, 진짜로 일을 놓을 수는 없어 강의도 하고, 논문도 내면서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1년이 지난 후에 이제 일을 다시 해볼까 싶어 박사 시절 지도교수에게 물어보았다. “파트타임으로 포닥을 할 수는 없을까?” 세상 친절한 천사 지도교수 Sam이었지만, 곤란하단 얼굴로 답했다. “아예 물어보지도 마. 그런 걸 언급하면 절대 너를 안 뽑을 거야.”


 43%의 엄마는 직장을 떠난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어찌어찌 버텼다 해도 둘째가 태어나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 더 많은 숫자가 그만두게 된다. 그렇게 일을 그만둔 엄마들의 MBA 소지 여성은 ‘family-friendly job’으로 이직하는 수보다 아예 그만두고 전업 엄마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그토록 열 띄게 일하고, 공부하고, 달려가던 시간을 뒤로하고.


엄마가 되기 전까지 내가 원하는 ‘엄마’와 내가 원하는 ‘성공’이 잘 어우러지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제라도 생각하고 있어 참 다행이긴 하지만. 미리 알았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슬프면서도, 조금 설렌다.


심플 스텝스에서 열리는 엄마의 레쥬메 워크숍. 육아와 경력의 상생을 고민해 보아요.


3월에는 "엄마의 이력서(Mother's Resume)"라는 프로그램이 열린다.


육아로 인한 경력 공백을 가진 엄마들이 모여 육아에서 배운 것들을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육아로 인해 경력을 멈춘 상태에서는 흔히 나라는 사람의 성장도 함께 멈추어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오히려 나 자신을 잃고 퇴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초보 엄마에서 베테랑 엄마가 되기까지의 나를 돌아본다면 크게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엄마의 레쥬메"는 2018년 처음으로 심플스텝스에서 진행했던 워크숍이다. 사실 이 글도 3년 전에 쓴 것을 끌어올렸고, 이 브런치 계정도 3년 전에 가입한 것을 그대로 두었다가 오늘에서야 글을 쓰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로 글을 쓰는 것을 "올해는 꼭 해야지"라고 매년 다짐만 해왔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요즘 바쁜 남편은 출근을 했고, 나는 하루 종일 아이들을 상대하다 밤 8시에 미팅을 했다. 미팅이 끝나고 "엄마의 레쥬메" 워크숍 준비를 하다가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이 글을 발행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왜 하필 오늘인지.


그저 3년 만에 나눌 이야기가 너무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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