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 Jan 16. 2018

집순이+집돌이+집냥이

오늘의집 브랜딩 이야기 #4


오늘의집에 면접을 보러 왔던 날, 사무실 한편에 놓인 쿠션에 가장 먼저 눈이 갔었다. 하얗고 평범한 세 개의 쿠션엔 펜으로 가볍게 그려낸 듯한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고, 그 옆엔 그들이 말하는 집에 대한 메시지도 적혀 있었는데 보자마자 이것이 오늘의집을 대표하는 캐릭터구나 하고 생각하며 면접 자리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냐는 흔한 질문에, 두 가지 목표가 있으며 첫째는 쿠션에 그려진 캐릭터를 살려서 오늘의집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키우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직은 캐릭터에 크게 집중할 상황이 아니고 쿠션에 그려진 캐릭터는 외부 행사에 맞게 급히 제작된 임시적인 것이라는 조금은 아쉬운 이야기를 들었고, 나 역시 크게 집중하기보다 새 직무에 적응을 해가며 동료 디자이너와 함께 천천히 여유가 있으면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해보면 좋을 거 같다고 답했다. 두 번째는 첫 프로젝트로 로고를 새롭게 만들고 싶다고 했고 이에 대해 대표님과 동료 디자이너도 공감하며 이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행이었다, 로고를 새로 만들면서 캐릭터도 자연스레 밀어붙일 수 있겠군 하는 살짝 욕망스런 생각이 가득했다. 물론 훗날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니 :)



17년 12월 중순에 입사하여 한 달 정도는 분위기를 익히며 시간을 보냈고 봄이 다가오려고 했을 때부터 디자인팀에서 본격적으로 상반기 목표인 로고를 비롯한 브랜드 이미지를 새롭게 만들어 가기로 했다. 8월 말에 사내에 공유하겠다 공표해서 그 이후로 한 달 한 달이 참 빠르게 지나갔던 것 같다.



오늘의집 페르소나 : 키 비주얼


리브랜딩 과정 중 정의 내린 오늘의집의 페르소나인 집순이를 시각화한다면 그 쿠션의 그림과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했고 그 그림도 처음엔 동료 디자이너가 그렸던 것이고,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차분한 성격을 지녔으며(이건 잘 모르겠지만), 집을 좋아하는 집순이는 바로 동료 디자이너였기에 쿠션에 그려진 그림이 우리의 키 비주얼이 될 수 있음에 서로 자연스럽게 동의했다. 물론 오늘의집이 게임이나 카톡, 웹툰처럼 캐릭터가 크게 두드러질 수 있는 서비스가 아닌 가구 소품이나 생활 이미지와 가깝기에 그 사용의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 서로 조심스러움이 있었다. 그래서 캐릭터를 이벤트나 홍보 영역에서 주로 사용하며 인테리어 사진을 보거나 정보를 얻고 소품을 구매하는 앱, 웹을 경험하는데 방해가 되어선 안된다고 정했다. 또한 인테리어, 소품과 어우러져야 할 때는 이질감이 없어야 한다는 점도 추가했다.


동료 디자이너는 UI를 전담했기에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다듬는 일은 내 몫이었고, 처음으로 쿠션의 캐릭터가 새롭게 선보인 순간은 2017년 1월쯤의 버킷리스트 이미지 작업이었다.


색을 적용했고, 먼지라는 고양이를 키우는 남자 동료를 모티브로 집돌이와 집냥이가 디테일해졌다. 따뜻한 집에서 편하게 있는 모습이기에 집순이는 지금 보니 약간 나이 들어 보이는 붉은 계열의 잠옷을 입었고, 집돌이는 정말 편한 차림, 집냥이는 남자 동료가 키우는 먼지라는 실제 고양이를 모티브로 해서 회색 털로 차려입었다. 지금 사용하는 캐릭터와 비교해보면 참 많이 다르다. 지금은 이 캐릭터를 베타 버전이라고 부를 만큼 완성도와 분위기에 있어서 부족한 면이 많았다.


물론 당시엔 이 조차 꽤나 맘에 들어서 인증샷까지 남겼다.


버킷리스트 작업을 시작으로 채용공고, 이벤트 등 홍보 영역 여러 곳에서 캐릭터들이 사용되었는데, 최근까지 이것들을 모두 최종 버전으로 바꾸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그만큼 많은 곳에 캐릭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사용 범위를 크게 넓히지 않고 조심스럽게 쓰자고 했던 논의가 무색해질만큼 말이다. 마치, 아주 약간은 흑역사를 빠르게 지우고 싶은 느낌이었을까? 그래도 동료 디자이너와 이야기할 땐 이런 과정과 지켜보는 사람들의 피드백이 있었기에 지금의 캐릭터가 태어난 것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말고 '베타 버전'으로 생각하자 했다 :)



캐릭터가 서비스와 어울리지 않았다.


로고를 새롭게 하는 과정 중 캐릭터도 변화를 거쳐갔는데, 가장 큰 계기는 사용자들의 피드백이었다. 크게 두 번으로 나뉘는데 첫째는 앱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피드백이었다. 물론 이 캐릭터가 최종은 아니고 변화를 분명히 거쳐야 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너무 많은 곳에 사용했기에 이 피드백은 치명적이었다. 최종 버전이 아니면 좀 적당히 사용했어야... 그리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은 없겠지만 소수라도 강한 피드백이었기에 분명히 받아들여야 했다. 나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울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오늘의집의 앱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캐릭터는 이등신의 비주얼로 귀여운 느낌이 강해서 다소 발랄하고 통통 튀는 분위기를 보여주었다. 알록달록한 색상 또한 한몫을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브랜딩 과정에서 정의한 '오늘의집=잔잔한 물결'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와도 맞지 않는 분위기의 캐릭터였다.


두 번째 계기는 페이스북 채널에서 진행한 소소한 작업이었다.



동료 디자이너와 매주 하나씩 일상생활에서 공감할 만한 모습의 그림을 페이스북에 업로드하기로 했다. 작업의 목적은 유저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전달하며 이를 통해 우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효과를 기대하진 않았다. 두 디자이너가 격주로 짧은 시간을 내서 재미로 시작했지만, 좋아요와 공유가 적을 땐 조금은 상심하거나 의욕을 더 불태우기도 했을 만큼, 마냥 재미있던 건 아니었다. 대략 9회 정도 업로드했으니 두 달가량 진행했을까? 결국 그 이후론 작업을 중단했다. 이유는 생각보다 반응이 많지 않았고, 계속해도 늘어나기보다 부담만 더 커질 거 같았다. 중간중간 사내 구성원들에게 이 작업의 반응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공유도 했었는데, 이 작업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의견도 많았지만 말이다.


물론 좋은 반응도 있었다.


엄청난 걸 기대하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적은 반응에 접었다. 그래도 캐릭터를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수정을 하는 두 번째 계기가 된 작업이었기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 이 작업을 지금까지 계속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가정이기에 결과는 확실히 모르지만.



페르소나와 어울리게 수정.

1. 이등신을 벗어나자

2. 분위기를 차분히, 잔잔하게

3. 색상은 최소한으로


쉽게 세 가지 정도를 기준으로 삼아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차분한 성격을 지닌 여성이라는 페르소나에 어울리는 캐릭터로 수정했다.



step 1에선 동료 디자이너가 초안을 잡았다. 전체적으로 좀 더 사람처럼 변했고, 집순이는 당시의 아빠가 이상해라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자 주인공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숏컷에 동그란 안경을 썼던 그분. 집돌이는 지금 다시 보니까 약간 곤충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색상은 전 보다 적게 써서 오늘의집 웜블루를 강조해서 넣었다. 아주 맘에 들었다 :)


step 2부턴 다시 내가 작업을 이어갔다. 집순이 머리 스타일을 베타 버전의 펑퍼짐한 스타일로 바꿔봤는데, 좀 아줌마나 엄마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다시 수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집돌이는 좀 더 사람에 가깝게 했고, 입은 옷의 색상은 둘 다 블루를 사용하면 좀 차가운 느낌이 강해서 따뜻한 베이지 계열로 적용해보았다. 집냥이는 큰 변화가 없었다.


step 3에 와서는 최종 형태에 가까워졌다. step 1의 숏컷이 우리가 생각하는 집순이와 좀 더 가깝다고 생각해서 다시 바꿔보았고, 집돌이는 큰 변화가 없었다. 둘 다 실내화를 신겨주어 집 안에 있는 느낌을 살려줬다. 그리고 실제 사람과 고양이의 비율처럼 느껴질 수 있게 집냥이의 크기를 작게 했다.



최종.


만들면서 캐릭터에 구체적으로 어떤 설정을 넣을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가끔 주변에서 디테일한 질문을 해올 때가 있다. 집순이는 집돌이랑 같이 사는 건가요? 집냥이는 누구랑 살죠? 다른 옷은 안 입나요? 등. 물론 집순이는 30살 정도의 집을 좋아하는 차분한 성격의 집순이, 집돌이도 마찬가지. 집냥이는 호기심이 많은 개냥이 같은 성격 등 간단한 배경 설정을 해놓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설정을 확실히 해 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야 앞으로의 작업에서도 더 수월하게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을 테니 :)

그리고 집순이의 모습이 동료 디자이너를 꽤 닮았는데, 오늘의집 페르소나가 그분과 비슷해서 그럴 거라 생각한다. 또한 집돌이도 다른 남자 동료가 모티브가 되었기에 닮은 부분이 있다, 고양이도 그렇고.


또한, 주변에서 집순이와 집돌이 캐릭터를 보고 누군가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아는 친구를 닮았다던가 커플일 경우엔 둘을 닮았다는 등.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너무 좋다, 왜냐면 처음 캐릭터를 시작한 이유가 페르소나의 시각화였고, 사람들에게 캐릭터를 통해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며 소소한 재미도 전달하는 등, 오늘의집의 브랜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를 이루려면 가장 먼저 사람들로부터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이런 점에서 누군가를 닮았다는 말은 공감대를 형성했기에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기분 좋은 시작이다.



미토콘드리아.


지금은 거의 모든 곳에서 새 캐릭터가 적용이 되었는데, 가끔 이 베타 버전을 보면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이를 우리 디자인팀에선 일명 '미토콘드리아'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캐릭터들이 사람보다는 흐물거리는 세포를 닮았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새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미토콘드리아도 너무 맘에 들어서 인증샷도 찍고 여기저기 사용하다가 피드백을 받은 후엔 약간 안 이뻐 보였는데, 이제 되돌아보니 콘셉트에 맞지 않았을 뿐 꽤 귀엽고 괜찮다. 오늘의집과 캐릭터들이 앞으로 더 유명해지고 나면 미토콘드리아가 다시 조명받을 수 있진 않을까?



다음엔 새로운 집순이, 집돌이, 집냥이를 활용한 오늘의집의 브랜드 이미지 현황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