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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 Oct 20. 2020

100대 명산, 강렬한 모멘트

부부, 100대 명산 완등을 마치다

  

“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거다.”

누가 말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습니다. 좌불안석의 심정으로 첫 창업을 시작하기 전 마음의 각오를 다지고자 좌우명으로 삼았던 어록입니다.

바삐 인터넷을 서핑하다 스쳐 지나가던 말이었는데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 무쏠 리니(이탈리아 파시스트)’의 일화에서 나왔던 말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아래 일화를 보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 후방에 있는 10만의 병력을 하룻만에 최전선으로 이동하라는 그의 명령이 있었다. 대도시에 있던 지휘관들은 주어진 짧은 시간에 그 많은 병력을 수송하기란 절대 불가능함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단 한 마디로 다시 명령했습니다.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거다”라고... 

이 일화와 어록을 최면술 삼아 나 자신을 몹시도 몰아붙였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시시때때로 내용을 주입시켰습니다. 거래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직원들에게 이러한 정신무장은 큰 약이 되었습니다. 논리의 비약은 있었을지언정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데 큰 효력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된다는 변명을 일거에 봉쇄할 수 있는 처방이 되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 ‘백조의 호수’는 발레 음악으로도 유명합니다.

90년대 러시아가 자랑하는 ‘볼쇼이 발레단’의 한국 공연에서 백조의 호수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하모니를 이루며 발레리나가 유영하는 모습은 평화 그 자체이며 아름다움의 극치였습니다. 

백조는 잔잔한 호수에서 평화로운 유영을 위해 두 발을 분주히 움직입니다.

우리는 수면 위로 드러난 백조의 아름다움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닙니다. 수면 아래서 벌어지는 그들의 부단한 노동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만고의 진리인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입니다.

성공과 아름다움의 이면에는 각고의 노력이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유명한 학원그룹 대표와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사업상 거의 매일 술자리를 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산에 가지 않으면 거의 몸이 견딜 수 없다는 말씀도 곁들였습니다.

말씀에 귀를 기울여 보니 거의 산악 마니아급이었습니다.

히말라야 트래킹, 알프스 산맥 트래킹을 비롯한 해외 원정 산행을

사모님과 함께 하셨다고 했습니다. 산악인이나 거의 다름없었습니다.

“ 일주일에 한 번 산행을 했는데 요즘은 토, 일요일 연속 산행을 합니다. 

 1회 산행을 하니까 다음 주 수요일이면 체력이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2회로 늘렸습니다. “ 500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대형 학원 그룹의 대표가

체력관리를 위해 산을 즐겨 찾고 있다는 말씀은 100대 명산 탐방을 유혹하는

강한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언급은 없었지만, 매일 마시는 술도 등반으로 이겨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한 때 웹툰과 드라마에서 인기리에 대 호평을 받았던 ‘ 미생 ’에서

주인공 장그래의 바둑 스승이 던져준 멘트가 생각났습니다.

“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늦은 이유, 모두 체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

나를 산으로 이끌어 준 강력한 모멘텀이 우연하게 궤를 같이했습니다.

살아온 여정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술에 절고, 담배에 찌들고, 늘 무겁고

개운치 못한 몸으로 찌뿌둥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나 자신을 

책망하였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는 

극한의 두려움. 늘 곁에서 챙겨주는 사랑하는 아내와 무탈하게 잘자라준

아이들과의 이별. 생각만 해도 끔찍했습니다.

이럴 수는 없었습니다. 낡고 오래되어 부서져가는 내 몸을 리모델링해야 했습니다. 온몸에 쌓여있는 찌꺼기와 독소를 먼저 빼자!

100대 명산을 완등 하자!

100대 명산은 할 수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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