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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이 Jan 23. 2022

[김호이의 사람들]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사람들

'플래닛비' 임상혁 대표를 만나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고민이 있을 때 누구에게 주로 고민을 말하는 편인가요?

많은 사람들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가 고민을 말했다가 오히려 부담을 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을 혼자 마음속에 쌓아두는 편이 많은데요.

        이번 인터뷰는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고민을 들어주는 프로젝트인 <나쁜기억지우개>를 진행한 플래닛비(Planet BEE)의 임상혁 대표의 인터뷰입니다.
       


[사진= 임상혁 대표 제공/ 나쁜기억지우개]



Q. 나쁜 기억지우개는 어떠한 프로젝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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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나쁜 기억지우개는 Bee (플래닛비 Planet BEE)라는 팀에서 1년 전에 했던 프로젝트인데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앞서서 “청소년들을 과연 얼마나 공감하고 있나” 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청소년들을 좀 더 공감해서 그로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그들에게 정말 필요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한 청소년 공감 프로젝트입니다.



Q. 나쁜 기억지우개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크로아티아에 나쁜 기억지우개 박물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 박물관에서는 실제로 지우개 같은 제품들을 팔고 있고 자기가 나쁜 기억을 쓰고 지우면 실제로 없어진다는 콘셉트의 박물관입니다. 무한도전에도 나온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Q.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이나 나쁜 기억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꺼려하지는 않으신가요?



A. 처음 만난 사람이기 때문에 고민을 말하는 것에 있어서 어려워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해소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저희의 얼굴이 보이면 말을 잘 못하시는 거 같아서 저희의 얼굴을 재밌게 숨기기 위해서 캐릭터 가면을 써서 그 사람들이 저희에게 얘기를 할 때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도구들을 사용했습니다.




[사진= 임상혁 대표 제공]



Q. 그렇다면 쉼터와는 다른 곳인가요?

A. 저희는 길거리에서 부스를 설치하기 위해 천막을 빌리고 현수막들을 제작했고 그것과 관련된 문구들을 제작을 해서 들어오고 싶도록 타로점 형식으로 꾸몄어요.

그 안에는 조명도 은은하게 하고 음악도 잔잔하게 하고 가면을 쓰는 콘셉트로 해서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쉼터와는 대상이 달랐던 거 같아요.

저희는 청소년을 많이 만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을 가까이에서 많이 봐왔어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어떤 얘기를 하면 그것이 어떤 이야기인지 공감을 잘 해줄 수 있는 부분에서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의 연령대가 젊은 편이고 나쁜 기억지우개라는 것 자체와 가면을 통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는 거 같아요. 쉼터는 일 적으로 접근하는 반면에 저희는 돈을 받는 게 아닌 단순히 그들의 고민을 듣는 것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로서 훨씬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사진= 임상혁 대표 제공]



Q. 천막을 길거리에 설치했을 때 돌발상황은 없었나요?

A. 많았어요.(웃음) 처음에 신촌에 연대 쪽으로 가는 길거리에 설치를 했는데 설치를 하자마자 시 관리자 분께서 오셔서 “여기에 설치하면 안된다”고 해서 쫒겨 났어요.

그래서 그때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만든 걸 해체할 수 없어서 더운 8월에 그걸 들고 10분 정도 이동해서 진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자신의 고민을 말하면 최근 들어 “진지충”이라는 신조어로 인해 고민을 더욱 숨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고민을 숨기는 경우가 여러 가지가 있을 거 같은데 제 생각에는 고민을 얘기할 사람이 없는 거 같아요. 부모님한테 얘기를 했을 때 부모님께서 내가 생각했던 반응과 다를 수도 있고 부끄러울 수도 있고 친구들한테 얘기를 하자니 “너 진지충이냐”라는 말처럼 주변의 시선이 이러니까 말을 못하는 거예요.

이런 부분들이 쌓여가서 문화가 확산되는 거 같은데 이런 것들을 쉽게 말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면 이런 말들도 해소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요.

Q. 나쁜 기억지우개 프로젝트가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으면 하시나요?

A.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간에 제가 사는 지역의 지하철역에서 투신을 해서 자살을 하는 일이 있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사를 접했을 때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것들이 단순히 청소년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성인들에게도 필요한 거겠구나”해서 고민을 진짜로 얘기할 사람이 없고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게 결국에는 진짜 자살하는 사람 같은 경우에는 한 사람이라도 말 할 사람이 있으면 많이 해소가 되는데 “얼마나 절박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세상이 조성되었으면 해서 작지만 몇 명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런 문화가 확산됐으면 합니다.

Q. 임상혁 대표가 가지고 있는 나쁜 기억은 무엇인가요?

A. 제가 가장 어려웠을 때의 시기였어요. 22~23살 때인데 이전에는 어려웠던 시기나 힘들었던 시기가 크게 없었는데 그대 강박증이라는 게 있어서 고등학생이나 중학교 때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건데 군대를 가고 싶어서 그걸 숨겼어요.

‘가면 해결되겠지“하고 갔는데 먹던 약도 안 먹고 억압된 생활을 하다 보니까 심해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저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티가 나다 보니까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안 좋았어요.

그러면서 군대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끝까지 저를 보호해주다가 나중에는 떠나버리더라고요. 관계에 있어서 소중한 사람인데 관계에 있어서 아픔을 많이 느꼈고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어요.

군대는 집단생활을 하다 보니까 한번 관계가 지속되면 제대할 때까지 이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시간이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지금 돌아보면 굉장히 저한테는 많은 도움이 됐어요.

Q. 아픈 기억들이 나쁜 기억 지우개 프로젝트를 하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나요?

A. 네!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거 같아요. 근데 사실 나쁜 기억을 지우면 사라진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대화를 하면서 풀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저는 그걸 원했거든요.

지우개로 지우는 행위는 한 행위 일 뿐이고 모르는 사람에게 얘기를 털어 놓으면서 그 안에서 해소가 많이 되요. 저도 누군가에게 터놓으면서 해소가 많이 됐었거든요.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한 배경도 그런 부분이 영향을 많이 주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사진= 임상혁 대표 제공]



Q. 나쁜 기억이 있을 때 임상혁 대표께서는 어떻게 극복을 하셨나요?

A. 그때 당시에 제가 굉장히 어려움을 겪을 때 주위에서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른 척 했지만 동기와 간부님 그리고 목사님 총 세분에게 저의 고민을 터놓고 할 수 있었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저에게 동아줄이었어요.

그분들이 없었으면 저는 버티기 힘들었을 거 같아요. 감사하게 받은 것들을 저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면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런 것들이 저에게 영향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



Q. 임싱혁 대표께서 청소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원래 어린 아이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순수해서 굉장히 좋아하는데 어른들 같은 경우에는 무언가를 싫어할 때 이유가 있는데 어린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그냥 싫으니까 싫은 거예요. 단순해요.

그리고 이게 좋아질 때는 좋으니까 좋은 거예요. 저는 단순하고 순수한 게 좋아서 제 개인적인 좌우명 중 하나가 “제 어렸을 때 순수함을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간직하자”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램이에요.

그래서 지나가는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을 보면 대화하는 게 재밌어서 말을 걸어요. 가장 큰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 가장 컸어요.

제가 안산에 살다 보니까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한 학교 그리고 마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까 그러면서 제 청소년기가 떠올랐어요.

“내 청소년기는 어땠지?” “내 청소년기가 행복한 시절을 보냈을까?” “과연 배 안에 있는 친구들은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만약에 제가 배에 같이 있었으면 과연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봤을 때 저도 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교육에 대한 문제가 보였어요.

입시교육을 떠나서 스스로 사고하는 방식을 길러줘야 겠다는 생각에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원래 교육을 하고 싶었고 교육을 할 수 있는 많은 대상 중에서 순수함이 묻어 있고 내가 교육을 했을 때 가장 잘 변할 수 있는 게 청소년들이더라고요.

그래서 청소년에 관심이 있고 우리나라의 미래는 청소년이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자신의 나쁜 기억들을 숨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주변 사람들에게 애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 때는 정말 모르는 제3자에게 그런 얘기를 터놓으면 제가 경험한 바로는 얘기를 하면서 해소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를 꺼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을 하고 만약 정 없다면 나쁜 기억지우개를 통해서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여러분 혹시 이번 임상혁 대표의 인터뷰 어떠셨나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주변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만약 고민이 있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기 힘들다면 나쁜기억지우개와 같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곳에 찾아가보는 건 어떨까요?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분명 마음이 편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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