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위로 춤추듯 리듬에 몸을 실어
인생에도 속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 말고. 나와 세상이 만들어 가는 속도. 나는 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열심히 살 수록 빨라지는 나의 속도와 야속하고 처절히 도 아픈 세상이 주는 속도, 그리고 그 둘의 합. 세상이 주는 속도란, 사람의 인생을 무슨 수저로 분류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단순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잠시 차용한다면, 금수저는 조건값이 0 인 것이고, 흙수저는 조건값이 가속 100 인 것에 비유할 수 있겠다. 내가 준비가 되어 있건, 그렇지 않건 간에 세상은 예상되게 혹은 예상치 못하게 가속도를 때려버린다.
"인생의 속도 = 나의 속도 + 세상이 준 속도"
매몰차기 그지없지. 갑자기 집이 망해버리거나, 가족 중 누군가 건강을 잃거나 하게 되면, 우리는 숨 한번 돌릴 새 없이 그저 세상이 내게 던진 가속도를 타고 인생의 속도에 휩쓸려 내달리게 된다.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했냐 하면, 역시 오늘 훈련 중에 있던 일 때문이다.
4월 하프 마라톤을 위해 5Km 시간 단축 및 페이스 조절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오늘도 운동화를 고쳐 신으며 나에게 말했다. "자, 오늘은 초반 오버 페이스 없이 중간에 멈춰 서지 않고 5분 50초 속도 내기다!" 그리고 1Km를 지나는 순간 들려온 소리. "1Km 평균속도 5분 27초입니다." 아.. 또 오버 페이스. 아니나 다를까 2Km 지점 즈음 멈춰 서게 되었다. 정말 멈추고 싶지 않았는데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든 생각이, 이게 만약 절대로 멈춰 설 수 없는 러닝 머신 같은 거였다면 어땠을까? 하고 아무도 강제하지 않은 압박감에 서러움이 몰려왔다. 그리고선 갑자기 든 생각이, 근데 이거 인생도 마찬가지잖아?. 사람마다 인생의 속도는 다르고, 속도가 다른 이유도 다 다르지. 그래서 인생은 불공평한 것이다. 내가 아무리 빨리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는 인생이 있는 반면, 내가 가만히 있어도 잘난 것 같은 인생도 있는거다.
그래서 결론은, 거지 같은 세상이군, 이 아니라, 세상에 휘둘려 착각하지 말자는 거다. 내가 만든 속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알고, 가끔은 나를 칭찬하기도, 채직찔하기도 하자. 그러다 보면 결국 세상이 실험하듯 내던진 속도 따위에 정신을 잃지 않고 춤추듯 리듬을 타며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