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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노트 Oct 27. 2022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접어둔 이유



동료들이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접어둔 이유



2021년 말, 우리는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계획을 하나둘씩 세우고 있었다. 빠르면 2022년 3월쯤엔 정보공개서 등록 후 가맹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에 대한 우리의 관점이 바뀌면서 전면 딜레이 되었다. 동료들의 생각은 이랬다.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의 미래가 어둡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F&B 기업들의 다브랜드 전략이 하나의 근거이고, 소비자의 소비 패턴도 식사보다는 식사 경험으로 옮겨가는 추세여서 개성 있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거란 예측이었다.



https://www.foodbank.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375


http://ffa.or.kr/61/?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6752304&t=board#:~:text=2020%EB%85%84%2012%EC%9B%94%2031,%EA%B0%80%EC%9E%A5%20%ED%81%B0%20%EC%A6%9D%EA%B0%80%EC%9C%A8%EC%9D%84%20%EB%82%98%ED%83%80%EB%83%88%EB%8B%A4.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 프랜차이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년대비 가맹점수는 9.5%, 브랜드수는 12.5% 증가했고, 종사자수와 매출액은 각각 5.2%, 0.3% 하락을 기록했다. 1년 이상 직영점 1개를 운영하는 브랜드만 정보공개서 등록이 가능해지면서 법이 시행되기 전에 많은 브랜드들이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와 가맹점이 늘어났는데 매출액이 동반 상승하지 않은 건 그만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덧붙여 종사자수의 하락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코로나 시기였음을 감안해보면 배달 매장의 증가로 유추해본다.


외식프랜차이즈진흥원에서 공개한 '『2021 프랜차이즈산업통계현황』 빅데이터로 분석한 상위 5%, 가맹하고 싶은 프랜차이즈 300'에 따르면 외식업의 7년 이상 존속 브랜드는 19.8%에 불과하며 존속 년수는 4.18로 기록되었다. 이는 타 업종 대비 매우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하나 유의미한 데이터는 직영점 보유 유무에 따른 가맹점 개점률과 폐점률의 차이이다. 직영점을 보유한 브랜드 일시 개점률은 38.6% 폐점률은 20.6%인데 비해, 직영점일 미보유한 브랜드의 경우 개점률은 35.5% 폐점률은 25.5%를 기록했다. 이를 증감률로 따졌을 때 직영점을 보유한 브랜드의 개점률이 8.9% 높게 나타났고, 폐점률은 -19.0%를 기록하며 직영점을 보유한 브랜드일수록 안정적인 프랜차이즈라는 걸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1) 프랜차이즈는 직영점을 보유하는 게 가맹사업의 노하우로 작용하여 가맹점의 폐점률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시스템, 매장 교육, SV가 중요한 요소이다.

2) 종사자수는 가맹점의 증가만큼의 상승을 못하고 있으므로 최소한의 인력 구성으로 가맹이 가능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3)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므로 가맹점주들의 엑시트에 대한 설계도 필요하다.

- 가맹점주를 위한 엑시트 설계이다. 예를 들면 신규 브랜드로 전환할 수 있게 플랜과 혜택을 제공하는 일이다.




외부 환경과 더불어 프랜차이즈 시장에 대해 위와 같은 분석을 했을 때 동료들은 가맹 사업에 진입하는 게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너무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다. 시스템, 매장 교육, SV 등의 자원이다. 여러모로 들어가는 리소스 대비 리턴이 크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내가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접어둔 이유



우리가 만든 한식 브랜드는 오픈하자마자 히트를 쳤다. 개인적으로는 성공할 거라 예상했는데, 메뉴 기획을 할 때 수요 대비 공급이 없는 아이템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겨울 동안 주문수와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다양한 채널에서 우리가 운영하는 다른 브랜드 대비 반응이 좋아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사업 확장을 해도 괜찮은 브랜드임을 확인했다. 다만, 어느 날부터 나는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게 됐다. 자영업자를 고객으로 대면해야 하는 게 심적으로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브랜드 개발 이전, 우리는 다른 회사 4곳에서 브랜드 가맹을 받아 배달 매장을 운영했다. 1곳은 대형 프랜차이즈 회사로 오프라인 기반의 매장을 탄탄하게 운영하다가 딜리버리 형태로 사업 확장을 진행하는 곳이었다. 3곳은 배달/포장 전문 다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회사였다. 그중 배달/포장 전문 다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회사의 가맹이 나에게 심경변화를 일으켰다. 이들이 배달의민족 계정의 비밀번호를 요구한 게 화근이었다.


"매장의 매출 상승과 원활한 운영을 돕기 위해 배달의민족 계정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세요."


처음에 가맹 계약을 할 때 우리 매장의 셰프님이 진행을 했는데 어느 날 배달의민족 계정이 가맹본사에게 전달된 걸 확인했다.


"셰프님, 혹시 배달의민족 비밀번호 ㅇㅇㅇ에다가 알려주셨어요?"
"네. 혹시 잘못됐나요?"


화가 치밀었다. 셰프님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가맹 본사에게 화가 났다. 가맹점주가 성장하기 위해 돕는 게 아니라 가맹점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맹점주의 성장을 차단하는 행태가 지금의 프랜차이즈 시장이구나 하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광고 깃발 그까짓 거 효율 조금 안 나더라도 상관없어요. 왜 효율이 안 나는지 스스로 분석하는 게 중요한 거지. 우리는 우리가 가진 정보를 지켜야 해요. 앞으로는 절대 공짜로 집문서 넘겨주지 마세요."


또 한 번은 해당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광고 깃발 위치를 좀 바꾸셔야 효율이 나올 것 같아요."


나는 광고 깃발의 효용성에 대해 체크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가 비용을 주고 테스트하는 데 있어 본사는 서포트 그 이상의 간섭을 하면 안 됐다.


"알겠습니다. 대신 만약 한 달 동안 효과 없으시면 본사에서 간섭하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상권 분석을 진행한 지도 이미지를 카톡으로 보내주었는데 외부 분석 툴을 쓰고 있구나 하고 바로 캐치했다. 찾아본 결과 '마이프차'를 통해 프랜차이즈 파트너로 등록하면 상권분석 도구를 제공해주고, 어느 위치에 깃발을 꽂는 게 좋을지 데이터 분석을 도와주고 있는 걸 확인했다.


'그래, 직접 툴을 만들고 분석할 능력은 없을 텐데 자신들만의 데이터도 없으면서 가맹점들 상대로 으스대고 있구나.'


'정보의 비대칭성'


나는 이런 부분을 빠르게 파악하고 무엇이 부당한지 알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어떨까? 매출 잘 나오게 해 주겠다는 유혹에 빠질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우리 셰프님도 그 한마디에 별생각 없이 계정을 넘겼다. 월 2~3만 원의 비용만 주면 얻을 수 있는 이 정보 때문에 집문서를 내놓은 격이다. 대부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발생하는 참극이다. 우리 매장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그리고 외식업 시장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 예상이 됐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졌다.


많은 회사들이 점주와의 윈윈 관계, 상생 전략을 말하지만 실제로 이를 구현하는 회사는 몇 없다. 브랜드 네이밍과 메뉴 구성으로 매출을 올려주는 게 상생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그들이 성공하는 방정식을 가맹점주에게 '전수'하고 이를 통해 가맹점의 매출이 올라야 상생이다. 프랜차이즈의 브랜드 파워는 대개 2년 정도 지속된다. 통계상 브랜드의 존속 년수는 고작 4년이다. 그 안에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혹은 투자비용만큼의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 있는 브랜드를 창업 희망자의 입장에서는 물색해야 한다. 이 상생의 관계가 대형 프랜차이즈 회사가 되는, 메가 프랜차이지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내가 그런 프랜차이즈 본사를 만들 수 있을까 고심해봤지만 그러기엔 신용이 부족하다. 노하우를 전수하는 걸 넘어서 자영업자의 진화를 이루고 싶은 게 내 욕심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봐도 이 사람을 믿고 계몽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다.


"매출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

"광고 깃발의 효율적인 개수"

"배달 시장 탈출해야 할 시기"


같은 자극적인 말이 그들에겐 더 필요하다. 사실, 이런 질문과 대답은 정말 쓸데없는 건데도 말이다. 매출은 업의 본질을 이해하면 누구나 올릴 수 있다. 매출 올리는 방법, 방식 같은 스킬은 환경마다 제각각이다. 시장 환경은 매번 변하기에 스스로 대응해야 한다. 정답이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이유로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접어두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직원들을 통해 직영점을 늘려가는 방식의 비즈니스를 할 생각이다.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직원들을 마주하는 건 고통스럽지 않고 그들에게 하나라도 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가 사람들에게 신용을 줄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접어둔 비즈니스 모델을 그제야 꺼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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