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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노트 Nov 08. 2022

위기의 배달시장에 맞서 고정비 줄이기

배달의민족 울트라콜 광고를 해지하며


며칠 전, 배달의 민족에 꽂혀있는 울트라콜 광고를 전부 빼겠다고 결정하고 전달했다. 식구들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내 결정을 의심했다. 30개 정도의 울트라콜 광고를 운영 중이었고 이 광고를 해지하면 월 264만원의 고정비 지출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광고를 빼면 그만큼 매출이 떨어질 테니, 안 그래도 배달 시장이 비수기인 시점에 광고 지출을 줄이는 게 맞냐는 점이었다.


https://ceo.baemin.com/guide/2093?one_depth=%EA%B4%91%EA%B3%A0%20%EC%8B%A0%EC%B2%AD&two_depth=%EC%9A%B8%ED%8A%B8%EB%9D%BC%EC%BD%9C&page=1


"처음에 얘기했을 때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 "솔직히 걱정됐죠."


누구도 나서서 반대하진 않았지만 매출을 올리려 부단히 애쓰고 있는 식구들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는 게 당연했다. 그런 사람들을 한 명씩 불러서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을 했고 다시, 한 명도 빼놓지 않고 내 결정을 수용하고 이해했다.


"지금부터 설명드릴게요, 울트라콜 광고가 비효율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 부분에 대해 장황하게 쓰면 배달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이 자기도 울트라콜 광고를 빼는 게 맞냐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미리 언급하면 대개는 울트라콜 광고는 효율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단, 울트라콜 광고를 해지할 때 생기는 매출 로스를 채울 수 있을지는 개인의 역량과 시장의 환경에 따라 다르다. 나는 어떻게 함께 일하는 식구들을 전부 납득시켰을까?


"우리 가게에서 울트라콜로 유입되는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이고 울트라콜 광고는 우리 광고 비중의 50%를 넘습니다. 여기서부터 비효율의 시작이죠."
"울트라콜의 비밀을 말씀드리면 ㅇㅇㅇ이기 때문에 태생부터 비효율적인 광고입니다."
"광고의 본질은 노출입니다. 노출의 원리를 이해하고 노출수를 늘릴 수 있으면 광고는 필요 없을 수 있어요."
"그래서 노출이 잘 되도록 작업을 했고 울트라콜 광고를 빼기로 결정했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제가 해둔 노출 향상 작업만으로 10%의 매출 로스를 대체할 수 있다입니다."
"두 번째 가설은 최소한의 울트라콜 광고를 추가해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내어 10% 이상의 매출을 만든다입니다."


이 설명의 포인트 몇 가지를 추려보면 아래와 같다.


1. 울트라콜이 ㅇㅇㅇ의 이유로 비효율적인 광고라는 걸 알고 있다.
2. 가게 노출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
3. 광고를 어떻게 써야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지 이해하고 있다.


10월의 어느 주말에 11개월 만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10만을 달성한 페이서스 코리아 고윤 대표의 인스타그램 관련 강연에 다녀왔다. 강연에서 제일 처음,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핵심의 하나로 인스타그램의 기능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러분은 인스타그램의 기능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모든 기능들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이해하고 계신가요?"


다른 업이라고 다를까? 특히 플랫폼의 참여자로 들어간 상황에서 플랫폼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업을 운에 맡기고 있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의 시대에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제일 첫 번째로 얘기해줄 수 있는 포인트는 '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 없이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 점을 고윤 대표도 똑같이 말한다.


"1만 팔로워의 계정을 만드는 일과 10만 팔로워의 계정을 만드는 일은 난이도가 다릅니다. 인스타그램의 원리에 대한 이해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울트라콜 광고를 없앴으니 우리가게클릭(CPC 광고)도 해지할 거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현시점에서 우리가게클릭 광고는 핵심이다. 배달의 민족이 검색 랭킹을 어떻게 산정하고 있는지, 어떤 광고에 힘을 주는지, 왜 이런 광고가 생겨났는지, 노출은 어디 어디에 되는지를 조사하고 연구하면 오픈리스트가 핵심이란 걸 알 수 있다. 한편, 두 번째 가설에 따르면 우리 가게에 울트라콜 광고를 다시 추가할 예정이다. 그런데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추가할 생각이다. 이런 결정을 감으로 했다면 식구들이 수용할 이유가 없지만, 광고 노출의 원리와 수치를 보여주었고 그들은 시각화된 데이터를 통해 납득했다.


이 글을 통해 오해하는 사장님들이 있을 수도 있어서 핵심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울트라콜 광고는 태생적 이유로 대개 비효율적이다.
2. 광고(노출)를 붙이면 매출은 늘고 광고(노출)를 줄이면 매출은 준다.
3. 광고 없이도 노출을 늘려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4. 방법들은 시장 환경에 따라 언제나 변할 수 있다.
5. 그러므로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상으로 인해 시장에 현금이 돌지 않기 시작했다. 특히 소상공인들 중에 이전과 비슷한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업장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위기 상황임을 인지하고 재무적인 개선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이 결정은 단순히 잠깐의 비수기 매출 하락 때문에 결정한 건 아니다. 시장 상황 및 몇몇 예측치를 봤을 때 내년이 올해보다 더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생존 방법을 모색하는 게 매니저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이며, 몇 주간 시행해본 결과 다행히도 내 예상이 맞아떨어져 가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시기에 변화에 대응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여러 방향으로 고민을 했다. 예를 들면 가게 노출을 늘리는 미디어의 역할을 우리가 할 수는 없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내가 하고 있는, 시장을 뒤엎을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가게들이 있다면 해볼 만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한 두 개 정도 생각을 해보았다. 대부분이 "저 인간이 미쳤나?" 할만한 생각들인데 기회가 되면 시장에 이런 어젠다를 던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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