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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Apr 21. 2016

덴마크는 직장인도 행복하다

다섯 가지 정책으로 살펴본 그들만의 비결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중 하나 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그렇다면 덴마크 '직장인'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유사하게 괴로운 것이 근로자의 삶일 텐데 우연히 Fast Company의 5 Simple Office Policies That Make Danish Workers Way More Happy Than Americans라는 글을 보게 되었다. 자신의 직업을 증오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대부분의 직장인과 달리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덴마크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2014년에 쓰인 글이지만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간단하게 요약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여 정리해보고자 한다.


1. 합리적인 근무 시간

OECD 통계에 따르면 덴마크인은 연간 평균 1,540시간을 일하는 반면 미국인은 1,790시간을 일한다. (참고로 한국은 2012년 기준 2,163시간으로 멕시코를 뒤이어 당당히 2위에 올라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초과근무가 일에 대한 헌신이자 성과로 여겨지는 반면 덴마크는 적은 노동시간과 더불어 충분한 여가시간을 보장받아 연간 5-6주간의 휴가와 1년까지 유급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린스턴 대학의 다니엘 카데만 교수는 행복이란 '하루 중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직원의 일 외적인 삶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정해진 근무시간 후 개인의 삶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자유를 갖고 시간을 향유하는 것이 직원 개개인은 물론 기업의 생산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덴마크의 사고방식이다.

 

2. 낮은 권력 거리

글쓴이는 네덜란드 사회학자 길트 홉스테데의 연구를 인용하여 미국과 덴마크의 '권력 거리(power distance)'를 비교하였다. 숫자가 높을수록 수직적, 관료적인 문화를 의미하는데 미국은 40점, 덴마크는 세계 최저치인 18점을 기록하였다. (여기서 한국의 결과가 궁금하여 찾아보니 무려 60점을 기록하였다.) 덴마크의 근로자들은 더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권한을 갖고 일하며 한 예로 35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회사는 법에 의하여 직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이사회 의석을 허용해야 한다고 한다. 의사결정 권한을 다른 이사회 멤버와 동일하게 부여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때 행복도는 올라간다고 할 수 있겠다.


3. 넉넉한 실업 수당

덴마크는 실업자에게 2년간 기존 연봉의 90%를 지급한다. (글쓴이는 이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라고 표현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생계를 위해 괴로워도 일을 지속해야 하기에 증오하고 있는 일을 그만둘 수 없는 'job lock' 현상에 빠지기 마련이다. 덴마크인의 경우 일자리를 잃어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기에 퇴직이 어렵지 않고, 그 결과 기업은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직원을 배려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선순환 구조인가!


4.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1800년대 중반부터 덴마크는 근로자의 평생 교육에 집중해왔다. 이 정책은 지금까지도 지속되어 정부, 노동조합, 기업 간의 협력으로 근로자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active labor market policy (능동적 근로시장 정책)'으로 불리며 덴마크는 OECD 소속 국가 그 어디보다 근로자의 교육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For the greater good 이란 표현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5. 행복에 대한 관심

덴마크어와 영어의 어원이 유사하지만 영어에는 없으나 덴마크어로는 존재하는 단어가 있다. 이는 arbejdsglæde란 단어로 '직장에서의 행복'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다른 노르딕 국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의 언어에서도 존재하고 이는 다른 지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언어적 표현이라고 한다. 덴마크 및 노르딕 지역은 근로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오랜 전통으로 가지고 있기에 언어에서도 그러한 정신이 반영된 것이다. 여기서 '웃펐던' 부분은 글쓴이가 일본어에서는 '과다한 업무로 인한 죽음'을 의미하는 단어, karoshi가 있다고 알려준다. 발음이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과로사이다.


글쓴이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일의 괴로움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사고방식이 만연하기에 회사들 역시 굳이 직원의 행복도 개선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덴마크 국민들이 누리는 행복의 대부분이 '정책'적으로 이룩된 것이라는 점이다. 단지 개인의 노력이나 마음가짐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일원으로 많은 힘을 가지지 못한 근로자를 배려하는 정책 기반에서야말로 행복한 일터가 가능할 것이다. 물론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회는 아니지만 (혜택이 많은 만큼 세금률이 어마어마하게 높으며 알코올 섭취량, 자살률이 상당히 높은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인 정신과 이를 계승하는 정책은 본받을 만하다.


이 글을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책 <덴마크 사람들처럼>이 생각났다. 덴마크 여성이 해외에 살면서 자국민들이 왜 행복한지 내부인이지만 외부의 시점에서 바라보며 저술하게 된 책으로 기억하는데, 덴마크와 덴마크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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