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앙스포 교환학생 일기 #16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어 수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프랑스에 오겠다고 결정한 뒤로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3주 정도 기초 프랑스어 수업을 수강한 것 외에는 한 번도 프랑스어를 공부해 본 경험이 없는 나였다. 그래서 시앙스포 수강신청을 할 때도 당연히 A1 debutant 클래스로 신청했다. 화요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수업을 듣는데 단언컨대 내가 듣는 수업 중 가장 흥미롭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있는데, 일단 다들 프랑스어를 처음 공부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온 외국인들이 수업에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유이다.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은 중국, 태국, 대만, 버마, 그리고 한국(나) 등 다양한 국적으로 이루어져 있고 유럽에서는 스페인, 독일, 오스트리아 친구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미국, 브라질, 오세아니아에서는 뉴질랜드 국적을 가진 친구가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수업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 쉬는 시간 동안에는 옆에 있는 아무 사람과 거리낌 없이 대화를 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날그날 앉은 위치에 따라서 친해질 수 있는 친구들이 달라진다. 또 교수님이 자주 그룹 액티비티를 제안하시기 때문에 짝을 지어서 회화 연습을 하거나 작문 연습을 할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친해지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는 수업인 것이다.
또 프랑스어 수업은 시험도 자주 본다. 9월에서 11월 말까지가 학기인데, 그 세 달 동안 퀴즈는 3번, 그리고 듣기로는 회화 평가까지 본다고 한다(날짜가 안 확정되어서 확실치가 않은 것이다). 벌써 두 번의 퀴즈를 봤다. 수업 전체를 프랑스어로 진행하고 첫 시험부터 작문 문제를 2개씩 거리낌 없이 내는 교수님은 우리를 강하게 키우려고 작정하신 것 같다. 열심히 들으면 실력이 빠르게 늘기도 하고, 그냥 친구들과 매번 친해지고 수다 떠는 게 재밌고 즐거워서 가장 만족하는 수업 중 하나다.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를 하느라 같이 사는 언니, 동생의 프랑스어 문법 책을 빌려서 노트 필기를 하면서 외운 경험도 있다.
그런데 프랑스어는 수업에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점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서 보고 듣고 써보는 기회들이 중요한 것 같다. 특히 나는 메뉴판을 읽거나 공산품의 포장 같은 것을 보면서 이런저런 용어를 터득하려고 노력하는데, 생각보다 나를 적지 않은 충격에 빠지게 한 단어들이 좀 있다.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단어와 새롭게 나를 충격에 빠뜨린 프랑스 단어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밀푀유
이건 pierre herme에 간 것에 대해서 쓴 글에서 이미 언급을 했는데, 우리가 아는 밀푀유는 프랑스어이다! Mille Feuille는 '1000개의 겹'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따라서 우리가 아는 밀푀유 디저트는 겹겹이 패스트리를 쌓아 올린 비주얼을 가진 것이고, 밀푀유 나베는 야채를 겹겹이 차곡차곡 쌓아 올린 비주얼을 가진 것이다. 2000 개의 겹을 가진 디저트라고 이름 짓고 싶으면 'deux mille feuille'라고 하더라! 처음 디저트 카페에서 냉장고에 진열된 상품명과 디저트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 퐁당 오 쇼콜라
퐁당 오 쇼콜라가 프랑스어인 것을 몰랐다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걸 몰랐냐'는 반응을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그 단어를 쓸 때는 '퐁당'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초콜릿이 퐁당 빠져있기 때문에 쓰는 줄 알았다. 그런데 파리의 길거리를 걷다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dessert'라는 단어 아래 'fondant au chocolat'라는 단어가 써져있었고, 이것을 본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프랑스어를 잘하는 사람한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fondant는 퐁듀라는 단어에 쓰이는 단어와 같은 단어인데 '녹았다'는 의미를 갖는 단어라고 했다. au chocolat는 chocolat가 남성 명사이기 때문에 á에 정관사 le를 붙여 au로 바뀌어 만들어진 단어이다. 참 신기한 순간이었다.
3. 몽쉘통통 -> 몽쉘
몽쉘통통은 전시회에 가서 친구랑 대화를 하다가 알게 된 것이다. Mon cher ton ton을 몽쉘통통이라고 읽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유명한 초코파이 친구 브랜드인 몽쉘통통은 불어였다. Mon cher는 my dear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고 ton ton은 삼촌이다. 즉, '나의 친애하는 삼촌'이라는 의미를 가진 브랜드였던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통통'이 주는 어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Mon cher만 남게 되었다. 이제는 '나의 친애하는', 'my dear'에서 끝나는 것이다. 프랑스어 단어를 한국인의 취향대로 바꾸다 보니 원래 의미가 좀 어색해졌다. 정말 큰 충격을 받은 순간이었다.
4. 모나미
Monami. Mon ami. 이것은 '내 친구'라는 뜻이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모나미'라고 쓰여 있으면 순수 우리말인가 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이것도 가장 기본적인 불어 단어였다. 참 신기했다.
5. 부케
부케가 한국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정확히 프랑스어라고 생각했던 순간 또한 없었다. 그런데 bouquet는 '꽃다발'이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 단어이다.
위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단어들이고, 이 외에도 뚜레쥬르(tous les jours)처럼 불어인 건 대충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제야 뜻을 정확히 파악하게 된 단어들도 있다. 이렇게 새롭게 한국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는 브랜드 이름이나 단어들의 어원을 알아가는 순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다. '그것도 몰랐냐'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큰 관심을 두지 않은 단어들의 어원을 굳이 생각해보는 성격은 아니어서인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단어들이 프랑스어였던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프랑스어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유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