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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표맘 Dec 12. 2023

4등의 엄마

아이스하키 캐나다 유학기   

아들이 중3일때 캐나다로 왔다. 

정확히는 아들이 먼저 캐나다로 떠났다. 

생각해 본 적 없는 하키 유학을 1달만에 볶아 치듯 준비해서 떠나보냈다 


아들은 한국에서 아이스하키 운동선수였고

선수로 치면 늦은 4학년 10살때 운동을 시작,  

취미와 엘리트로 갈라지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6학년 때 선수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소질이 있으니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감독님의 부추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어디서 상을 타오지도 않았다. 

즉 특출한 재능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싹이 보여서 시작한 운동은 아니었다. 

하다 못해 엄마나 아빠 중 운동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유전적인 요인 역시 단 일도 없었다. 


운동을 하는 아이를 둔 집은 가족 전체가 운동을 하는 아이 위주로 돌아간다. 

중학교 하키 팀에 들어간 아들을 위해 이사를 했고 

또 2년 반 만에 캐나다로 이사를 했다. 

얼마나 잘 했으면 이란 생각이 든다면 넣어두길 바란다.

돈이 있는 집안이구나 이런 생각도 함께 접어주면 좋겠다. 

운동을 하기 위해선 모두 막판에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 들이었다.


4등의 엄마라는 제목은 사실 4등이란 영화를 보고 생각했었다.

조금만 더 하면 1,2,3등 순위권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4등 수영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였다. 

맨날 4등만 하는 아들이 안타까워 개인 레슨을 시키게 되는데 새로 만난 선생님은 맞는 게 싫어 국가대표팀을 뛰쳐나왔으면서도 본인처럼 시시한 사람이 되지 말라고 애를 때려서 성적을 만들어 낸다. 

이 영화는 사실 운동선수들에게 폭력이 어떻게 암묵적으로 되물림 되는 지를 시사하는 내용이었는데 

나는 맞고 온 아들의 등에 생긴 멍을 슬며시 옷으로 가리던 엄마의 모습이 젤 인상적이었다. 

너무 뜨끔 했으니까... 


운동은 순위로 말하고 성적으로 보여준다. 

절대적인 약육강식의 세계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더 치열하게 강한 선수들만 살아남는다. 

모든 미디어와 책에는 그 처절한 피라미드 꼭지점에 도착한 한 두 명의 성공 이야기로 도배가 된다. 

그 한 두 명 뒤에는 탈락하거나 떠나거나 부상당했거나 언젠가 될 지 모를 성공을 향해 묵묵히 운동을 이어가는 이름 모를 선수가 수천 수 만이다. 

그리고 또 그 뒤에는 탈락했거나 떠났거나 부상당했거나 언젠간 뜰지도 모를 그 이름 모를 선수들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그들의 운동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부모와 형제 자매들이 존재한다. 


성공한 선수들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선수들 역시 이유가 있을 것 이다. 


그러나 성공한 선수들의 이야기는 너도나도 쓰여지고 읽혀지만

스포트라이트가 비껴 간 어두운 체육관 구석에서 오늘도 몸을 던지고 있는 

선수들의 그 순간들은 어디에 기록될까? 


3연패를 당하고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지만 

어떻게든 한 골을 넣어보겠다고 부단히 몸을 부딪히고 받혀서 쓰러지던  

아들의 경기를 보고 7시간을 운전해서 집에 오는 길,

먼 나라 이 시골에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어쨌든 쌓여가고 있는 

도전의 시간들을 기록해 보고 싶어졌다 


1,2,3 등의 이야기가 아닌 

1,2,3 등을 향해 도전하는 아직은 순위권 밖 

모든 4등들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순간들을 

오늘도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그 누군가의 시선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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