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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스비 Jun 02. 2023

왜 사회복지사를 그만뒀냐고?

코로나와 독서가 바꾼 내 커리어

아내 : 이제 사회복지 현장을 잊은 거 아니야? (아내는 아직 사회복지 현장에 있음)

나: 뭐 거의 잊었다고 볼 수 있지......

아내: 근데 그때 갑자기 사회복지사를 그만두고 커리어를 바꿔야겠다고 결정하게 된 이유는 뭐야? 


코로나 팬더믹이 전 세계를 덮치면서 보건과 복지 분야에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뭘 어떻게 해야 한다면서 말이 많았다. 그런데 그 누구 하나 빠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일개 사회복지 1차 현장의 실무자로 있었던 나의 교만함일 수 있다. 그러나 확실했던 것은 내 '고객'인 사회적 취약계층 분들은 그 기간 동안 생계에 위협을 느끼며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과연 사회복지 분야가 비영리가 아닌 영리였다면 어땠을까?





코로나 팬더믹 때 사회복지사였던 나는?


비영리는 구조상 정책이 결정되고 내부 규정이 수정되어야, 움직일 수 있다. 관료제적 조직 구조 때문일 것이다. 그것에 익숙해진 공공 분야의 실무 인력들은 시스템적 한계 내에서 사회적 취약 계층의 문제 해결을 위해 실행을 우선 하기보다, 팬더믹에 대응하는 매뉴얼 행정 작업을 먼저 시작해야 했다.


배민의 사회공헌 사업


하지만 영리 기업들의 움직임은 달랐다. 멈춰버린 보건, 복지 분야의 공백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배민은 도시락과 우유 배달을 통해 사회적 취약 계층의 영양 문제와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감과 고독감) 해결을 위해 먼저 실행하고 나섰다. 


내가 사회복지사 말고 다른 직업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사회복지사는 나름 중학교 때부터 꾼 꿈같은 직업이었다. 심지어 대학교를 휴학하고 휴대폰 영업을 하다가 '돈'보다 '사람'이라는 비전을 되새기며, 복학하여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그렇게 회개(?)하듯 돌아온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적어도 나에게는 평생직장일 거라 믿었다.


확신한 만큼 실망감도 크지 않은가. 사회복지사는 천직이라고 억지로 자기 최면을 하며, 버텨낸 6년 후 나름의 '한'이 생겼던 것 같다. 코로나 팬더믹 때 고객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 현장에서 답답함이 울분으로 터져 나왔고, 커리어를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의 한계가 조직 구조로 인해 발생하지 않았으면 했다.





독서가 내 커리어를 완전히 바꿨다.


난 하루에 한 권의 독서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한 달에 2~3권 정도의 책을 읽고 있다. 이렇게 독서하는 습관을 들인 지 약 2년 6개월이 되었다. 독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특별하지 않다. 출퇴근길이 길어졌을 뿐이었다. 게임을 하다 지루해서 시계를 보면 아직도 출퇴근길은 남아있었다. 그 시간을 건설적으로 보낼 무언가가 필요했다. 어떤 대단한 동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리 많지 않은 책을 꾸준히 읽어나가면서 1년 6개월 사이에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무엇일까? 직업이 바뀌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사회복지사로 6년간 근무하면서 비영리조직에만 귀속되어 있었던 내가 IT 계열의 스타트업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꼭 독서 때문이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뭐 그거야 필자가 가장 잘 알지 않겠는가. 120% 독서 때문이고, 독서였기에 가능했다. 독서가 아니었다면 난 1년 전 그대로 멈춰있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코로나 팬더믹이 한창일 때, 사회복지사들은 멈췄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보고 있던 지역사회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필자 역시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던 사례관리자 중 1인으로서 아무런 대책 없이 코로나가 끝나길 바라기만 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고, 출퇴근이 길어진 그 시기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세상이 변했다는데 도대체 뭐가 변한 건지 알고 싶었다. 김미경의 <리부트>라는 책을 사서 보게 되었는데 세상이 이렇게 변해가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우물 안 올챙이였다는 사실에 심히 놀랐다. 


내 족쇄를 풀어준 책, 김미경의 '리부트'


김미경 강사의 <리부트>는 코로나로 인해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읽어내고 분석하여 나름의 솔루션을 제공하기까지 했다. 부끄러웠다. 누군가는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데, 나는 그저 담당했던 취약 가정을 만나 뵙지 못하니 출장도 없고 편안하다고 생각했고, 월급 루팡이나 해야겠다며 씨익- 웃고 있었던 것이다.


뭔지 모를 죄책감에 빠져 스스로 조급해하던 중 다른 책들도 읽기 시작했다. <오리지널스>, <2030 축의전환>,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등의 경제와 미래경영학 책을 읽었다. 책이 나에게 보여준 것은 '미래'와 '용기'였다. 정말 어려운 이야기였지만, 그중에서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미래지향적인 직업은 어떤 분야인지였다. 또,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는 태도였다. 일자리를 로봇과 AI가 대체할거라고 대부분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 시대 상황에 맞게 중심 산업에 대한 새로운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변한다. 나도 미래 지향적인 직업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근데 난 대학교 4년 공부하고, 6년간 일한 직업이 사회복지사인데, 다른 커리어를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역시 개발자의 길, 데이터의 길은 너무 힘들 것 같아. 기획자가 되기 위해 공부해 볼까?'


여러 생각의 결론 지점에는 기획자라는 직업이 있었다. 사회복지사의 직무 중 하나가 제안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지역과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제안서를 수도 없이 써봤다. 기획자라는 직업, 곧 고객을 도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안하는 직업이 아닌가. 직업 간 개연성을 찾아 강점을 키워가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기획자들에게 핫하다는 협업툴인 Notion, Figma를 익히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획자의 길에 조금씩 다가섰다. 직업을 바꾼다는 것이 가능할까 여전히 의문을 가진 채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의문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독서에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었기 때문에 내 행동에 대한 확신과 용기가 생겼다. 기회가 찾아왔다. 아니, 기회를 잡을 용기가 났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람들이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며 공감했다. 기회를 놓친 것에 뒤늦게 후회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의사 결정과 행동이 달라지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책을 읽지 않고 기회를 놓쳤다고 후회하는 것은 단지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공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늦었지만, 이제서야 알게 되서 천만 다행이었다. 앞으로 달라질 인생이 궁금해졌다.

10년간 묶어뒀던 족쇄를 풀었다.


그렇게 사회복지사를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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